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태 법무법인 한중 변호사
입력 2026-06-01 09:10teen.mk.co.kr
2026년 06월 09일 화요일
10만원 빌리는 수고비가 1만원?…소액 대출의 정체

박기태 법무법인 한중 변호사
입력 2026-06-01 09:10
(출처: 게티이미지 뱅크)
좋아하는 아이돌의 한정판 굿즈가 나오거나 게임에서 꼭 사고 싶은 아이템이 생겼는데 하필 돈이 부족할 때 일부 청소년이 SNS를 통해 돈을 빌리는 사례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돈이 필요하다는 글을 올리면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내가 10만원 보내줄 테니까 3일 뒤에 수고비 1만원만 더해서 11만원으로 갚아. 대신 늦으면 하루에 지각비 2000원씩 붙어!"라며 연락해오는 식입니다.
복잡한 서류도 필요 없습니다. 학생증 사진이나 카카오톡 프로필 화면만 보내면 된다고 하면서 청소년을 꾑니다. 10대 사이에서는 이런 방식이 댈입(대리입금)이나 '소액 융통' 같은 은어로 통하기도 합니다.
10만원을 빌리고 3일 뒤에 11만원을 갚는 조건. 1만원이란 돈만 보면 단순한 수고비처럼 보이지만, 이를 금융의 기준인 연 이자율로 계산해보면 충격적인 결과가 드러납니다.
단 3일 만에 원금의 10%를 이자로 내는 셈인데, 이를 1년(365일) 기준으로 환산하면 연 1200%가 넘는 폭리를 취하는 겁니다. 법이 정한 최고 이자율은 연 20%입니다. 합법적인 은행은 물론 등록 대부업체도 10만원을 빌려줬을 때 1년 동안 받을 수 있는 이자는 최대 2만원 수준을 넘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불법 대출 업자들은 단 3일 만에 1만원을 요구하고, 갚는 날짜가 늦어지면 '지각비'란 이름으로 추가 금액까지 붙입니다. 이는 단순한 수고비가 아니라 법을 무시한 명백한 범죄입니다.
여기서 이런 궁금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서로 합의만 하면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10만원을 빌려주면 1만원을 이자로 받기로 서로 동의했는데 왜 불법이라고 하는 거죠?"
아주 중요한 질문입니다. 자본주의의 기본 원칙 중 하나는 계약의 자유입니다. 하지만 돈을 빌리는 문제는 단순한 물건 거래와는 다릅니다. 돈은 생존과 연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정말 급하게 돈이 필요한 사람은 이자가 지나치게 높더라도 어쩔 수 없이 불리한 조건을 받아들이게 될 수 있습니다.
만약 정부가 이자의 한계를 정해두지 않는다면, 돈이 있는 사람이 어려움에 처한 사람의 절박함을 이용해 과도한 이익을 얻는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과거, 빚을 갚지 못해 노비로 팔려 갔던 것처럼요. 그래서 역사적으로 많은 국가들은 빚과 이자를 엄격하게 규제해왔고, 현대 사회에서도 최고이자율 제한이나 추심 방법 제한 같은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즉, "서로 합의했다"는 이유만으로 인간의 삶을 지나치게 위협하는 계약까지 모두 허용하지는 않습니다. 벼랑 끝 약자를 보호하고, 빚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이 무너지는 일을 막기 위해 만든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바로 이자제한법 같은 제도입니다.
돈을 갚지 못하면 처음과 태도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담보로 받은 학생증 사진이나 연락처를 이용해 부모님께 대신 돈을 갚으라고 협박하거나 학생의 사진과 개인정보를 SNS에 올려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겠다고 하죠.
만약 이런 협박을 받고 있다면 절대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 마세요. 부모님이나 친구들에게 연락하겠다고 위협하거나 개인정보를 퍼뜨리겠다고 협박하는 행위는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등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는 심각한 징역형 범죄입니다.
청소년이 불법 사금융 문제에 휘말렸을 때, 법은 몇 가지 중요한 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첫째, 미성년자의 계약 취소권입니다. 민법상 만 19세 미만의 미성년자가 부모님의 동의 없이 맺은 금전 대차 계약은 취소할 수 있습니다.
둘째, 최고이자율 제한입니다. 앞서 설명했듯 법정 최고이자율인 연 20%를 초과하는 이자는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악성 불법 사금융에 대해 정부와 법원도 강하게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즉, 법은 청소년이 불법적인 고금리 대출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여러 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는 것입니다.
불법 대출 업자들은 청소년들이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혼날까봐 두려워한다는 점을 이용합니다. "부모님이 알면 큰일 난다"는 식으로 겁을 주며 계속 통제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부모님께 굿즈나 게임 아이템 문제로 혼나는 일은 잠깐일 수 있어도 불법 사금융 문제를 혼자 숨기고 해결하려 하면 더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부모님, 선생님, 학교 상담사, 경찰(112), 금융감독원(1332) 같은 어른 또는 기관에 즉시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명심하세요. SNS에서 접근하는 고금리 대출은 친절한 도움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거래입니다. 혼자 숨길수록 문제는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용기를 내어 믿을 수 있는 어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 그것이 가장 빠르고 안전한 해결 방법입니다.
법무법인 한중 변호사
정답: 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