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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01일 금요일

기고·인터뷰 전문가 기고

한국인은 왜 빨리빨리 서두르는가

한국인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외국인들의 답은 '빨리빨리'였다.

한국인들은 얼마나 서두르는가. 우선 살펴보자. 세계 최고의 퀵서비스 국가가 한국일 가능성이 크다. 최남단 마라도에서 짜장면 배달이 전화로 가능하다는 것이 증명한다. 한강 둔치나 마을 느티나무 아래서 주문해도 족발과 보쌈을 즐길 수 있다. 놀랍도록 빠르고 정확하다.

또한 일상생활에서도 빨리빨리에 대한 중독성이 보인다. 엘리베이터의 상승 버튼은 한결같이 닳아 있다. 문이 빨리 닫히도록 눌러서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한국 사회에서만 보이는 독특한 현상이다.

한국인이 놀라운 것은 빨리빨리를 평생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빨리빨리를 정확하게 한다는 점이다.

빨리빨리 하려면 필요한 것이 있다. 빨리빨리는 아무나 가능한 것이 아니다. 빨리빨리 업무처리를 하려면 필요한 것들이 있다. 첫째 머리 회전이 빨라야 일을 빨리 처리할 수 있다. 한국인들의 지능지수는 세계적이다. 머리가 좋다. 수학경시대회나 과학경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으로 간접 확인할 수 있다.

둘째 전체 상황을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나야 빨리빨리 일을 처리할 수 있다. 한국인은 양 극단적인 요소를 같이 가지고 있다. 한국인은 빨리빨리 서두르는 냄비근성과 은근과 끈기로 지속하는 뚝배기 기질을 같이 가지고 있다. 또한 정서적으로는 슬픔의 한(恨)과 기쁨의 흥(興)을 가지고 있다. 양 극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중간도 이해하고 있을 때 가능하다. 결국 전체를 이해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인은 결국 상황 판단이 뛰어나다.

그리고 셋째는 절박해야 빨리빨리 할 수 있다. 일년 농사 기간이 현저하게 짧았다. 아예 에스키모인들이나 아프리카 원주민들처럼 수렵으로 살거나 어업으로 사는 국가와는 다른 경쟁 사회였다. 자체 농업 생산물이 부족했다. 농업 생산량을 늘리는 것에 대한 과중한 부담이 일상적인 사회였다. 조선시대에는 농업 생산량이 지금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곧 살아남기 위해 농업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필요한 사회였다. 그러나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기간은 5개월에서 6개월 정도가 전부였다. 사계절이 뚜렷해서 농사를 지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 1년에 3모작을 하는 것과는 뚜렷한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생겨난 한국인의 업무처리 방법이 대충철저였다. 대충철저는 대강 알아서 문제없이 처리하라는 한국인의 업무처리 방법이었다. 대충철저(大充撤底)의 의미는 클 대(大)에, 충족할 충(充)으로 크게 충족하라는 의미다. 그리고 꿰뚫을 철(撤)에, 바닥 저(底)로 바닥까지 뚫을 만큼 철저하게 하라는 의미다.

일이 많고, 시간은 짧았다. 서둘러서 일을 처리하고 문제가 없어야 했다. 농사 한 번 잘못 지으면 굶주리거나 기아 상태에 빠질 수 있었다. 결국 서둘러야 했고, 문제가 없을 만큼 완벽에 가깝게 마무리를 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 대충철저는 빨리빨리를 평생해야 하는 한국인들의 부지런함을 대표하는 단어였다.

[신광철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