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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2월 13일 목요일
부족함 없이 자란 아이, 꿈도 없다
자신의 진로에 관심을 두는 시기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볼 때다. 가족 구성원 중 하나가 아니라 가족을 벗어나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기 시작할 때,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자존감이 높아지고 자신의 삶에 대해 인지하면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길어질 때, 진로의 의미가 생긴다.
그러나 삶의 수준과 평균소득이 높아지면서 부족함 없는 생활에 안주하게 되었다. 그런 가정 속에서 청소년들이 자신만의 독립적인 고민을 하지 않다 보니 실질적인 진로나 직업교육이 '소귀에 경 읽기'가 되어버렸다. 아이러니하게 삶의 전반적인 질이 과거보다 훨씬 높아진 것이 아이들의 진로교육에 방해가 된다 하니 어른들은 오히려 이를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과거에는 먹고사는 것이 힘들다 보니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고 진지하게 삶의 진로나 직업에 대해 고민할 수 없었던 환경이었다. 그러다 보니 적성보다는 당장 할 수 있는 일, 조금이라도 돈을 더 받을 수 있는 직업 등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직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과거는 어쩔 수 없었지만 지금 윤택한 삶을 영위하고 있는 세대가 적성에 맞는 진로교육을 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윤택함이 진로교육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매슬로 인간욕구 5단계 이론에 따르면 기본적인 인간의 생리욕구, 안전에 대한 욕구가 충족되면 자연스레 사회적 욕구, 존경에 대한 욕구로 이어지고 최종적으로 자아실현의 욕구로 이어지게 돼 있다. 이 이론이 맞는다면 1~2단계 욕구가 대부분 충족되고 있는 현재의 청소년들은 자신의 사회적 진출을 가열하게 추구해야 함에도 오히려 그 삶에 안주해 미래에 대한 꿈 없이 부모가 제공하는 따뜻하고 편안한 삶에 편승하려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이유를 무결핍에 의한 욕구의 부재에서 찾으려고 한다. 기본적으로 사람은 욕구가 있어야 하고 그 욕구가 다른 욕구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동기가 생기고 성취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너무나도 풍족한 환경에서 노력하지 않아도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는 현대의 풍요로움이 동기 결핍으로 이어지고 꿈이 부재하는 현실로 이어진다.
현재의 부모들이 과거 자신의 부족했던 청소년 시절을 생각하며 부족함 없이 자녀를 키우고 싶은 가련한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나, 아무런 노력 없이 주어지는 대가가 청소년들을 꿈이 없는 아이들로 만들어 가고 있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욕구를 그냥 해결해 줄 것이 아니라 간단한 미션 수행이나 집안일 등을 도와줌으로써 자신에게 대가가 지급되고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구매하고 가질 수 있도록 동기 유발과 성취 욕구가 적절히 일어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결핍이 있어야 욕구가 있고, 욕구를 충족하는 과정에서 성취 만족을 느끼며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기 주도성이 독립된 자아로 성장하게 만드는 동력이 되어 미래에 대한 설계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무조건적인 풍요로움보다는 적절한 결핍의 상황을 만들어 생리적·안전적 욕구의 충족이 사회적 욕구를 추구하는 단계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김재우 아이로드 연구원장]
정답: 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