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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6일 목요일

기고·인터뷰 전문가 기고

다 이유가 있었다

왜 나만 힘들고 벅차고 주저앉힐 듯한 파도가 덮친단 말인가. 하지만 알게 된다. 그때는 그 사건이 내게 필요한 일이었음을. 젊었을 때는 젊음이 좋은 것인 줄 모르고 나이가 들어 알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서 사랑하기만 해도 부족한 시간에 질투하고 싸운 것이 잘못된 것이었음을 그 사람이 떠나고 나서 알게 된다.

왜 인생은 넘치게 가지고 있을 때는 치열해서 그 가치를 모르고 살까. 인생은 모든 시간이 초행(初行)이어서다. 인생이 힘들다고 불만하는 건 등산가가 산을 오르며 힘들다고 투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등산가는 집에서 쉬어도 되고, 산을 오르지 않아도 된다. 스스로 산을 오르겠다고 선택해놓고 등산 중에 투덜댄다면 우습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어느 것 하나 내가 선택하지 않은 일은 없다. 지금 무엇을 먹을까, 오늘 회사를 그만둘까, 앞으로 무슨 일을 할까, 삶은 지속되어야 하는가, 모두 내가 선택할 수 있다.

장애와 고난은 있지만 결국은 내 마음으로 자유로이 선택해서 산다. 자유롭지만 어느 것 하나 저절로 되는 것은 없다. 내가 만들어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 저마다 삶의 방법이 있다. 나는 나 자신에게 주장한다. 첫째, 주어진 것에 만족한다. 어쩔 수 없는 것에 무모하게 힘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둘째, 되는 대로 산다. 노력을 안 하고 사는 사람은 없다. 내 상황에서는 최선을 다했으면 그것으로 고맙고 감사하다. 10명이 한 반 학생이라면 누구나 1·2·3·4·5·6·7·8·9·10 중에서 하나의 등수를 가져야 한다. 내가 타고난, 내가 노력한 만큼 이루어진 것이 내 몫이다. 꼴찌는 슬프지만 그것도 내 몫으로 받아들이면 편안하다. 키가 다른 나무로 만들어진 것이 건강한 숲의 조건이듯, 받아들이면 나의 위치는 자연스럽다.

셋째, 큰 꿈 하나를 가지고 산다. 꿈은 내가 되고 싶은 것을 마음 안에 가지고 있는 것을 말한다. 꿈은 길을 잃지 않게 하는 힘이 있다. 어디를 걷든 꿈은 방향을 가리켜준다. 앞은 방향이 아니다. 정체성으로 만든 꿈의 방향이 앞이다. 그래서 꿈을 가져야 한다. 나는 열거한 세 가지를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주어진 것을 받아들이고, 되는 만큼을 인정하고, 꿈을 갖는 순간 앞을 알 수 있다. 진정 중요한 것은 부족한 나를 사랑하는 것이다. 모자라고 어리석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순간 세상은 봄날처럼 맑고 새로워진다.

[신광철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