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 개방 서울 용산공원 가보니
드넓은 가로수길 양옆
빨간지붕 주택가
미 장군 모여살던 숙소
대통령실 남측 구역
야구장·스포츠필드
가족 휴식 즐기기 좋아
대통령 집무실 앞뜰엔
전용 헬기·특수 차량도
26일까지 개방 연장
9월 추가개방 계획
약 120년간 미지의 땅이었던 서울 용산공원이 시범 개방됐습니다. 용산공원은 일제강점기 러일전쟁이 발발하자 일본군 병영으로 활용됐습니다. 6·25전쟁을 거친 후에는 미군이 주둔하면서 일반인 출입이 통제됐습니다. 서울 중심부에 있으면서도 우리 국민의 접근이 어려웠던 곳입니다.
윤석열정부는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옮기면서 지난 10일부터 인근 용산공원 일부를 시범 개방했습니다. 현재 개방된 곳은 공원 내 장군 숙소 일대와 주변 도로, 야구장, 스포츠필드, 대통령 집무실 남측 구역입니다.
용산공원에 가려면 지하철 4호선을 타고 신용산역에 내려야 합니다. 신용산역 1번 출구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한 공원 출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장군 숙소가 보입니다. 드넓은 가로수길 양옆으로 이국적인 빨간 지붕의 주택이 모여 있는데 여기가 미군 장성들이 살던 집입니다. 주변에 높은 플라타너스 나무를 따라 걸으니 마치 미국 현지 주택가를 거니는 듯합니다. 한쪽에는 110V(볼트)용 나무 전봇대와 220V용 콘크리트 전봇대가 함께 서 있어 서울 동네에서는 볼 수 없는 이국적인 모습도 드러냅니다. 지난 15일 용산공원에서 만난 한 대학생은 "캘리포니아로 교환학생을 갔을 때 살던 기숙사 느낌이 난다"고 회상했습니다. 실제 용산공원은 '한국 내 미국령'으로 편지를 부치면 주소지가 캘리포니아로 뜹니다.
녹음이 우거진 가로수길 곳곳에는 벤치가 놓여 있습니다. 관람객들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했습니다. 장군 숙소 용지 끝에 도착하니 미개방된 구역의 전경을 담은 사진들을 볼 수 있습니다. 50대 여성은 "한국 주둔 미군이 사용해온 공간에 와보니 신기하고, 장군 숙소 내부도 들어가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장군 숙소를 떠나 도착한 곳은 대통령실 남측 구역입니다. 대통령실 맞은편인데 그곳의 넓은 터는 미군들이 야구장으로 썼던 공간입니다. 정돈된 푸른 잔디에서 야구를 즐기던 미군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그 옆의 운동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스포츠필드 구역에는 그늘막과 접이식 안락의자가 있어 가족끼리 휴식을 즐길 수 있습니다.
야구장 앞에 서니 맞은편에 대통령 집무실이 보입니다. 집무실 앞뜰에 조성된 '국민의 바람정원'에서는 수백 개의 '소원 바람개비'가 힘차게 돌아갑니다. 바람개비를 지나 안쪽으로 좀 더 들어가면 대통령실 앞뜰 방문 프로그램이 진행됩니다. 부스에서 손목 팔찌를 받고 입장하면 됩니다. 보안 검색을 거쳐 들어간 집무실 앞뜰에는 대통령 전용 헬기와 특수 차량, 경호 로봇이 있습니다. 잔디밭을 지나 지정된 산책로로 향하니 좁은 도로 하나를 두고 대통령 집무실이 보입니다. 비밀스러웠던 대통령 집무실이 친숙하게 느껴집니다. 이 프로그램은 15분마다 선착순 40명씩 참여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19일까지였던 시범 개방 일정을 오는 26일까지 연장했습니다.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는 전동카트를 타고 관람할 수 있습니다. 신청자에 한해 무료 해설 프로그램도 제공됩니다. 정부는 오는 9월에는 이번에 개방되지 않은 구역까지 정돈해 추가 개방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