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매일경제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을 보통 '동아시아'라고 지칭합니다. 아시아의 동쪽이라는 의미지요. 그럼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동아시아의 반대쪽, 서쪽 끝으로 가면 어느 나라가 있을까요? 얼마 전까지 터키라고 불렸던 '튀르키예'가 있습니다. 직선거리로는 약 8000㎞, 비행기로 쉬지 않고 날아가도 12시간 정도 걸리는 먼 거리입니다. 그런데 이 튀르키예와 한국은 서로를 '형제의 나라'라고 부릅니다. 어떻게 이렇게 먼 곳에 우리의 형제가 생기게 된 것일까요?

튀르키예와 우리나라의 인연은 의외로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삼국 중 만주와 한반도에 걸쳐 있던 고구려는 중국 세력과 끊임없이 전쟁을 벌였는데요, 그중 하나가 수나라였습니다. 수나라는 중국대륙을 통일한 강력한 상대였기 때문에, 고구려는 수나라와 인접하고 있던 '돌궐'이라는 나라와 교류하며 수나라를 견제하려고 하였습니다. 이 돌궐의 다른 이름이 바로 '튀르크(Turk)'이고, 튀르키예의 직접적인 선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돌궐이 중국의 압박을 받으면서 원래 살던 곳부터 서쪽으로 쭉 퍼져나가게 되는데, 그 서쪽 끝에 남은 사람들이 현재 튀르키예 사람들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동쪽의 돌궐과 서쪽의 튀르키예 사이에 있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은 모두 돌궐의 후손들로, 현재도 언어와 문화 사이에 유사점이 상당히 많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한국과 튀르키예가 형제의 나라가 된 데에는 한국전쟁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당시 튀르키예는 대한민국을 도와준 16개국의 연합국 중 네 번째로 많은 1만5000명의 군인을 파병하였습니다. 지금이야 해외에 나가도 대한민국을 모르는 사람들이 별로 없을 정도로 우리나라의 위상이 높지만, 그때 우리나라는 정부가 수립된 지 불과 10년도 되지 않은 데다 내세울 만한 산업조차 하나 없는 힘없는 신생 국가였습니다.

 터키군이 발간한 사진집에 담긴 '6.25전쟁 영웅' 메흐메트 괴넨츠 중위(오른쪽)와 전쟁고아의 모습. (출처: 하르비예 군사박물관 제공=연합뉴스)

튀르키예는 이러한 우리나라를 위해서 많은 군인을 파병하여 피를 흘렸고, 중공군을 상대로 빛나는 전과를 올렸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튀르키예 군인들은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우리나라 어린이들을 위해서 '앙카라학원'이라는 고아원까지 세웠습니다. 전쟁은 1953년 끝났지만 1966년까지 운영하며 640여 명의 아이들을 안전하게 돌봐주었습니다. 2017년에는 이러한 실화를 다룬 '아일라'라는 영화가 한국과 튀르키예에서 동시에 개봉하기도 하였습니다.

두 나라 사이의 우정이 훈훈하게 빛났던 것이 2002년 월드컵 3·4위 결정전이었습니다. 우리나라와 튀르키예가 맞붙은 이 경기에서, 우리나라 관중은 태극기보다 더 큰 튀르키예 국기를 펼치며 상대 국가에 응원을 보냈습니다. 이 장면은 튀르키예에도 방송이 되어서 튀르키예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고, 두 나라의 우정이 더 깊어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밖에도 두 나라는 군사 기술에 있어서도 교류가 깊습니다. 튀르키예의 최신 전차인 알타이 전차는 우리나라의 흑표전차의 기술이전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튀르키예의 피르티나라는 자주포도 우리나라의 K9 자주포의 기술이전을 통해 생산된 것입니다. 적대적인 국가에 무기 기술을 함부로 줄 수는 없겠지요. 이렇든 무기 생산 기술을 주고받는 것 자체가 서로의 우호관계를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두 나라 사이의 신기한 유사점은 언어가 비슷하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어처럼 '조사'를 붙이는 언어를 교착어라고 하는데, 튀르키예어도 교착어인 데다 어순이 우리나라 말과 비슷해서 쉽게 배울 수 있다고 합니다.

다음 시간부터는 먼 곳의 형제의 나라 튀르키예가 유럽과 어떤 관계를 맺어왔으며 맺어가고 싶어하는지, 또 주변의 다른 중동 국가들과는 어떻게 다른 정체성을 갖고 있는지 알아가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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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의 나라

우리나라와 인연이 깊은 튀르키예를 부르는 명칭

돌궐

고구려와 연합하였던 튀르키예의 선조

15000명

튀르키예가 한국전쟁에서 한국을 위해 파병한 군인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