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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4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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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3만 양양의 변신…황량한 軍작전지가 서핑해변으로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서울은 세계인들에게 어떤 '곳'으로 인식될까.

소위 브랜딩이라 하면 마케팅의 일환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상대방에게 주는 느낌과 이미지, 선입견 등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광고, 홍보, 마케팅의 최종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브랜딩은 기업과 상품, 그리고 공적 영역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되는데 많은 요소가 개입되고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복잡하고 추상적이다.

 


우리가 그토록 브랜드를 외치는 이유는 브랜드가 가진 힘 때문이다. 잘 만들어진 브랜드는 해석하지 않아도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아 인식의 틀을 형성한다. 이제 브랜딩은 제품이나 기업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거리의 작은 상점에서부터 쇼핑몰, 마을, 도시, 국가까지 장소에 있어서도 매력적인 거주지, 구매지, 관광지, 사업운영지를 만들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되었다. 브랜딩의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의도한 장소 이미지가 잘 구축되고 나면 어느 마케팅 활동도 넘보지 못하는 훌륭한 자산이 된다.

그럼 성공적인 브랜딩을 위한 전제조건은 무엇일까? 바로 전략이다. 어떤 전략을 세웠느냐에 따라 브랜딩의 성공 여부가 달라지는 것이다. 전략은 기본적으로 브랜드가 놓여 있는 대내외적 환경을 이해하고 보유한 자원 즉, 강점을 평가해 최적의 방안을 도출하고 실행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강원도 양양의 서피비치는 양양을 국내 서핑의 메카로 만든 일등공신이다. 인구가 3만명이 넘지 않고 그마저도 인구의 20% 이상이 65세가 넘는 초고령 동네여서 지역 발전에 한계가 있었던 양양은 최근 몇 년간 서핑족이 몰려들면서 제2의 부흥을 누리고 있다. 황량했던 군사작전 지역을 임대해 서핑 전용 해변이라는 프라이빗 비치로 바꾸니 2015년 개장 이후 4년 만에 연간 55만명이 찾는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서피비치의 성공에는 관광 잠재력이 높은 지역의 핵심 자원 즉, 양양의 바다를 2030세대가 즐기는 서핑 문화와 결합시킨 것이 적중했다. 트렌드를 이끄는 젊은 층이 모이면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던 지역에도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서울의 뜨는 동네인 성수동은 공업지역이었지만 도시 및 산업 구조의 변화로 인해 낙후되었다. 성수동은 도시재생사업의 성공을 위해 지역 내 주부 12명으로 구성된 마을공동체 '성수지앵 협동조합'을 구성했다. 마을의 부흥을 위해 도시재생 전문가와 행정기관 사이에서 함께 고민하고 의견을 제안하는가 하면 특화 상품을 개발해 도시재생에 필요한 수익을 창출했다. 이를 통해 기존의 수제화거리를 중심으로 낡음과 멋스러움,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며 성수동에 어울리는 독특한 문화코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전주 한옥마을.
△ 전주 한옥마을.

'다보스포럼'으로 잘 알려진 세계경제포럼은 매년 1~2월에 스위스의 소도시 다보스에서 열리는데, 다보스는 인구가 1만명이 조금 넘는 소도시다. 이렇게 작은 도시에서 열리는 포럼은 글로벌 의제 선정과 이슈를 선점하고 세계적인 석학들과 현직자 중심의 참여자를 초청하면서 어떤 행사도 넘보지 못하는 권위가 형성되었다.

또한 멋진 풍광 속에서 휴양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면서 교통이 불편해도 세계의 명사들이 기꺼이 비싼 돈을 지불하고 모이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세계경제포럼의 개최를 계기로 발생되는 숙박, 교통, 엔터테인먼트 등 관광과 투자에 대한 파급효과는 다보스는 물론이고 스위스의 경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처럼 장소가 어떤 전략을 세웠느냐에 따라 브랜딩의 성패가 달라진다. 최적의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제대로 실행하기만 하면 좋은 콘텐츠 즉, 매력적인 콘텐츠는 알아서 퍼져 나가기 때문이다. '가십 본능'이라는 말처럼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고 싶고 말해주고 싶은 것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이자 역사상 가장 오래된 유희행위다.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는 속담은 브랜딩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자신이 방문하고 경험한 일상에서 흥미로운 이벤트가 생기면 휴대폰에 찍힌 사진이나 영상이 온라인상에 확산된다. 그리고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퍼져나가 다양한 미디어 채널에서 다뤄진다. 이후 트렌드 형성과 하나의 문화 아이콘으로까지 자리 잡을 수 있는 씨앗이 된다. MZ세대에게 익숙한 '뷰 맛집'이라는 신조어는 인스타그램과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널에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생겨났는데 동시에 '뜨는 장소'를 의미하기도 한다.

미디어의 주권을 개인이 갖게 되고 마케팅보다 콘셉팅에 주목하는 시대에는 장소 역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명확한 정체성을 수립하고, 독창적인 콘텐츠를 발굴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속적이고 일관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최적의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장소도 생존을 넘어 경쟁 우위에 서기 위한 유일한 해답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