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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4일 화요일

기고·인터뷰 전문가 기고

'공부 잘하는 약' 있죠 … 바로 운동

사진설명

게티이미지뱅크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다. 학교폭력과 친구들의 따돌림이 가슴에 생채기를 남긴다. 숨 쉴 틈조차 없이 꽉 찬 학원 수업과 좀처럼 오르지 않는 성적이 아이들의 마음을 괴롭힌다. 가정 불화로 엄마 아빠와 대화가 끊어지고 소통에 장애가 생긴다. 남과 다른 외모로 고민하고, 뜻대로 풀리지 않는 이성친구 문제로도 속앓이를 한다.

최근 서이초 사건을 보면 선생님도 행복하지 않다. 학생도 선생님도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학교와 공교육이 제대로 역할을 하는 건지 걱정이 많아진다.

2019년 자료를 보면 대한민국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4.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며 OECD 평균인 11.0명의 2.2배에 달한다. 특히 2020년 청소년(만 9~24세) 자살자는 957명으로 2019년보다 81명(9.2%) 증가했다. 2020년에만 매일 2.6명의 청소년이 자살로 우리 곁을 떠났다는 이야기다. 전문가 분석을 따르지 않더라도 우리는 치열한 입시 경쟁에서 한순간의 작은 실수조차 허용되지 않는 주변 환경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청소년이 많아졌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지금껏 스트레스에 지혜롭게 대처하는 방법을 잘 배우지 못했다. 스트레스를 풀고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거나 시련과 역경을 성장 발판으로 만드는 방법은 대학 입시용 수험서만 달달 외운다고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고난과 역경에 맞서며 인생의 지혜를 깨닫고 실천해가는 법을 꾸준히 배우고 익히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때 회복탄력성이 요구된다.

역경과 실패에 대한 인식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더 높이 뛰어오를 수 있는 마음의 근력을 의미하는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데 최적화된 교육 도구가 바로 운동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전 세계 교육 선진국에서는 청소년 건강뿐만 아니라 인성 교육을 위한 도구로도 팀 스포츠를 적극 활용한다. 자신을 단련하고 동료와 협력하는 동시에 학교 전체를 대표하는 팀 스포츠가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데 탁월한 교육 효과를 지녔기 때문이다.

뇌과학적으로도 존 레이티 하버드대 의대 교수는 운동하는 사람과 운동하지 않는 사람은 뇌 혈류량 면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고 밝혔다. 30대 성인에게 하루 30분, 주 4회 꾸준히 운동하게 하고 3개월 뒤에 관찰했을 때 기억과 관련된 뇌의 해마 부위가 30% 늘었다. 이런 운동 효과는 왕성하게 성장하는 청소년에게 더욱 크고 분명하게 나타났다.

신경이 서로 이어지도록 도와주고 연결 부위를 강화해 신경세포 간 신호 전달을 효율적으로 만드는 신경 성장 인자가 활성화되는 데 가장 중요한 것 또한 운동이다. 운동으로 뇌가 건강해지면 똑똑하고 주의력이 좋으며, 감정 조절을 잘하고 기억 능력이 뛰어난 아이로 자랄 수 있다.

또 운동은 건강한 경쟁을 배울 기회를 제공한다. 운동 경기는 규칙과 공정성을 잘 가르쳐줄 최고의 기회다. 실패를 받아들이는 방법과 승자인 친구를 축하해주는 법도 배운다. 향상된 운동 능력과 기술은 아이들의 자존감과 자신감을 크게 높인다. 영어 단어 몇 개 더 외우고, 수학 문제 몇 개 더 풀 때 느끼는 것보다 큰 자신감 향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일본은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조화로운 교육 시스템을 이룬 교육 선진국이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스포츠클럽, 즉 '부카쓰' 활동을 해야 입시에 유리할 뿐만 아니라 취업에서도 특혜 아닌 특혜를 받는다.

수영, 달리기 같은 격렬한 신체 운동을 완수하고 나면 거기서 얻은 에너지와 자신감을 공부 시간에까지 끌고 갈 수 있을 것이다. 매일 같은 시간에 달리기를 하면 생활에 리듬이 생겨 공부도, 먹는 것도,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도 더 효율적으로 이뤄진다. 몸이 더 가볍게 느껴져 피로감이 줄어들고 전반적으로 신체 활력이 높아진다. 운동이 공부하는 시간을 일부 빼앗는다 해도, 나머지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놀지 말고 공부해'는 틀렸다. 지금 바로 운동장으로 나가 친구들과 같이 땀 흘리며 농구 한 게임 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