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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5일 수요일

기고·인터뷰 전문가 기고

잘못 솔직하게 인정하고 ˝미안해˝ 말할 줄 아는 용기

학교라는 공간은 아이들의 주 활동무대이다. 학생들이 오랫동안 같은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다 보니 크고 작은 다양한 갈등이 발생한다. 물론 갈등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때로는 갈등 해결 과정에서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감정 변화가 롤러코스터 같은 우리 아이들에게 무조건 올바르게 행동하고 인내하여 갈등 상황을 만들지 말라고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대신 발생하는 갈등을 최우선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진심 어린 사과이다.

2023 개정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교육부) 42페이지에는 '진심어린 사과란? 단지 난처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상대에게 정중하게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적혀 있다. 진심 어린 사과는 화해를 부른다. 이것이 생활교육이고, 아이의 성장이다.

하지만 종종 우리는 '사과'를 '패배'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또 우리 아이가 졌다는 것은 자존감을 낮추는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사과를 통해 화해로 이어지지 않은 학교폭력 사안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조치로 이어진다.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른 가해학생 조치(17조) 제1호는 '서면사과'다. 말 그대로 글로써 미안함을 표현하는 조치이다. 하지만 이 조차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오히려 피해학생이 더 상처받는 일이 발생한다. 그렇다 보니 피해를 입은 쪽에서도 형식적인 사과보다는 실질적 보상 또는 배상을 더 원하게 된다.

한편 그동안 우리는 제대로 사과 방법에 대한 교육을 받았는지, 일방적 사과를 강요해 온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너 ○○에게 사과 안 하면 징계받을 거야"라든지, "너희 둘, 선생님 앞에서 사과해" 등의 지도는 역효과를 내기 마련이다. "미안해, 하지만…"이라고 뒷말이 붙으면서 사과의 의미하고는 멀어진다.

그렇다면 진정한 사과는 어떻게 할까? 먼저 본인 행동으로 인해 상대방의 상황이 어려운지를 공감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으로는 '미안합니다'라는 사과의 마음을 전해야 한다. 둘째는 무엇에 대해 사과하는지 정확히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어떤 행동이 잘못된 행동인지 밝혀주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재발 방지에 대한 다짐을 표현해야 한다. 아무리 사과를 했다고 해도 비슷한 일이 반복되면 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공동체의 건전한 구성원으로 우리 아이들이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사과의 의미와 가치를 확산해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