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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5일 수요일

기고·인터뷰 전문가 기고

달라진 게임 위상 … 부모도 달라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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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8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스트리트 파이터 V' 부문의 결승에서 대한민국의 김관우 선수가 우승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관우 선수는 수십 년간 게임에 대한 선입견을 가졌던 어머니의 축하 문자에 결국 눈물을 터뜨렸다. 그의 나이는 마흔 넷. 어릴 적부터 '게임을 한다' '오락실에 다닌다' 등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과 꾸지람을 견딘 끝에 결국 국가 대항 경기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라 국위를 선양했다.

부모 세대에게 '게임'은 종종 시간 낭비, 학업 방해, 심지어 중독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로 인식되곤 한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은 시대 변화와 함께 점차 재평가되고 있다. 특히 e스포츠의 급부상과 함께 게임이라는 문화 현상이 점차 정당성을 획득하고 있다.

e스포츠의 아시안 게임 정식 종목 채택은 단순한 경기뿐 아니라 전략적 사고, 팀워크, 신속한 의사결정 능력을 요구하는 지적 활동으로서의 게임을 '스포츠'로 인정하는 중요한 변화다. 더 이상 게임이 단순한 '오락'의 한계를 넘어서 전문적인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직업 영역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청소년들이 가장 열광하는 게임인 LOL(리그오브레전드)이나 배틀그라운드와 같은 글로벌 메이저 게임들의 공식 대회 상금 규모나 경기 시청률, 관심도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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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 자녀를 둔 부모 사이에서는 여전히 게임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우려가 존재하고 있다. 이는 부모 세대의 경험과 정보 부족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세상을 달리 봐야 한다. 부모는 자녀가 좋아하는 게임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해보고 자녀가 게임을 통해 어떤 긍정적인 경험을 하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 부모도 자녀와 함께 특정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커뮤니케이션, 집중력 향상, 신속한 문제 해결 능력 등 게임이 제공하는 긍정적인 측면을 체험해볼 수 있다. 조작하기 어려운 게임을 반드시 같이 해야만 한다는 뜻은 아니다. 유튜브나 국제 경기 등의 게임 관련 방송을 함께 보며 자녀의 설명을 듣고 어떤 부분이 재미가 있는 것인지 '이해'하려고 노력을 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게임이 학생들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은 당연히 중요하다. 학업과 사회생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하는 '자기관리 능력'이 필수적이다. 부모는 자녀의 게임 시간을 무조건 강제로 통제하기보다는, 자녀인 학생 스스로가 학업, 여가, 그리고 게임 사이에서 균형을 찾을 수 있도록 이해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자녀와 함께 게임 시간표를 만들거나 학업 성취도에 따라 게임 시간을 조정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하는 '합의된 약속'을 바탕으로, 자녀 스스로가 통제하여 게임을 즐기는 자연스러운 루틴을 형성하게 만들어야 한다. 또 시각을 바꿔 게임 내 성취를 학업이나 다른 활동과 연계하여 동기부여의 수단으로 삼을 수도 있다.

게임이 단순한 오락을 넘어 사회성, 전략적 사고, 스트레스 해소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을 부모가 이해한다면, 게임 관련 세대 간의 대화는 더욱 생산적으로 변할 수 있다. 게임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니라 적절한 관리와 지도하에 학생들의 다방면의 능력을 발전시키고 긍정적인 삶의 일부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는 수능일인 11월 16일에 대한민국 최대의 게임쇼인 '지스타(G-STAR) 2023'이 개최된다. 우연일 수 있지만 상징적인 의미도 있다. '수능'은 자녀의 입시에 관심을 가지는 부모라면 누구나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단어다. 게임에 대해 관심이 있거나 걱정이 되는 부모라면 매년 개최되는 이 행사에 자녀와 함께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글로벌 게임 산업의 다양성과 전문성, 그 규모와 열기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자녀들의 관심사와 적성을 이해하여 돈독한 가족애를 형성하는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 미래 자녀의 수능 결과에 긍정적 효과를 줄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