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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4월 16일 목요일

佛 원전·獨 천연가스 에너지 빅딜 까닭은

김창현 과천외고 영어교사

입력 2026-03-02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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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GPT, Gemini 생성

(출처: ChatGPT, Gemini 생성)

 

"유럽연합(EU)의 쌍두마차" "유럽의 엔진". 프랑스와 독일 두 나라를 부를 때 흔히 쓰는 표현입니다. 유럽이라는 거대한 배를 이끌어가는 건 결국 이 두 나라라는 뜻이죠. 하지만 과거 세 번이나 전쟁을 치르고 눈물의 화해를 했던 이 두 친구, 지금은 모든 게 척척 잘 맞을까요?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최근 '전기 코드'를 어디에 꽂을지를 가지고 얼굴을 붉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에너지 문제입니다.

 

독일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은 위험하다"라며 탈원전 정책을 강력하게 밀어붙였고, 20234월 마지막 원전의 가동을 중단하며 이를 완료했습니다.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를 늘리고, 부족한 전기는 천연가스로 보충하려 합니다. 반면 프랑스는 "원전은 탄소도 나오지 않아 친환경적인 데다, 대체에너지와는 달리 날씨나 기후에 관계없이 전력을 생산할 수 있어 안정적"이라는 입장입니다. 프랑스는 전력의 70% 가까이를 원자력으로 만드는 '원전 강국'이거든요.

 

그럼 프랑스와 독일 각자가 원하는 대로 따로 에너지 정책을 펼치면 되지 않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발전소를 짓는 건 각 나라 마음입니다. 하지만 돈 문제가 걸려 있습니다. EU에는 에너지 정책의 기초가 되는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 즉 녹색 분류 체계가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친환경 인증 마크'인데, 이 마크를 받아야만 발전소를 지을 때 싼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고, 정부 보조금도 받을 수 있습니다. 프랑스는 "원자력도 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니 친환경 마크를 붙여줘!"라고 주장했고, 독일은 "위험한 폐기물이 나오는 원자력이 어떻게 친환경이냐!"라며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이 싸움은 단순한 자존심 대결이 아니었습니다. 프랑스 입장에서는 원자력이 친환경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앞으로 발전소를 지을 때 막대한 금융 비용을 치러야 합니다. 독일 역시 자신들이 주력하는 천연가스가 친환경 과도기 에너지로 인정받지 못하면 산업 경쟁력이 떨어질 위기가 찾아올 수 있었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유럽은 각국의 전력망이 서로 국경을 넘어 연결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원래 한 나라의 전력이 부족하면 다른 나라에서 끌어 쓸 수 있으니까 효율적인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특정한 나라가 계속 전력이 부족하다면 어떻게 될까요? 다른 나라가 그만큼 보내줘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는 뜻도 됩니다.

 

그러다 보면 내가 쓸 전기까지 모자랄 수도 있겠죠. 조금 어려운 말로 하면, 이웃 나라의 에너지 정책 실패는 곧 나의 정전 사태로 이어질 수 있기에 프랑스와 독일도 서로의 에너지 정책을 그냥 보고만 있기는 어려운 것입니다. 그럼 독일과 프랑스를 포함한 EU 27개국 전체의 의견을 모아서 결정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간단하지 않습니다. EU의 의사결정 자체가 프랑스와 독일이 서로 협조하지 않으면 중요한 결정이 내려지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EU의 투표 방식은 독특하게도 '회원국 수'뿐만 아니라 '인구수'를 함께 따지는 '이중 다수결(Double Majority)'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인구가 많은 나라의 목소리가 더 크다는 뜻이죠. 독일(8400만명)과 프랑스(6800만명)의 인구를 합치면 EU 전체 인구의 약 34%나 됩니다.

 

EU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인구 65%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이 두 나라가 손을 잡고 "반대!"를 외치면, 나머지 나라들이 아무리 뭉쳐도 법안을 통과시키기 어렵습니다. , 두 나라의 합의는 유럽 전체의 법이자 규칙이 되는 셈입니다. 그런데 이 두 거인이 '어떤 발전소를 지을 것인가'를 두고 정반대의 길을 걷고 싶었던 것이죠.

 

결국, 이 치열한 줄다리기의 끝은 어땠을까요? 두 나라는 서로의 목을 조르는 대신 '정치적 타협'을 선택했습니다. 2022, 일정한 안전 기준을 갖춘 프랑스의 원자력도, 독일의 천연가스도 조건부로 '친환경' 목록에 넣어주기로 한 이른바 '빅딜'이 성사된 것이죠.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각자의 이익을 챙기면서 유럽 전체의 합의를 이끌어낸 것입니다.

 

프랑스와 독일은 에너지 문제에서 여전히 으르렁거리는 경쟁자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서로가 없으면 유럽이라는 거대한 시스템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파트너이기도 합니다. "티격태격은 있어도, 함께할 결심을 한 사이" 이것이 바로 두 나라가 유럽을 이끄는 비결 아닐까요? 앞으로 두 나라가 또 어떤 문제로 다투고 화해하며 유럽의 미래를 그릴지, 계속 지켜봐야겠습니다.

과천외고영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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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다수결

회원국 수(55%)와 인구수(65%)를 동시에 반영하는 EU의 의사결정 구조.

 

그린 택소노미

(Green Taxonomy)

어떤 경제활동이 환경에 친화적인지를 정한 EU의 녹색 분류 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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