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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4일 화요일

기고·인터뷰 이슈 따라잡기

인간 육체가 뿜어내는 피·땀·눈물에 도파민 폭발

'피지컬 100' 시즌2
넷플릭스 글로벌 1위
최첨단 AI 시대에도
살과 살 부딪치는 승부
한계 도전하는 정신력
사람들에 큰 감동 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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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100> 시즌 2의 한 장면. 넷플릭스

 

한국 예능 최초로 넷플릭스에서 글로벌 TV쇼 부문 1위를 하며 BBC 등 해외 방송에서 큰 관심을 받았던 '피지컬: 100'의 시즌2가 공개됐다. '언더그라운드'라는 부제를 단 시즌2 역시 공개된 지 2주 만에 이변 없이 글로벌 1위에 올랐다. 시즌2는 시즌1에 비해 소위 말하는 '때깔'이 좋아졌음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특히 사전 경기에서 보여준 100대의 트레드밀 장면이나, 석탄이 우르르 쏟아져 제임스 와트의 석탄 증기기관을 연상시키던 무한 스쿼트 경기가 선사한 시각적 쾌감은 압권 중의 압권이었다. 아무래도 시즌1의 글로벌 대흥행으로 넷플릭스가 넉넉한 제작비와 창작 집단을 더 예우하는 제작 환경을 제공했을 것이라고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피지컬: 100'은 어떤 내용인가. 작품 제목 그대로다. 최고의 '몸'을 찾기 위해 몸이 재산이자, 직업이자, 자존감인 최강 피지컬 100인이 벌이는 서바이벌 예능이다. 당연히 승자는 1명이며 상금 3억원이 주어진다. 시즌1에서 격투기 선수 추성훈 씨가 '40대 아저씨의 힘'으로 울컥한 드라마를 보여줬다면, 시즌2에서는 격투기 선수인 김동현 씨가 보여준 발 빠른 전략 플레이와 리더십이 돋보인다. 한국은 스포츠 예능 천국이다. 전직 스포츠 선수들과 예능인들이 팀을 이뤄 버라이어티 게임을 하는 다양한 스포츠 예능은 흥행이 보장된 좋은 기획 상품이다. 반면 '피지컬: 100'은 예능이라고 하기엔 경기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십~수백 번의 시뮬레이션을 제외하고는 어떤 인위성이나 웃음을 유도하는 설계가 없다는 점에서 '리얼리티'에 가깝다.

그럼에도 시즌1·2 모두 글로벌 시장에서 대중적 인기를 검증받았다. 지금의 시청자는 예능 코드가 약해도 이것이 진짜 이야기라면 반응한다. 그리고 그 진짜에 진정성이 뒷받침된다면 폭발적으로 흥행할 수 있다. '피지컬: 100'이 웃음이 주는 미학 대신 피·땀·눈물을 강조한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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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개최될 로보컵2024.

 

참 아이러니하다. 국내외에서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는 인공지능(AI) 뉴스에 모두가 지쳐가고 있다. 심지어 인간처럼 이해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다가올 인공일반지능(AGI) 시대에 인간의 자리와 역할이 위협받는 지금, 우리는 왜 육체가 주는 피·땀·눈물에 집착하는가. 문화 콘텐츠를 분석해보면 제작 기간이 긴 영화나 드라마에 비해 예능이나 시사 다큐멘터리 같은 리얼리티 성격의 콘텐츠는 시대적 갈증을 담아내는 경우가 많다.

2020년부터 3년여간 지속된 팬데믹 기간 전 세계의 미디어에서 데이트 예능과 스포츠 예능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대면으로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결핍이 TV 프로그램과 넷플릭스·유튜브를 통해 남녀를 짝지어주는 데이트 예능과 육체에 집중하는 스포츠 예능으로 승화된 것이다.

'피지컬: 100' 역시 마찬가지다. 참가자 100인의 유일한 공통점은 몸으로 돈을 벌고, 몸을 써서 사람을 구조하고, 몸으로 명예를 얻은 사람들이란 것이다. 국가대표 선수, 소방대원, 이종격투기 선수, 해양경찰, 특공대원, 크로스핏 선수 등이다.

이들은 경기에선 살과 살을 부딪치고 땀과 땀을 섞어가며 뒹굴었지만, 몸을 쓰는 직업에 대한 높은 자존감을 바탕으로 리그 밖에서는 나의 적을, 우리 팀의 경쟁팀을 응원하고 존중한다. '피지컬: 100' 프로그램은 도파민이 폭발하는 명승부들을 담고 있지만 마지막에 남는 것은 참가자들의 진정성이 주는 감동이다. 우리도 4차 산업혁명 시류 정반대 쪽에 위치한 인간 본연의 피지컬이 주는 쾌감과 신체적 한계를 넘어서려는 인간의 정신력에서 울컥함을 느끼며 콘텐츠를 즐긴 것이다. 결국 인류는 매년 프랑스에서 개최되는 '로보컵 2024'보다 인간의 육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땀·눈물이 범벅된 경기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지 않을까. '인간(人間)'이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사회를 이루며 살아가는 지구상의 유일한 고등동물이기 때문이다.

 

[노가영 콘텐츠미디어 산업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