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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4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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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 중독 뇌 구하라 … 틱톡 끄고 멍 때리세요 [청소년 뇌 건강]

 

사진설명

게티이미지뱅크

 

한 카페 게시판에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는 사과문이 올라왔었다. 일부 누리꾼들은 '왜 사과를 심심하게 하세요?' 라는 반응을 보였다. 사과문에 적힌 '심심'은 일반적인 사과보다 더 마음 깊이 뜻을 표할 때 쓰는데 '지루하다'는 동음이의어 '심심'으로 이해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부족한 문해력의 주된 원인으로 유튜브를 꼽는다. 게다가 요즘은 1분 남짓 짧은 영상으로 된 '틱톡' 같은 숏폼이 인기가 많은데 이는 뇌 발달과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숏폼 영상을 자주 시청하면 뇌가 변한다. 자극적인 콘텐츠는 스마트폰 중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자극적인 영상을 볼 때 도파민이 분비되는데 이러한 자극은 점차 내성이 생겨 더 강한 자극을 원하게 되고 결국 '팝콘 브레인'을 유도할 수 있다.

팝콘 브레인은 빠르고 강한 정보에는 익숙하고 현실 세계의 느리고 약한 자극에는 반응을 안 하는 뇌를 말한다. 특히 뇌 발달이 활발한 어린이들에게 팝콘 브레인 현상이 더 잘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긴 문장을 읽는 일이 어려워지며 한 가지 행동에 오래 집중하지 못하는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숏폼 시청에 몰입하다가 무의식적으로 눈을 깜빡이거나 소리를 반복해서 내는 '기능성 틱 유사 행동증후군'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를 예방하려면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정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스스로를 관리하기 힘든 아이는 부모가 시간 관리를 도와주는 것이 좋다.

도파민은 뇌와 근육 등에 작용하는 신경전달물질로 흔히 '행복 및 쾌락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다. 기쁨이나 행복, 성취감을 느낄 때 도파민 분비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물이나 게임 등에 중독된 사람이 약물을 남용하거나 게임에 몰두할 때에도 도파민 분비량이 급속히 늘어난다.

수년 전부터 국내에서도 '도파민 디톡스'가 유행하고 있다. 도파민 디톡스는 게임이나 약물 등 인위적으로 도파민 분비를 자극하는 요소나 현대인이 빠져 있는 중독적인 행동을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 습관을 이해하고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중독적 행동이 어디서 오는지를 확인한 후 건강한 습관을 대안으로 만드는 것이다. 게임이나 소셜미디어 이용이 과도하다고 느낀다면 '식사 시간에만 보겠다'거나 '주말에만 게임을 하겠다'는 식으로 작은 실천을 계속하는 게 좋다.

'멍 때리기'는 흔히 정신이 나간 것처럼 한눈을 팔거나 넋을 잃은 상태를 말한다. 책상 앞에서 머리를 쥐어짤 때보다는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멍하니 있을 때 불현듯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많다.

과연 멍 때릴 때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있을까?

미국의 뇌과학자 마커스 라이클 박사는 2001년 뇌영상 장비를 통해 사람이 아무런 인지 활동을 하지 않을 때 활성화되는 뇌의 특정 부위를 알아낸 후 논문으로 발표했다. 그 부위는 생각에 골몰할 경우 오히려 활동이 줄어들기까지 했다. 뇌의 안쪽 전전두엽과 바깥쪽 측두엽, 그리고 두정엽이 바로 그 특정 부위에 해당한다. 이 부위는 외부 자극없이 몽상을 즐길 때나 잠을 자는 동안에 활발한 활동을 한다. 이 부위의 발견으로 우리가 눈을 감고 가만히 누워 있기만 해도 뇌가 몸 전체 산소 소비량의 20%를 차지하는 이유가 설명되기도 했다.

매년 열리는 멍 때리기 대회에 참석은 못하더라도 일상생활에서 뇌의 신경회로를 건드리는 외부 자극을 차단한 채 하루 10~20분 멍 때리기를 하며 휴식을 취하면 뇌를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우리 청소년들에게 틱톡보다 멍 때리기가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