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태 법무법인 한중 변호사
입력 2026-03-23 09:11teen.mk.co.kr
2026년 05월 11일 월요일
3·1절, 총칼 앞 '만세'와 소름 돋는 '예언'의 진실

박기태 법무법인 한중 변호사
입력 2026-03-23 09:11
(출처: 게티이미지 뱅크)
여러분, 달력에 빨간 글씨로 적힌 수많은 국경일 중 우리나라에 가장 중요한 날은 언제일까요? 광복절? 제헌절?
아마 1919년 3월 1일, 유관순 열사가 태극기를 흔들고 전국 방방곡곡에 함성이 울려 퍼졌던 '3·1절'을 떠올릴 겁니다. 그런데 이날의 기록을 들여다보면, 아주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왜 항의한 날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그리고 아직 독립이 된 것도 아니고 일본 순사들이 총칼을 들고 서 있는데, 왜 사람들은 '일본 물러가라!'라고 항의하지 않고, 이미 독립이 된 것처럼 '대한독립 만세'라며 축하했을까?"
혹시 힘이 없으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이루어진다는 식의 정신 승리였을까요? 아닙니다. 이 '만세'라는 단어 속에는 국가를 탄생시키는 위대한 법적 마법이 들어 있습니다. 그 이름은 바로 '사회계약론'입니다.
국가라는 거대한 길드, 언제 만들어질까?
온라인 게임에서 새로운 '길드(Guild)'를 만든다고 생각해 봅시다. 길드는 언제 탄생하나요? 게임 운영자가 허락해 줄 때? 아니면 다른 길드와 싸워서 이겼을 때? 아닙니다. 유저들이 모여서 "우리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오늘부터 하나의 길드를 만들자!"라고 합의하고 선언하는 바로 그 순간 탄생합니다.
근대 국가가 탄생하는 원리도 이와 같습니다. 이것이 바로 '사회계약론'입니다. 국가란 왕이 땅을 차지해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우리 손으로 국가를 만들고 국가에 자유와 권리 일부를 위임하는 계약을 맺자"라고 선언하는 순간 생겨납니다. 미국의 가장 큰 축제인 독립기념일(7월 4일)이 전쟁에서 이긴 날이 아니라, 문서를 통해 '독립선언서'를 발표한 날인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1919년 3월 1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민중의 대표가 모여 "조선은 이제부터 독립된 나라이며 민주 국가"라고 선언했고, 수백만 명 민중이 그 계약에 동의하며 "우리 손으로 새로운 나라를 세운 것을 축하한다!"는 의미로 '만세'를 외친 것입니다. 당시 사람들은 순사의 눈을 피해 한밤중에 산에 올라가 만세를 부르기도 했는데, 당시 일본인들은 이를 비웃었으나 항의 시위가 아닌 선언과 축하를 하고 있었기에 일어난 일입니다.
총칼을 든 일본이 일시적으로 우리의 주권 행사를 방해하고 있었을 뿐, 법적으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조선부터 이어졌고, 1919년 3월 1일, 민중의 합의(사회계약)를 통해 대한민국이라는 형태로 생겨난 것입니다. 그렇기에 3·1 운동은 나라가 건립된 순간입니다. 그래서 제헌 헌법(최초의 헌법)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순진한 몽상가들? 아니, '천재적인 예언가'들!
일각에서는 3·1운동을 두고 이렇게 깎아내리기도 합니다. "그깟 만세 부른다고 당장 독립이 됐냐? 결국 미국이 일본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려 독립한 거 아니냐. 만세 운동은 정세를 모르는 순진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날 민족대표들이 낭독했던 '기미독립선언서'를 읽어보면 이들이 냉철하게 세계(게임 메타)를 읽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은 일본이 조선을 계속 식민지로 두면 중국이 불안에 떨 것이고 여러 나라와 전쟁을 치르다 몰락할 것을 예측하며, 지금 조선을 독립시킬 것을 촉구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일은 그대로 이루어졌습니다.
3·1절, 우리가 기억해야 할 '주인 됨의 선언'
3·1절은 계층과 성별의 차이 없이 이 땅의 민중들이 스스로 '사회계약'을 맺어 국가를 탄생시킨 날이자, 가장 날카로운 지성으로 세계의 평화를 외쳤던 위대한 날입니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와 경제력은, 힘없는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우리가 이 나라의 주인"이라고 외쳤던 그 위대한 선언 위에서 시작되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법무법인 한중변호사
정답: 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