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현 과천외고 영어교사
입력 2026-02-09 09:09teen.mk.co.kr
2026년 04월 16일 목요일
佛·獨 주도 석탄동맹에서 EU 초석 만들어져

김창현 과천외고 영어교사
입력 2026-02-09 09:09![유럽통합의 초석을 놓은 로베르 쉬망 전 프랑스 외무장관(가운데). [AP=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cms.mk.co.kr/cms/v1/storage/content/view/news-p.v1.20260126.716498a16bc44ecd96f84992e17489d6.png/t2)
유럽통합의 초석을 놓은 로베르 쉬망 전 프랑스 외무장관(가운데). [AP=연합뉴스 자료사진]
프랑스와 독일은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세 번의 참혹한 전쟁을 치르며 쌓아온 원한의 역사를 공유합니다. 특히 프랑스 입장에서는 보불전쟁의 굴욕부터 세계대전에서 두 번이나 침략당하며, 독일 때문에 피를 흘린 가슴 아픈 역사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두 나라는 손을 맞잡고 '유럽의 쌍두마차'라 불리며 독보적 협력 모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극적인 변화가 가능했을까요?
석탄과 철강: 전쟁 도구를 공동 관리하자
전쟁이 일어나는 데에는 여러 가지가 필요하겠지만 대포와 탄약 전투기를 만들고 운영할 자원, 즉 군수 자원이 없어서는 안 됩니다. 당시 유럽에서 군사력의 핵심은 석탄과 철강이었습니다. 그래서 프랑스는 생각했습니다. "전쟁에 필요한 재료를 서로 함께 관리한다면 다시는 전쟁을 일으킬 수 없지 않을까?"
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1951년에 중요한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프랑스와 서독(독일의 서부 지역), 그리고 이탈리아와 벨기에·네덜란드·룩셈부르크가 힘을 합쳐 석탄과 철강을 공동으로 관리하는 조직을 만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유럽 석탄·철강 공동체입니다. 적이었던 나라들이 가장 중요한 산업을 공유하기로 한 것은 당시로서는 매우 혁신적인 선택이었습니다. 이 결정 덕분에 두 나라는 서로를 감시하는 대신 서로를 믿는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베르사유의 악몽, 엘리제궁의 약속
경제적 결합에 정치적 결단이 더해지며 협력은 완성의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1963년 1월 프랑스의 샤를 드골 대통령과 서독의 콘라트 아데나워 총리는 파리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궁에서 '독불 협력 조약(엘리제 조약)'을 체결합니다.
이는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갖습니다. 과거 독일 제국이 선포되며 프랑스에 굴욕을 안겼던 장소가 베르사유였다면 1963년의 엘리제궁은 평화를 약속하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양국은 이 조약을 통해 외교와 국방, 교육 정책을 정기적으로 협의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선언을 넘어 국가의 주요 정책을 상시적으로 긴밀히 조율하려는 매우 이례적인 시도였습니다.
'독불 청소년 기구(OFAJ)': 미래 세대를 향한 투자
진정한 화해는 정치인의 서명이 아닌 시민의 마음으로 완성되었습니다. 엘리제 조약의 핵심 성과인 '독불 청소년 기구(OFAJ)'는 설립 이래 현재까지 900만명 이상의 청소년 교류를 지원해왔습니다. 프랑스 학생은 독일어를, 독일 학생은 프랑스어를 배우며 서로를 '잠재적 적군'이 아닌 '파트너'로 인식하며 자랄 기회를 만들어왔습니다.
맞서 싸우는 적에서 함께 싸우는 군으로
양국은 공동 전투기 개발을 논의하고, 공동 군사 부대(독불 여단)를 운영하며 협력을 넓혀갔습니다. 특히 2006년에는 고교 역사 교과서를 공동으로 집필했는데, 이는 양국의 시각 차이를 숨기지 않고 함께 다루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과거사를 보다 성숙하게 직시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유럽의 '쌍두마차'
물론 오늘날에도 두 나라의 관계가 늘 매끄러운 것은 아닙니다. 에너지 정책(원자력 vs 신재생)이나 국방비 지출 비중을 두고 치열한 논쟁을 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갈등을 '결별'의 신호가 아닌 '조정'해야 할 과제로 받아들입니다. 현재 유럽연합(EU) 내에서 경제 위기나 안보 문제 등 굵직한 현안이 터질 때마다 프랑스와 독일이 가장 먼저 머리를 맞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서로 다르기에 더 강력한 보완 관계가 될 수 있음을 지난 수십 년의 역사가 증명하기 때문입니다.
함께 걸을 용기
프랑스와 독일의 화해는 과거를 잊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 알기에 다시는 전쟁의 길로 들어서지 않겠다는 처절하고도 이성적인 선택이었습니다. "원수도 가장 가까운 동반자가 될 수 있다"는 이들의 서사는 갈등이 깊어지는 현대 국제사회에 여전히 묵직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다음 회차 예고 3회차에서는 프랑스와 독일이 주도하는 오늘날의 EU가 직면한 구체적인 도전 과제들, 그리고 '하나 된 유럽'이라는 꿈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을 깊이 있게 분석해보겠습니다.
과천외고 영어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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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석탄·철강 공동체
전쟁의 가능성을 차단한 실질적 조치.
엘리제 조약
독일과 프랑스의 협력 관계를 정의한 획기적 조약.
독불 청소년 기구
서로의 청소년이 문화를 교류하는 기회.
정답: 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