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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4일 화요일

기고·인터뷰 이슈 따라잡기

˝지구야 아프지마˝ 기업이 ESG 경영 나섰다

지구에서 우리가 계속 살아갈 수 있을까
지속가능한 경영과 기업의 미래

 

사진설명
게티이미지뱅크

 

사과·배, 약 70년 뒤 국내에서 못 보게 될 듯/대구·경북 특산품이던 사과…강원도에서도 생산/망고·멜론 등 아열대 과일 재배지 크게 늘어/온난화로 기온 상승…야외 재배 과일 영향받아

이상은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다룬 신문기사 제목입니다. 앞으로 학교 시험에서 "사과 산지가 어디입니까?"라는 문제가 나온다면 '북극'이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기우(杞憂)일 수 있으나 과연 지구에서 우리가 계속 생존해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설 정도입니다.

ESG는 이렇게 아픈 지구를 치료하기 위해 나온 '처방'입니다. 지금 전 세계가 온통 ESG를 통한 경영·투자를 빼놓고는 이야기가 안 될 정도로 핫(Hot)한데, 과연 이 ESG가 무엇을 말하는지 자세히 살펴보기로 합시다.

ESG에서 'E'는 기후변화·환경오염·생태계 등 환경(Environment)을, 'S'는 인권·노동·지역사회 등과 연관된 사회(Social)를, 'G'는 반부패·기업윤리 등과 관련된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합니다. 최근 기업들이 지향하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핵심 요소로 주목받고 있는 개념입니다.

과거에는 '돈을 얼마나 많이 버느냐' 같은 정량적인 재무 정보로 기업을 평가했다면, 최근에는 '환경오염, 중대재해 등 사회 문제에 기업이 얼마나 책임을 다하고 있느냐' 같은 정성적 정보, 즉 ESG 지표가 기업 평가의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어느 기업이 아무리 많은 돈을 벌고 있다고 하더라도 환경 파괴나 노동 착취 등의 문제가 있다면 결코 좋은 기업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ESG 투자'는 무엇일까요? 눈치 빠른 학생은 금방 알아챘겠지만 '환경과 지역 사회에 긍정적 영향력을 미치거나 지배구조가 우수한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가 장기적으로 모두 윈윈할 수 있게 하는 투자 철학입니다.

최근 기업들도 ESG 경영 행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기업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아래에 ESG 위원회를 두거나 최고환경책임자로 구성된 친환경 협의체를 만들고 노사 공동 ESG 선언식을 열어 ESG 핵심 과제를 공개하는 등 적극적으로 ESG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최근 기관투자자들이 투자 대상 기업의 ESG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의결권 행사에 직접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관투자자가 의결권 행사 등으로 기업 경영에 관여하는 것을 조금 어려운 말로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처음 도입한 후 보험사, 자산운용사 등을 중심으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그렇다면 ESG 측면에서 우수한 기업이 좋은 경영 성과를 내고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왜냐하면 일반 기업에 비해 더 신경 써야 할 곳이 많아서 추가 비용이 증가하면 수익성이 나빠지는 것이 아닌가 싶기 때문입니다.

 

여러 연구기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ESG가 우수한 기업이 훌륭한 재무 성과를 보인다고 합니다. 일례로 영국 옥스퍼드대 등이 'ESG와 경영 성과 간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47개 중 41개(87.2%)가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고 합니다(ESG 성과가 좋으면 경영 성과가 좋다는 의미입니다). ESG 투자가 일반 투자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는 연구 결과도 다수 존재합니다.

한국의 경우 한 금융회사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ESG 등급을 공시한 기업 151개의 주가 수익률은 평균 4.2%로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 -0.6%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다만 유럽·일본 등 해외 선진국에 비하면 국내의 ESG 투자 성과는 낮은 것으로 알려져 ESG 경영이 정착되려면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향후 ESG 정보 공개 확대, 평가체계 개선, 책임투자 문화 활성화 등 제도·정책적 기반이 공고해진다면 ESG 성과가 기업의 시장 가치를 상징하는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후록 율촌 수석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