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현 과천외고 영어교사
입력 2026-04-13 09:10teen.mk.co.kr
2026년 05월 11일 월요일
평화를 향한 슛 … 드로그바의 호소

김창현 과천외고 영어교사
입력 2026-04-13 09:10
(출처: 연합뉴스)
스포츠 외교 시리즈의 마지막 주인공은 우리에게 '드록신'이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축구 선수, 디디에 드로그바입니다. 앞서 지난호에서 살펴본 탁구와 럭비가 국가 간 벽을 허물고 인종 간 화해를 이끌었다면, 이번에는 전쟁의 포화 속에서 축구공 하나가 어떻게 평화의 불씨가 되었는지 그 과정을 소개합니다.
아름다운 해안의 비극
아프리카 서부의 코트디부아르는 한때 '상아해안'이라 불리며 번영을 누리던 나라였습니다. 하지만 2002년부터 남부 정부군과 북부 반군으로 나뉘어 처절한 내전에 휩싸였습니다. 수년간 이어진 분쟁으로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고, 나라는 사실상 반으로 쪼개진 것과 다름없었습니다. 여러 차례의 휴전 협상과 평화 시도가 있었지만, 불신과 증오의 벽은 좀처럼 허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2005년 10월, 축구 국가대표팀의 월드컵 본선 진출 여부가 결정되는 중요한 경기가 열렸습니다.
승리한 거인이 무릎을 꿇다
코트디부아르는 수단과의 예선 경기에서 승리하며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 지었습니다. 그런데 승리 팀의 주장인 디디에 드로그바는 라커룸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습니다. 동료들과 함께, 생중계 카메라 앞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이크를 잡고 전 국민을 향해 호소했습니다.
"코트디부아르 국민 여러분, 북부와 남부, 중부와 서부의 모든 분께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오늘 월드컵 진출을 통해 하나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제발 단 일주일만이라도 총을 내려놓고 전쟁을 멈춰 주십시오."
세계적인 스타가 진심을 다해 호소하는 모습은 내전으로 지친 국민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드로그바의 이 한마디가 곧바로 전쟁을 끝낸 선언은 아니었지만, 지지부진했던 평화 협상을 재개하고 국민 통합의 필요성을 일깨우는 하나의 상징적 촉매제가 됐습니다. 이후 코트디부아르 사회에서는 화해를 향한 목소리가 힘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적의 심장에서 축구를
드로그바의 노력은 경기장 밖에서도 계속됐습니다. 2007년 그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예선 경기를 반군의 거점이었던 북부 도시 '부아케'에서 개최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반군 지역에서 국가대표 경기를 치르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지만, 그는 스포츠가 가진 소통의 힘을 믿었습니다.
경기가 열리던 날, 부아케 경기장에는 정부군과 반군 측 인사들, 그리고 시민들이 함께 모여 대표팀을 응원했습니다. 이 상징적 사건은 이후 이어지는 평화 프로세스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완벽한 마법은 아니었지만…
물론 스포츠가 복잡한 정치적 갈등을 단번에 해결할 수는 없었습니다. 코트디부아르는 2010년 대선 이후 다시 한번 심각한 정치적 위기와 무력 충돌을 겪는 아픈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드로그바와 대표팀이 보여준 통합의 정신은 갈등을 봉합하고 대화를 재개하는 중요한 심리적 지지대가 됐습니다.
2011년 이후 코트디부아르는 상대적으로 안정을 회복하며 경제 재건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드로그바는 은퇴 후에도 자신의 재단을 통해 의료 시설을 건립하고 교육을 지원하는 등 조국의 안정을 돕는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비록 정치적 긴장이나 지역적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그가 뿌린 평화의 씨앗은 코트디부아르가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소중한 자산이 됐습니다.
스포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외교관
지난 3회에 걸쳐 우리는 탁구공, 럭비공, 그리고 축구공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상대에 대한 존중, 정정당당한 승부, 우리 모두가 같은 인간이라는 공감이 있다면 스포츠는 언제든 갈등의 중재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같이 공을 굴리다 보면 평화라는 소중한 우리의 꿈에 함께 닿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과천외고 영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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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디부아르 내전
수천 명의 사상자를 낸 남부 정부군과 북부 반군 사이의 무력 충돌.
드로그바의 라커룸 호소
2005년 월드컵 진출 확정 직후, 무릎을 꿇고 국민 통합을 요청하며 평화의 아이콘이 된 사건.
부아케 경기
반군 거점 지역에서 국가대표 경기를 개최하여 남북 화해의 가능성을 보여준 상징적 이벤트.
정답: 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