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구 인턴기자
입력 2025-05-12 09:14teen.mk.co.kr
2025년 05월 18일 일요일
예중·예고 안 간 것이 미대 입시에 더 도움됐어요
강현구 인턴기자
입력 2025-05-12 09:14"미대는 실기만 잘하면 붙는 거 아니에요?"
미대 지망생들이 흔히 하는 생각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입시 준비생이 묻는 다른 질문도 있습니다.
예고나 입시 전문 학원을 꼭 다니는 게 유리할까요?
포트폴리오는 어떤 기준으로 만들어야 할까요?
이런 질문에 답을 구하기 위해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에서 공간디자인을 전공하고,
현재 코스메틱 브랜드인 'BENOW'에서 VMD(Visual Marchandising) 디자이너로 활동 중인
이윤하 씨(26)를 인터뷰했습니다.
홍익大 출신 디자이너 이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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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본인의 전공에 지원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홍익대는 디자인계열 학과에 입학하면 1학년 때는 통합교육을 받는 시스템입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공간디자인 전공을 목표로 한 것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어릴 때부터 뮤지컬, 공연, 영화 연출처럼 종합예술과 무대예술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전공을 선택하는 시점에 자연스럽게 공간디자인이라는 분야로 흥미가 이어졌습니다.
Q2. 대학 입시 전형은 무엇이고 어떤 방식으로 준비했나요?
제가 준비했던 홍대 수시 전형은 내신, 생활기록부, 포트폴리오, 면접, 수능 최저까지 다섯 가지를 골고루 챙겨야 했어요. 평소에는 내신이랑 생기부 관리에 집중하고, 방학이나 시험이 끝난 뒤에는 실기 연습과 수능 준비에 힘을 쏟았어요. 특히 포트폴리오랑 생기부는 따로따로 준비하지 않고, 포트폴리오에 활용할 수 있는 활동을 염두에 두면서 생기부를 채웠어요. 다섯 가지를 전부 따로 준비하면 시간이 모자라니까, 묶을 수 있는 건 함께 준비해서 시간을 아끼는 게 정말 중요했어요.
면접은 수능이 끝난 뒤 1~2주 동안 집중해서 준비했어요. 홍대 면접에서는 25분 안에 드로잉을 해야 해서 짧은 시간 동안 생각을 정리해 그림으로 표현하는 연습을 꾸준히 했고요. 미술사나 회화작품을 보고 주제를 유추해 설명하는 연습도 함께 했어요. 꼭 화가 이름을 외우는 건 아니지만 자기 생각을 논리적이고 일관되게 풀어낼 수 있는 힘은 꼭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Q3. 입시 과정에서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이고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미술 분야는 정답이 없다는 점에서 오는 불안감이 가장 힘들었어요.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아닌지 확신이 들지 않다 보니 스스로를 자꾸 의심하게 되고 자존감도 점점 낮아졌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런 감정에 휘둘리기보다는 오히려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저만의 이야기를 담은 작업을 해보려고 했어요. 남들과 비교하기보다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걸 꾸준히 해보자는 마음으로 임했고, 비슷한 고민을 했던 디자이너나 예술가들의 인터뷰를 찾아보면서 위로를 받았어요.
Q4. 예중·예고를 가는 것이 미대 입시에서 유리하다고 생각하는지?
대학에 입학하기 전 저도 예중·예고 입시를 준비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꼭 예중·예고를 가야만 유리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예중·예고 입시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고 결국 일반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녔지만 그 과정에서 오히려 더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고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면서 미술에 대한 시야가 훨씬 넓어졌어요. 특히 디자인 분야는 예술적인 표현력뿐 아니라 사고의 폭, 관찰력, 문제해결 능력 같은 종합적인 역량이 중요하기 때문에 오히려 예중·예고를 가지 않은 것이 저에겐 큰 행운이었다고 느껴질 정도예요. 실제로 제 동기 중에도 예중이나 예고를 나온 친구들은 오히려 소수였고, 다양한 경험을 쌓은 친구들이 훨씬 자유롭고 독창적인 디자인을 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Q5. 산업디자인학과 공간디자인 전공은 주로 어떤 수업을 하나요?
2024년 홍익대 미술대학 졸업전시회 이윤하 작품.
공간디자인 전공 수업은 일반적인 디자인 교육과는 조금 다르게 '기획' 중심의 수업이 많아요. 단순히 공간을 예쁘게 만드는 걸 넘어서 하나의 디자인을 만들기까지 어떤 맥락과 논리를 담을지에 대한 고민부터 시작하죠. 예를 들어 베이스 서치, 사용자 분석, 시장조사 같은 과정을 통해 문제를 정의하고 방향을 설정하는 일이 거의 모든 수업에 포함돼 있어요.
이렇게 기획 단계를 충분히 거친 뒤에야 3D 프로그램이나 다양한 시각화 툴을 이용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연습을 하게 되는데, 이런 툴 사용은 교수님들이 일일이 알려주시기보다는 학생들끼리 스터디를 만들거나 서로 도우며 익혀가는 분위기예요. 그래서 더 자율적이고 동시에 더 적극적인 태도가 요구되는 수업이 많은 편입니다.
Q6. 기억에 남는 강의나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제일 최근에 들었던 수업 중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공간디자인 수업이 기억에 남아요. 요즘 AI의 발전으로 인해 디자인 분야도 일자리가 줄어들 거라는 우려가 큰데, 이 수업을 들으며 오히려 사람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더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어요.
AI를 활용하니 오히려 디자인의 핵심 메시지나 키워드를 정리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 그걸 바탕으로 더 명확한 방향성과 완성도를 가진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었거든요. 단순히 AI를 경계의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도구로 잘 활용할 수 있다면 디자이너에게 오히려 더 넓은 가능성이 열린다는 걸 느끼게 해준 수업이었어요.
Q7. 디자인 분야 진로를 희망하는 청소년들에게 조언을 한다면요?
요즘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디자인 분야에서도 위기의식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저는 오히려 인공지능 덕분에 더 멋진 디자인이 가능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디자이너에게 가장 중요한 건 '대체 불가능한 기획자'가 되는 거라고 믿어요.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해도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결국 사람의 몫이니까요. 다양한 요소들을 어디에, 어떻게, 왜 써야 하는지를 스스로 판단하는 디자이너가 돼야 해요. 단순히 기술을 따라가기보다는 그 기술을 자신만의 언어로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디자인을 꿈꾸는 여러분의 모든 순간이 의미 있고 빛나길 바랍니다.
정답: 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