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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11일 월요일

기고·인터뷰 전문가 기고

잘되면 내 덕, 안되면 남 탓…내로남불 부르는 `귀인오류`

처음 말을 하기 시작한 아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왜?"이다. 일부 심리학자들은 호기심을 인간의 본능으로 분류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는 어른이 된 지금도 끊임없이 원인을 찾으려고 한다. 어떠한 일이나 행동에 대해 원인을 파악하는 것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의미이며, 이는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신이나 타인의 행동에 대해 원인을 찾으려고 하는 것을 '귀인'이라고 한다. 하이더(Heider)는 행동의 원인을 어느 차원에서 찾는지에 따라 내부 귀인과 외부 귀인으로 구분했다. 내부 귀인은 행동의 원인을 성격, 기질 등 내부적인 차원에서 찾는 것이며, 외부 귀인은 환경, 상황 등의 외부적인 차원에서 찾는 것이다.

심리학자인 켈리(Kelley)는 귀인 과정을 공변모형(Covariation model)으로 설명한다. 공변모형은 행위자, 자극, 상황이라는 세 가지 항목이 변화할 때 같은 행동이 관찰되는지를 고려해 행동의 원인을 추론한다는 모형이다. 공변모형은 합의성, 일관성, 특이성으로 구성돼 있다. 합의성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대한 차원으로, 대부분이 그렇게 행동하는지 혹은 거의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일관성은 비슷한 상황에서 항상 같은 행동을 하는지를 말한다. 항상 같은 상황에서는 같은 행동을 한다면 일관성이 높은 것이다. 특이성은 다른 상황에서도 같은 행동을 하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그 사람이 다른 상황에서도 그렇게 행동했다면 특이성이 낮은 것이다. 출근시간에 지하철의 같은 호선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모두 지각을 했다면(합의성이 높으면), 우리 회사 동료의 지각에 대해 외부 귀인할 수 있다. 그러나 늘 지각하던 동료(일관성이 높은)가 지각을 했다면, 내부 귀인하게 된다.

그러나 사람이 늘 공변모형에 따라 세 가지 차원의 정보를 취합해서 원인을 찾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일어나는 귀인 과정은 자동적이고 빠르다. 특히 예상치 못한 일이거나, 부정적이고 불행한 일에 대해서는 더 빠르게 일어난다. 위험에 대한 원인을 빠르게 판단해야 생존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귀인 과정이 자동적이고 빠르게 일어나다 보니 오류와 편향이 나타나기 쉽다. 오류(error)는 지각상의 착오를 말하며, 편향(bias)은 특정 집단에 대해 한쪽으로 치우친 의견이나 견해를 갖는 태도다.

대표적인 오류는 기본적 귀인 오류다. 기본적 귀인 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는 타인의 행동을 설명할 때 상황과 같은 외부 요인들의 영향은 과소평가하고, 성격 같은 내부 요인들 영향은 과대평가하는 것이다. 때로는 범죄 피해자들에게도 이런 오류를 범한다. 명절에 집을 비운 사이 도둑을 맞은 사람에게 문단속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거나, 성범죄 피해자들에게 옷을 야하게 입었다고 말하는 것 모두 귀인 오류에 해당한다.

이런 오류는 자신보다 남에게 더 많이 발생한다. 즉, 자신의 행동에 대한 귀인과 타인의 행동을 관찰했을 때 나타나는 귀인이 다르다는 것이다. 행위자-관찰자 편향(Actor-Observer Bias)은 자신이 행위자일 때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외부 귀인을 하고, 관찰자인 경우에는 행위자의 행동에 대해 내부 귀인을 하는 것을 말한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같은 태도가 이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운전할 때 자신이 과속하면 급한 일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자신을 추월해 과속하는 차를 보면 그 운전자의 성격이 급하거나 난폭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행위자-관찰자 편향은 타인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서 나타나기도 한다. 타인의 상황이나 환경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은 비교적 어렵기 때문에 타인의 행동에 대해서는 내부 귀인을 하기 쉽다는 것이다.

이기적 편향(Self-Serving Bias)은 일이 잘되면 자신이 잘해서이고, 일이 잘못되면 타인의 탓이라고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잘되면 내 덕, 안 되면 남 탓'을 하는 것이다. 멜빈 러너(Melvin Lerner)의 공정한 세상 가설(Just-world hypothesis)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이 얻은 것은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즉, 세상은 공평하며 우리가 우리 삶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나의 성공은 내가 잘했기 때문이라는 내부 귀인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자신의 자존감(self-esteem)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자존감을 높이거나 유지하려는 동기를 갖게 된다. 실패에 대해서는 외부 귀인을 함으로써 다음에 환경이 변화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통해 자존감을 지키는 것이다. 그러나 매번 상황 탓만 하게 되면 자신의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파악하지 못해 실패를 반복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편향은 집단 차원에서도 발생한다. 궁극적 귀인 오류(Ultimate Attribution)는 외집단의 악행은 내부 귀인을 하고, 선행은 외부 귀인을 하는 것이다. 외집단 사람이 나쁜 일을 했다면 역시 저들은 그런 사람들이라고 말하지만, 착한 일을 했다면 저들이 착해서가 아니라 누구라도 그 상황에서는 그렇게 행동했을 거라며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반대로 내집단에서 누군가 나쁜 일을 했다면 집단의 특성이 아니라 개인의 특성으로 치부한다. 이것이 내집단 편향이다.

이처럼 귀인 과정은 자동적이고 빠르게 나타나 행동의 원인을 파악하고 판단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그만큼 오류와 편향이 생기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특히 타인의 행동에 대해 내부 귀인을 하기 전에 상황적 요인은 없었는지, 나였다면 다른 행동을 했을지 등을 한 번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김재윤 ORP연구소 주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