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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03일 목요일

기고·인터뷰 이슈 따라잡기

국민연금은 노후 위한 첫번째 사회안전망

사진설명
게티이미지뱅크

 

오늘은 보험이야기를 해볼게요. 여러분 '품앗이'나 '십시일반(十匙一飯)'이라는 단어를 들어봤나요? 또 다른 표현으로는 상호부조(相互扶助)라고도 하지요. '보험(保險)'은 평온한 때 여러 사람들이 한 푼, 두 푼 미리 모아둔 돈으로 어려운 상황에 빠진 사람을 도와주는 제도입니다. 어떤 사람에게 닥친 '어렵고 힘든 상황'을 위험(risk)이라고 하는데 여러분들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는 위험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당장 죽음(사망)도 떠오르고 질병, 상해 등도 위험으로 생각되는 일입니다. 최근에는 놀랍게도 오래 사는 것, 즉 '장수(長壽)'도 위험에 속하게 됐습니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은퇴 이후 경제적인 어려움에 직면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업도 우리에게는 매우 큰 위험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위험들 중 일부를 국가가 관리해주는 것을 소위 '사회 안전망(social safety net)'이라고 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4대 보험'입니다.

 

국민연금은 소득이 있을 때 매월 꾸준히 보험료를 납부했다가 나이가 들어 소득이 없을 때, 혹은 갑자기 발생한 사고나 질병으로 장애를 입거나 사망하였을 때 매월 연금을 받아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저출산으로 보험료를 낼 사람은 줄고 고령화로 받을 사람이 늘어나면서 국민연금 고갈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뉴스, 여러분도 많이 들어봤죠?

 

국민건강보험은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한 치료비 부담을 줄여주는 보험입니다. 고용보험은 실직자가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동안 실업급여와 직업훈련비용을 지원해주고, 산재보험은 근로자의 업무 중 일어난 사고나 질병에 대한 피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는 보험입니다.

 

4대 보험은 국민이라면 무조건 가입해야 하고, 국가에서 관리하다 보니 '공공보험'이라고 합니다. 공공보험이 커버하지 못하는 위험은 각 개인이 대비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사적보험이라고 해요. 여러분들도 많이 들어봤을 ○○생명보험, □ □ 손해보험 등이 팔고 있는 보험상품들이 바로 그 것입니다.

 

보험에 대해서 조금만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보험은 수많은 가입자들이 납부한 돈을 재원(기금)으로 사고 당한 소수의 사람에게 몰아서 지급하는데 여기서 보험에 가입한 사람을 보험계약자, 내는 돈을 보험료, 사고 당한 사람이 받는 돈을 보험금이라고 합니다. 늘 헷갈렸던 보험료와 보험금의 차이를 알겠죠?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의 합계와 사고 당한 사람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합계가 일치하는 것이죠. 지금 납부해야 할 보험료는 과거의 사고율과 지급 금액을 토대로 미래에 얼마나 보험금이 지급될 것인가를 예상해서 산출합니다.

 

차 사고 한번 안 낸 무사고자가 자동차 보험료가 너무 올랐다고 분통을 터뜨린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죠?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지 살펴봅시다. 나는 사고를 안 냈더라도 다른 사람들의 사고가 전년보다 많이 발생했다면 보험금도 많이 지급되었겠죠? 이때 보험료에 대한 보험금의 비율(보험금/보험료)을 손해율이라고 하는데, 지급한 보험금이 보험료보다 많으면 손해율이 오르게 됩니다. 그럼 이 비율을 적정하게 맞추기 위해서는 모든 보험계약자가 내야 할 보험료(분모)도 올릴 수밖에 없는데 그래서 무사고자 보험료도 오르게 됩니다.

 

여기서 알아야 하는 중요한 개념이 있는데,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나 역선택(Adverse Selection)이 바로 그것입니다. 보험에 가입하면, 꼭 필요하지 않은 치료를 받는다든지 통원치료로도 가능한데 입원을 한다든지, 자동차 운전을 덜 조심하게 된다든지 하는 경우처럼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을 때보다 사고위험 관리에 조금 소홀해질 수 있는데 이를 '도덕적 해이'라고 합니다. 또 건강한 사람보다 자주 아픈 사람들이 보험에 더 가입하려는 욕구가 큰데 이런 것을 '역선택'이라고 해요. 도덕적 해이나 역선택은 보험제도의 지속가능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정부나 보험회사들 모두 골칫거리로 여기고 통제하려고 하게 마련입니다.

 

'얼마나 오래 살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오래 살 것인가'가 더 중요해지는 초고령화 시대, 앞으로 보험이 가진 기능과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을 거예요. 보험 가입뿐만 아니라 재원 확보까지 젊은 여러분 세대가 곧 당면하게 될 문제인 만큼 앞으로 많은 관심을 갖고 보험 제도의 변화를 지켜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