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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4일 화요일

기고·인터뷰 이슈 따라잡기

하버드생도 놀라게 한 주입식 교육의 '매운 맛'

'대학전쟁' 예능 화제만발
상위 0.1% 입시 천재들
'산수지옥' 창의적 풀이
입시 획일화 비판하지만
뛰어난 전략·팀워크 강점
 
사진설명

 

신선한 포맷으로 화제를 불러모았던 '대학전쟁'이 최근 시즌2 제작을 확정하고 올 하반기에 공개된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에서 공개된 서바이벌 예능 시리즈다. 그런데 작품 포스터를 살펴보면, 제목인 '대학전쟁'보다 오히려 '서카포연고'의 글자가 자극적으로 눈에 들어온다.

'서카포연고'가 무엇인가. 서울대 카이스트 포항공대 연세대 고려대의 앞글자를 딴 입시 판의 신조어다. 서카포연고, 전쟁, 대학, 예능… 이쯤 하면 대충 눈치챘겠지만 '대학전쟁'은 대한민국 최고 명문대 학생들이 오직 두뇌만을 활용하여 서바이벌 전쟁을 벌이는 두뇌 배틀이다. 혹자는 안 그래도 입시경쟁이 치열한 한국에서 서카포연고 출연자를 선발한다고, 이로써 학벌지상주의를 부추긴다고, 엘리트주의에 대한 지나친 환상을 씌운다고 불편해할는지도 모르겠다.

'대학전쟁'은 당초 입시전쟁을 치르고 있는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을 타깃으로 했지만 스멀스멀 입소문을 타더니 학부모들과 사회 초년생들은 물론이고 기성세대까지 아우르며 하루 이틀 만에 8회 차를 정주행했다는 후기들이 들려왔다. 블록버스터급 예능도 아닌 '대학전쟁'에 왜 N차 시청 인증이 이어지며 이처럼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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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한 긴장감 속에서도 중간중간 '웃픈' 상황들이 재미를 더했다. 특정 게임에서 베네핏을 받은 서울대가 연대와 고대, 하버드 중 파트너를 선택해야 하는데 연대와 고대가 각각 서울대 팀을 찾아가 나름의 영업을 하는 상황이었다. 서울대는 하버드 팀을 선택했고, 대한민국 라이벌 구도의 대표 아이콘인 연세대와 고려대가 한 팀이 됐다. 프로그램 1회부터 서로 앙숙이던 이들이 한 팀이 된 것도 귀여운데, 그들만의 리그에서 명문대학 학생들이 '언더독'이 된 것도 흥미를 끌었다.


"처음에는 한국 교육 시스템이 딱딱한 (주입식이라) 창의성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전략도 잘 세우고 창의력도 훌륭한 것 같아요." 하버드vs서울대vs고려대 3강전에서 하버드가 처절히 패배하며 무대를 떠나던 순간 한 참가자가 뱉은 말이다. 하버드 팀이 처음으로 등장한 3회에서 서울대 학생이 "주입식 교육의 매운맛을 보여주자"며 소리치던 장면이 시원하게 오버랩되는 순간이었다(물론 연산과 암기, 규칙 발견과 공간 지각력 등으로 구성된 게임의 상당 부분이 한국식 교육에 훈련된 아이들에게 유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굳이 이 장면을 보여주지 않았더라도 '대학전쟁'을 본 사람이라면 국내 팀들의 창의적인 문제 접근과 전략적인 플레이에 '우리 애들이 뒤지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버드 팀 학생들도 그들과 동고동락하며 느낀 것이다.

주입식 교육이란 무엇인가. 학습기억이 절정을 이루는 청소년기에 지식을 효율적으로 주입시키며 단기간에 많은 양의 지식을 습득하게 하는 것이다. 학창 시절 자신만의 원칙과 꿈을 분명히 하되, 결국 지식이 쌓여 지성이 되고 시나브로 지혜가 쌓인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구글), 트위터, 어도비 등 세계 경제의 흐름을 쥔 실리콘밸리 기업 최고경영자(CEO) 중 상당수가 치열한 교육열 국가인 인도 출신들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모르긴 몰라도 출연자 상당수는 수년간 주입식 교육을 버텨온 대치 키즈일 것이다. 또 전국 학원가에서 자정이 가깝도록 편의점 삼각김밥과 불닭볶음면과 맥도날드로 끼니를 때우며 버텨냈을 것이다. 획일화된 입시 지옥에서 습득한 지식들을 창의적으로 연결하는 힘을 키워내고 번뜩이는 전략을 설계해 나가는 과정의 쾌감을 알고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을, 주변을 둘러볼 줄 아는 팀워크까지 보여준 학생들에게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