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en.mk.co.kr

2024년 11월 01일 금요일

기고·인터뷰 우리들의 생각

품위 있는 죽음을 논의할 때

고통 없이 죽을 권리는 존재할까? 자신의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옳은 것일까?


스위스에서 조력 사망 기기인 '사르코(Sarco)'가 처음 사용되자 이를 판매하고 운영한 관리자들이 자살 방조 혐의로 체포됐다. 조력 사망이란 치료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스스로 죽음에 이르도록 돕는 것이다. 조력 사망 기기인 사르코는 사람이 안에 들어가 누울 정도 크기의 캡슐로, 기기를 닫고 버튼을 누르면 질소가 뿜어져 나와 5분 내로 사망에 이르게 한다. 스위스 정부는 조력 사망을 허용하고 있지만 사르코의 판매와 사용은 승인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고통 없이 편안한 죽음을 맞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집에서 편안한 임종을 맞이하는 경우는 16%에 불과하고 대부분 요양원이나 중환자실을 전전하다 온몸에 의료기기를 매단 채로 생을 마감한다. 의학적으로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정된 환자의 죽음을 막는 것은 무의미한 고통을 강요하는 일이다. 연명치료에 매달려야 하는 가족들의 정신적 고통과 경제적 부담은 곧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진다. 우리도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야 한다. 정부와 의료계가 존엄사에 대한 엄격한 판정 기준과 절차를 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