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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5일 수요일

기고·인터뷰 전문가 기고

누구나 위로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어딘가 기대고 싶은 마음에
상담소 찾아오는 학생 늘어
자기만의 힐링 포인트 찾아
힘든 마음 그때그때 풀기를

 

우리 학교 4층에는 상담실인 위클래스(weeclass)가 있다. 작년 10월 1층에서 햇빛이 잘 드는 4층으로 옮기고 내부 벽지도 밝은 색깔로 바꾸고 가구도 들여와 새롭게 단장했다. 작년까지는 어린 신규 직원이 상담교사로 근무했는데 올해 40대 초반의 경험이 많은 전문 상담교사가 전입을 와서 상담실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올해 상담실이 유난히 붐비는 이유를 나름 분석해 보았다.

첫째, 중1 때 코로나19를 직격탄으로 맞은 현재 고 1학생들이 입학하면서 상담 대상이 늘어났다. 4월 실시한 정서행동특성검사에서 고위험군 학생들이 많이 나왔다. 중학교 시절 3년 동안 대부분 원격수업을 하며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던 학생들이 올해 전면 등교를 하며 친구들과 단체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적응에 어려움을 토로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둘째, 상담실 환경이 바뀌면서 어딘가에 기대고 싶은 학생들의 방문이 증가했다. 우리 학교 정문을 나서면 명품거리가 있어서 이 지역의 핫플레이스 한가운데 놓여 있다. 학교를 지을 때부터 운동장이 작았고 2026년쯤에는 잠원동으로 이전할 예정이라 학교 시설에 투자하기가 힘들다 보니 학생들이 쉴 만한 공간이 많지 않다. 이번에 상담실을 분위기 좋은 카페처럼 단장하면서 마음을 기대고 싶은 학생들이 자주 방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셋째, 교육지원청 위센터에서 학생, 학부모를 상담한 경험이 많은 전문 상담교사가 올해 우리 학교로 전입해 오면서 상담 만족도가 올라갔기 때문이다. 상담교사에게 예약을 하지 못한 학생이 '오늘 상담되나요'라고 묻는 것도 들은 적이 있다. 상담교사와 자녀 상담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갔다는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전해 듣기도 했다. 그들에게 상담실은 힐링 포인트인 것이다.

우리는 각자 자신만의 힐링 포인트가 필요하다. 그것은 내 얘기를 잘 들어주는 누군가일 수도 있고, 가만히 앉아 눈 감고 지나가는 바람을 맞는 작은 공간일 수도 있다. 블랙커피 한잔 마시며 멍때릴 수 있는 인적 드문 시간대일 수도 있다. 힘든 일이 생기면 속으로 쌓아두었다 어느 날 갑자기 화산 폭발하듯이 감정이 터지도록 두지 말고 그때그때 풀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임윤희 청담고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