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 시인
입력 2025-05-05 09:07teen.mk.co.kr
2026년 04월 16일 목요일
마음에 별이 쏟아지는 '책방'으로 가요

이병철 시인
입력 2025-05-05 09:07
북카페 ‘1984'. (출처: 매경DB)
'분좋카'나 '예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분위기 좋은 카페' '예쁜 카페'를 뜻하는 온라인 신조어예요. 줄임말까지 널리 퍼지는 걸 보면 카페 '도장깨기'가 요즘 대세이긴 한가 봐요. 젊은 세대가 많이 찾는 카페에는 음료와 디저트, 그리고 '갬성'이 필수예요. 사진도 예쁘게 나와야 하고, 빈티지하거나 프라이빗한 느낌이 있으면 더 좋죠. 타로카페나 고양이카페도 인기랍니다.
그런데 카페에는 한 가지 빠진 게 있어요. 바로 '마음의 양식'이지요. 물론 책이 있는 카페도 많지만 인테리어 용도인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카페에는 없는 마음의 양식이 책방에는 있어요. 책과 함께 커피와 베이커리를 즐길 수 있는 '북카페'가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지요. 책방은 전문 카페만큼 음료나 디저트가 다양하지 않을지언정 생각의 음료와 감성의 디저트는 풍부하게 넘친답니다. 그래선지 요즘엔 카페 투어만큼이나 책방 투어가 인기예요. 꼭 들러볼 만한 책방들이 우리 주위에 생각보다 많아요.

경기도 여주에 위치한 책방 ‘수연목서'의 내부전경.
경기도 여주 산북면의 '수연목서'는 사진과 건축 전문 책방 겸 카페예요. 한적한 교외에 매우 단순한 형태로 지어진 이 책방은 무려 2021년 한국건축문화대상을 받았어요. 바닥부터 천장까지 통유리로 채워진 입구로 들어서면 문학·철학·미술 등 인문예술에 관한 책들이 사진집·건축서적과 함께 책장에 빼곡해요. 발터 벤야민이나 수전 손태그의 두꺼운 벽돌 책들, 전집이라고 해도 될 만한 한강 작가의 컬렉션을 가만히 보고 있기만 해도 마음속에 숭고한 빛의 탑이 세워지는 기분이에요.
2층 전시실에서는 사진전이 열리기도 하고, 1층에서는 사진작가들의 엽서와 굿즈, 작품집도 판매해요. 통유리로 들어오는 햇살과 책방 내부의 목재 가구 그리고 식물들이 어우러져 따뜻한 연필심 냄새를 피워 올리는 '수연목서'에서 책과 사진이 주는 예술적 감성을 충만하게 채워보면 어떨까요.

충남 천안 책방 ‘악어새'에서 판매하는 초당옥수수라떼.
충남 천안시 동남구의 독립서점 '책방 악어새'는 시인이자 아동문학가인 성욱현 작가님이 운영하는 북카페예요. 동화책, 시집, 그림책 등을 비롯해 문학 서적들이 책장을 채우고 있어요. 커피와 주스·각종 티·에이드·스무디 등 음료도 다양하고, 바나나브륄레와 토스트·스콘·프레첼 등 디저트와 브런치 메뉴도 있어요.
여름엔 초당옥수수라떼를, 겨울엔 고구마라떼를 꼭 맛보길 바라요. 무엇보다 '책방 악어새'의 진짜 매력은 작가와의 만남, 시 모임, 에세이 창작 모임, 동화 창작 강의 등 다채로운 문학 이벤트들이 항상 마련돼 있다는 점이에요. 혹시 아나요? 여러분의 '최애 작가'를 악어새에서 만나게 될지.
강원도 강릉의 작은 책방인 '한낮의 바다'는 이름부터 벌써 바닷가 마을의 나른하면서 평화로운 오후를 떠올리게 하지 않나요? 커피와 음료를 팔긴 하지만 북카페라기보다는 작은 도서관에 더 가까운 곳이에요. 책방 내부는 사진과 영상 촬영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이 참 좋더군요. 조용히 책을 읽으며 내면의 고요에 귀를 기울이는 분들을 위한 공간이라는 운영 방침이에요.
놀라운 사실을 말해줄까요? 이곳에서는 책방지기가 읽은 책만 판매하고 있어요. 판매하는 책마다 '샘플책'이 다 있어서 책방지기가 직접 읽고 밑줄 긋고 메모해둔 부분들을 따라 책을 살펴볼 수 있답니다. 그야말로 맞춤식 북 큐레이션, 책 처방이 가능한 곳이지요.

제주 조천 ‘시인의 집'에서 판매하는 무화과 브레드와 아이스커피.
제주도 조천에는 푸르디푸른 제주 바다가 발밑까지 밀려드는 '시인의 집'이 있어요. 손세실리아 시인께서 운영하는 곳이니까 정말 시인의 집이지요. 윤동주 시인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아시나요? 시인의 집에 오면 그걸 '하늘과 바다와 빵과 시'라고 바꿔 읽고 싶어져요.
여기 아보카도 브레드와 무화과 크림치즈 휘낭시에가 진짜 맛있거든요. 여름 한정 메뉴인 무화과 브레드는 제주 여행의 목표가 되어도 충분할 정도예요. 통유리로 밀려들며 속삭이는 바다를 귀에 담으면서, 눈으로는 시집을 읽으며 무화과 브레드와 함께 아이스커피를 마시면 여름 제주를 먹은 겁니다. 낭만을 삼킨 겁니다. 찰나의 영원에 머무는 겁니다.
시인의 집에서는 나희덕, 현기영, 문정희, 장석남 등 유명 작가들의 친필사인본을 구매할 수 있어요. 친필사인본은 서두르지 않으면 동나니까 빨리 줄을 서야만 해요.
꼭 사람과 연애해야 하나요? 그건 저도 안 하고('못' 하고가 아닙니다) 있어요. 사람 말고 책과 연애해보면 어때요? 책과의 연애는 황홀한 로맨스예요. 책 읽기에는 사회 통념의 연애 도덕이 존재하지 않지요. 폴 오스터와 연애하면서 후지와라 신야와 바람을 피울 수 있고, 사르트르와 카뮈를 동시에 사귀며 '문어발'을 걸칠 수도 있어요.
저는 오늘도 사랑하는 이들이 기다리고 있는 나의 궁전, 갖가지 매력의 연인들이 내 이름을 부르는, 책으로 지은 세상으로 갈래요. 여주, 천안, 강릉, 제주를 지나며 책을 읽을 뿐인데 어느새 브루클린의 밤거리를 지나 이베리아, 차마고도, 산토리니로 이어지는 데이트 코스를 사뿐사뿐 걷고 있네요. 마음에 별이 쏟아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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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 방문 tip
요즘 책방들은 SNS를 통해 휴무일이나 영업시간, 작가와의 만남, 친필사인본 판매 등을 공지해요.
수연목서(@suyonmokseo), 책방 악어새(@crocodilebird.book),
한낮의 바다(@midday_sea), 시인의 집(@cafe_poets_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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