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현 과천외고 영어교사
입력 2026-07-06 09:09teen.mk.co.kr
2026년 07월 11일 토요일
북극은 녹는데, 돈길은 열리고…북극항로 딜레마

김창현 과천외고 영어교사
입력 2026-07-06 09:09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인천공항에서 미국 뉴욕으로 여행을 간다고 해봅시다. 이 비행기가 가장 빨리 뉴욕에 가려면 어떤 경로를 취하는 게 좋을까요? 세계지도를 떠올려본다면 서울에서 뉴욕까지 태평양을 가로질러 가는 것, 즉 왼쪽 아래에서 오른쪽 위로 살짝 올라가는 대각선 방향의 직선주로가 가장 빠를 것 같습니다.
그러면 비행기가 이륙하고 몇 시간 지나고 나서 좌석 앞 모니터에 뜨는 실제 비행경로를 확인해볼까요? 그런데 아마 비행기는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러시아 시베리아와 알래스카, 심지어 북극 근처의 하늘을 커다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고 있을 겁니다. 왜 이런 걸까요?
이는 우리가 흔히 보는 직사각형 모양의 평면 세계지도가 가진 왜곡 때문입니다. 지구는 축구공처럼 둥그런 모양인데, 그 표면에 있는 땅을 평평한 지도에 나타내려고 하다 보니 축구공 위쪽과 아래쪽은 실제보다 넓게 두드려 펴서 그릴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즉 지구의 북극과 남극에 가까운 땅은 실제보다 커 보이고, 적도에 가까운 땅은 실제보다 작아 보이는 거죠.
3차원 구체 위에서 두 지점을 잇는 최단거리를 '대권항로'라고 부르며, 장거리 노선의 비행기들은 연료와 시간을 아끼기 위해 매일 이 추운 북극 하늘을 지름길로 삼아 날아가고 있습니다.
◆ 얼음 바다와 얼음 대륙
만약 이렇게 지구의 위아래 모서리로 가는 것이 유리하다면, 반대로 지구 아래쪽인 남극을 통과하는 길은 어떨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남극은 글로벌 무역에서 결코 유용한 항로가 될 수 없습니다. 남극 연안에는 무역을 주고받을 만한 국가나 거대한 항구 도시가 전혀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글로벌 무역을 주도하는 전 세계 인구와 주요 경제 중심지인 아시아, 유럽, 북미 대륙이 모두 지구의 북반구에 밀집해 있습니다. 게다가 북극은 대륙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바다'인 반면, 남극은 얼음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대륙'이라 배가 가로지를 수도 없습니다. 이런 지리적·경제적 이유로 남극보다는 북극에 주목하게 됩니다.
◆ 기후위기가 열어젖힌 11억원의 마법
지구 위쪽으로 날아가는 것이 지름길이라면, 많은 짐을 싣고 해외를 오가는 화물선들도 같은 사정이지 않을까요? 실제로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가까운 북극 지름길을 두고 지금까지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수출품을 실어 나르는 배들은 주로 인도양을 지나 중동의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남쪽 바닷길을 이용해왔습니다. 북극 지름길을 그동안 쓰지 못했던 이유는 북극의 매서운 추위와 단단한 얼음 때문이었습니다. 거대한 얼음을 깨부수며 나아가는 특수 선박인 쇄빙선이 앞장서지 않으면 배가 얼음에 갇혀버리는 험난하고 무서운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현재 피부로 겪고 있는 현실인 지구온난화가 이 상황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북극의 빙하가 무서운 속도로 녹아내리면서 이제는 여름철 한시적으로나마 쇄빙선 없이 상선이 북극항로를 무사히 지나갈 수 있는 뱃길이 열린 것입니다.
이 항로가 기업들에 얼마나 큰 이익을 가져다주는지 수천 대의 자동차를 실은 거대한 운반선이 부산항을 출발해 네덜란드의 로테르담항까지 간다고 가정해봅시다. 기존의 수에즈 운하를 거쳐 가는 남방 항로를 이용하면 거리는 약 2만2000㎞에 달하고, 항해하는 데만 꼬박 40일 가까운 시간이 걸립니다. 반면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거리는 약 1만5000㎞로 크게 줄어들고, 운항 시간 역시 30일 이내로 단축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해운업계에서 대형 자동차 운반선을 기준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극한의 환경을 대비한 특수 선박 건조 비용이나 러시아 측에 지불해야 하는 쇄빙선 에스코트 비용 및 통행료를 모두 제외하고도 1회 운항 시 83만달러(약 11억원) 이상의 순수 물류비를 아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정으로 인해 수에즈 운하와 홍해를 지나는 선박들이 위협받는 현실을 고려하면 북극항로의 가치는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얼음
지구 환경만을 생각한다면 북극항로에 상선을 띄우지 않고 북극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수많은 거대 상선이 북극해를 드나들게 되면 환경은 순식간에 오염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화물선이 뿜어내는 매연 속 찌꺼기인 '블랙 카본(검은 탄소)' 성분이 새하얀 눈과 얼음 위에 내려앉는 것이 가장 치명적입니다. 본래 북극의 하얀 빙하는 거울처럼 태양 빛을 우주로 반사해 지구의 기온을 조절하는 에어컨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시커먼 매연이 얼음을 덮게 되면 빛을 반사하지 못하고 오히려 뜨거운 태양열을 흡수하게 됩니다. 이는 북극 빙하를 더욱 빠르게 녹이는 무서운 악순환을 낳게 됩니다. 기업들이 11억원을 아끼려는 경제적 탐욕이 결국 지구 기후 시스템을 붕괴시키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것입니다.
과천외고 영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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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항로
평면 지도의 왜곡을 넘어 둥근 지구본 위에서 찾아낸 아시아~유럽 간 최단 거리 지름길입니다.
화물선이 뿜어내는 검은 탄소가 새하얀 빙하를 덮어 태양열 흡수를 늘리고 기후 위기를 가속하는 북극항로의 부작용입니다.
정답: 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