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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4월 16일 목요일

허구로 만들어진 '야구의 성지'

류영욱 기자

입력 2025-03-10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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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장일치에 가까운 득표수로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스즈키 이치로. (출처: 연합뉴스)

 

 

21세기 초 메이저리그(MLB)에 돌풍을 일으켰던 일본의 스즈키 이치로가 최근 아시아인 최초로 야구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습니다. 데뷔와 동시에 신인왕과 리그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쥔 데다 역대 최다 안타(미·일 합산)를 기록한 그가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것이라는 건 이미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언젠가 등장할 것이 확실한 한국인 헌액자를 꿈꾸며 명예의 전당은 무엇인지, 이를 둘러싼 재미있는 이야기는 없는지를 살짝 알아보겠습니다.

 

 

 

오류와 신화로 반죽된 쿠퍼스타운의 ‘명예의 전당'

 

미국 뉴욕주 쿠퍼스타운에 위치한 명예의 전당 박물관 <사진출처=명예의전당>

미국 뉴욕주 쿠퍼스타운에 위치한 명예의 전당 박물관 (출처: 명예의전당)

 

 

명예의 전당은 미국 뉴욕주 쿠퍼스타운이라는 작은 마을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인구 2000명도 되지 않는 이곳은 야구 팬들에게 '야구의 성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 설립의 뿌리는 의외로 거짓말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1907년, 스폴딩 위원회는 야구의 기원을 찾는다는 명목으로 ‘에브너 더블데이가 1839년 쿠퍼스타운에서 야구를 발명했다'는 이야기를 공식화했습니다. 이를 뒷받침할 어떤 근거도 없지만 ‘미국만의 전통'을 만들고 싶단 열망에 그런 사소한(?) 오류는 뒤로 밀렸습니다.

 

결국 ‘더블데이설(說)'을 바탕으로 야구가 탄생한지 100년이 된 1939년, 쿠퍼스타운에 명예의 전당이 설립됐습니다. 설립 당시에는 타이 코브, 베이브 루스 등 ‘최초의 5인'이 헌액됐습니다.

 

 

 

‘0.7%' 바늘구멍보다 좁은 ‘성지'에 입성하려면?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기 위해서는 최소 10년 이상 MLB에서 활약한 선수가 은퇴 후 5년이 지나야 후보 자격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 회원들은 매년 개별 후보자들이 쿠퍼스타운에 입성할 자격을 갖췄는지 투표를 하고 75%이상 득표하면 입성하게 됩니다. 투표율이 5% 이하면 후보자 자격이 박탈되고, 이상이면 다음해 다시 한 번 평가를 받게 되지요. 후보자들은 최대 10년간 이런 심판대에 오르게 됩니다. 이 기간 75%의 벽을 넘지 못하면 최종적으로 ‘부적격 판정'을 받게 되는 것이지요. ‘수질 관리'가 엄격하다 보니 명예의 전당 입성은 바늘구멍과 같습니다. 올해 기준 그동안 MLB를 밟았던 선수들중 단 0.7%만이 입성할 수 있었죠.

 

 

은퇴 직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뉴욕 양키스의 루 게릭 <사진출처=http://lougehrig.com>

은퇴 직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뉴욕 양키스의 루 게릭 (출처: http://lougehrig.com)

 

 

명예의 전당은 이처럼 까다로운 절차를 준수하고 있지만 예외는 언제나 있습니다. 1939년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1루수 루 게릭은 근위축성 측삭 경화증(ALS), 일명 ‘루게릭 병'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은퇴를 선언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은퇴식은 1939년 7월 4일 양키 스타디움에서 열렸고 이 자리에서 “지금 이 순간, 나는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입니다”라는 감동적인 연설을 남겼습니다. 게릭의 병세가 급속도로 악화되자 BBWAA는 그해 12월 5년의 유예기간 없이 그를 명예의 전당에 헌액하는 특별 조치를 취했습니다.

 

 

 

시대 변화에 바뀌는 문턱··· 韓 헌액자 볼 수 있을까

 

매년 열리는 명예의 전당 투표는 점차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보수적인 모습이었던 투표 경향성이 변화하며 오히려 문호가 너무 넓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죠. 스즈키와 함께 올해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C C 사바시아가 대표적입니다.

그는 첫 후보자가 된 올해 86%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역대 5번째 ‘첫 턴 입성에 성공한 좌완투수'가 됐습니다. 나머지 4명은 샌디 쿠팩스, 스티브 칼튼, 톰 글래빈, 랜디 존슨이죠. 사바시아가 위대한 선수라는 것엔 이견이 없지만 앞의 네 선수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할 것입니다.

 

이를 두고 깐깐했던 과거 ‘올드보이' 유권자들이 은퇴한 뒤 젊은 야구기자들에게 투표권이 생겼기 때문이란 이야기가 많습니다. 투표와 평가 기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겠지만, 이런 논쟁조차 명예의 전당이 가진 독특한 상징성을 더욱 공고히 합니다. 그 변화 속에서 쓰여질 흥미로운 새 역사와 논란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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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의 전당

 

최소 10년 이상 MLB에서 활약한 선수가 은퇴 후 5년이 지나면 후보 자격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전미야구기자협회 회원들은 매년 개별 후보자들이 쿠퍼스타운에 입성할 자격을 갖췄는지 투표하고 75% 이상 득표하면 입성합니다.

헌액식은 다음해 7월 말 뉴욕주 쿠퍼스타운에서 개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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