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태 법무법인 한중 변호사
입력 2026-05-04 09:10teen.mk.co.kr
2026년 05월 11일 월요일
촉법소년은 무적? … 소년법의 숨겨진 진실

박기태 법무법인 한중 변호사
입력 2026-05-04 09:10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뉴스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다 보면 가슴이 답답해지는 사건들을 종종 마주하게 됩니다.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10대 청소년이 "난 촉법소년이라 감옥에 안 가는데?"라며 경찰이나 피해자를 조롱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기사에는 어김없이 "소년법을 폐지하라" "촉법소년 나이를 낮춰서 감옥에 보내라"는 분노의 댓글이 달립니다. 일부 10대 청소년 사이에서도 처벌을 피하는 '방패'처럼 이 제도를 오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 촉법소년이란 제도를 만들었고 왜 바꾸자는 것인지, 그리고 실제로 해외에서 촉법소년 나이를 바꿨을 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차근차근 짚어보겠습니다.
법은 왜 형사미성년자를 만들었을까?
우리나라 형법 제9조를 보면 '14세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범죄를 저지른 날을 기준으로 만 14세 생일이 지나지 않은 아이는 촉법소년으로 분류해 성인과 똑같은 형벌(징역 등)을 내리지 않는 것입니다.
왜 이런 제도를 두었을까요? 형법은 누군가에게 형벌을 부과하려면 그 사람이 스스로 '내 행동이 범죄라는 것을 완벽히 깨닫고 충동을 조절할 수 있는 이성적인 책임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자동차 운전면허를 딸 때 일정한 나이와 인지 능력을 요구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법은 10대 초중반의 청소년이 아직 뇌과학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완전히 성숙하지 않아 이 책임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합니다.
명심해야 할 것은 죄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는 겁니다. 행동이 잘못된 것은 맞지만 이들에게 전과 기록을 남기는 대신 교육과 치료를 통해 올바른 어른으로 자라날 기회를 주고자 한 것이 바로 이 제도의 핵심 철학입니다.
왜 지금 나이를 낮추자는 이야기가 나올까?
최근 만 14세란 기준을 만 13세나 만 12세로 낮추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청소년의 신체 발달이 빠르고 스마트폰과 인터넷 발달로 정보 접근이 쉬워지면서 과거보다 이른 나이에 옳고 그름을 인식한다는 주장입니다.
또한 일부 청소년 범죄는 단순한 일탈을 넘어 점점 조직적이고 잔혹해지면서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졌습니다. 촉법소년 제도를 범죄에 악용하는 청소년이 생겨나면서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나이를 낮추는 것만이 답일까?
그렇다면 나이를 낮추면 문제가 해결될까요? 해외 사례를 보면 답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앞서 복지강국 덴마크는 2010년 청소년 범죄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자 형사책임 연령을 기존 15세에서 14세로 낮췄습니다. 그러나 기대했던 범죄 억제 효과는 뚜렷하지 않고 오히려 형사처벌을 받은 14세 청소년의 재범률이 증가했습니다.
어린 나이에 전과자가 돼 정상적인 학교생활이나 취업이 불가능해지자 다시 범죄를 일으킨 겁니다. 결국 덴마크는 2년 만인 2012년에 형사책임 연령을 15세로 되돌렸습니다.
이 사례는 가정 폭력, 빈곤, 학교 폭력 등 청소년 범죄 원인을 손보지 않고 처벌만 강화하는 것이 결코 올바른 해결 방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어린 나이에 형사처벌을 받았을 때 생길 수 있는 낙인 효과와 사회 부적응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촉법소년은 진짜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꼭 짚고 넘어갈 점이 있습니다. 촉법소년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다는 인식은 사실과 다릅니다. 형사처벌로 전과가 남지 않을 뿐 소년법에 따라 엄격한 보호처분을 받습니다. 경우에 따라 소년원에 수감되기도 합니다.
소년원에서는 외출이 제한되고 엄격한 규율과 통제 속에 생활합니다. 길게는 2년 동안 수용돼 결코 가벼운 조치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일정 기간 사회와 격리되는 경험은 큰 제약입니다.
촉법소년 제도는 우리 사회가 미성년자에게 베푸는 관용이자 간절한 부탁입니다. 처벌을 피하기 위한 장치가 아닌 다시 바로 설 기회를 남겨두기 위한 제도입니다. 법이 나이에 따라 다르게 판단하는 것은 앞으로 더 나은 사람으로 변화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믿기 때문입니다.
법무법인 한중 변호사
정답: 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