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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4일 화요일

기고·인터뷰 전문가 기고

코로나세대에게…혼밥보다 같이 먹는 밥이 맛있다

사진설명 
게티이미지뱅크

"언제 밥 한번 같이 먹자."

한국 식사 문화는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놀이나 다른 활동보다 술이나 밥을 약속으로 삼는 일이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국인의 식사 문화는 근본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이 포함된 사회적 행위 성격을 띠고 있다. 하지만 1인 가구 증가, 개인주의 성향 심화와 더불어 최근 코로나 팬데믹까지 거치면서 더 이상 혼밥이 이상한 일이 아니게 되었다.

'코로나 세대'는 이를 정의하는 국가, 사람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코로나19의 영향을 직접 받은 세대를 의미한다. 코로나 세대 사회적 특징 중 하나는 고립감과 소통의 단절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 소통의 증가는 이 세대에게 사회성 학습의 기회를 박탈했고 인간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초래했다.

사회적 자아가 형성되고 있는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코로나19 시기 3년간 교사나 또래 친구들과의 접촉이 많지 않은 상태로 학교생활을 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이 매일 등교하지 않는 시기가 있었고 등교하더라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속해야만 했다. 안 그래도 학기 초 어색하고 서로에게 데면데면한 아이들이 종일 마스크를 쓰고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게 되니 소통할 기회 또한 자연스럽게 감소했다. 코로나19 상황과 비대면 수업의 장기화로 학생들이 느끼는 학교에 대한 소속감도 줄어들었다.


학생들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교사들이 보기에도 아이들이 사회적으로 관계를 맺는 것을 어려워하고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는 혼자 있는 것을 선호한다고 한다. 상담실 혹은 보건실을 방문해 혼자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 스마트폰을 보며 혼자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도 늘어났다.

관계에 기반한 신경과학을 연구하는 제임스 코언 교수는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부모가 언제까지나 좋은 놀이 친구가 될 수는 없다"며 "또래와의 놀이가 인지 발달을 촉진한다"고 말했다. 또래와의 놀이는 도덕성과 사회성을 자극하는 아주 중요한 뇌 학습이다. 케네스 루빈 교수는 "놀이, 또래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아이들의 사회적 기술과 도덕의식도 발달하게 된다"고 말했다.

코로나 시기 아이들은 또래와 어울리지 못하고 소속감, 정체성의 형성에 어려움을 겪었다. 사회성과 도덕성 발달에도 문제를 겪었다. 이 시기 언어적, 비언어적 능력에도 지연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사회적 결핍은 단지 행동상의 변화뿐만 아니라 뇌 구조를 변화시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동물 연구에서는 사회적 박탈감과 고립이 다른 삶의 단계에 비해 청소년기의 뇌와 행동에 독특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사회적 접촉이 박탈된 채 시간이 지나면 세로토닌, 도파민 체제 변화가 발생하고 사회관계에 필요한 시스템의 조절이 어려워져 결핍이 발생한다.

언론에서는 학력저하가 코로나 세대의 가장 큰 문제인 것처럼 부각되기도 했으나 발달과 관계를 중요시하는 전문가들은 친구 집단의 형성, 정체성 형성 등 일련의 발달적 사건의 결핍을 더 우려하고 있다. 친구와 밀착된 경험은 청소년기 아이들에게 정신적 고통과 방황을 완화해주는 중요한 효과가 있다. 부모로부터 독립하면서 발생하는 빈자리를 일시적으로도 채워주는 효과뿐만 아니라 동반자가 되는 우정 효과까지 좋은 또래관계는 청소년기 정신건강에 안정감을 주는 중요한 경험이다. 청소년기는 사회성 발달에 더 민감해서 또래가 주는 자극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괴로워할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현대사회 불확실성을 더 확대시켰다. 불확실성의 스트레스에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일상을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심리적 유대감을 놓지 않고, 소중한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잘 다지면서 지내야 한다. 이들과 서로 힘든 것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청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공유하고, 자기 스스로 잘 돌볼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찾아가야할 것이다.

사람들과 함께 모여 식사하는 것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자신감을 올려주며 사회적 관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함께 밥을 먹도록 목표를 세워보자. 직접 만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휴대폰이나 컴퓨터 너머라도 함께 식사하는 것을 고려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