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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초 합법화' 택한 네덜란드의 비극

김영주 프랑크푸르트 헤센한국학원장

등록 2023-06-01 13:57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중심가에 위치한 '대마초 박물관'. 게티이미지뱅크

 

독일에서 대마초 흡연은 뉴스에 등장할 법한 자극적인 상황이 아니라 학교 주변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기본적으로 서양 사회는 요즘에 마약으로 분류된 물질들에 대해 상대적으로 동아시아보다 더 관대한 기준을 갖고 있었다. 대표적인 연성마약으로 불리는 대마초는 여전히 만만한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것은 비단 흡연자들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각국 정부의 시각도 그렇다.

서양 국가들은 한결같이 지하경제 양성화로 세수를 확보하고 법의 테두리에서 대마초에 안전하게 접근하도록 하겠다며 대마초에 대한 합법화를 추진했다. 대마초 양성화를 시작한 나라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의 입법안이 과거의 실패 사례와 달리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리고 그들은 그림 동화의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양성화라는 피리 소리를 따라갔고 차례로 중독 확산이라는 절벽에 직면했다.

두드러진 원인 중 하나는 주로 조세학자들 중심으로 지하경제 양성화로 재정 확충 방안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입법안이 만들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보건학자들이나 농업학자들도 참여하겠지만 양성화의 기본적인 방향 자체가 국내총생산(GDP)에 잡히는 과세화이기 때문이다. 서양 국가들 사례에서 재정지상주의적 차원의 동기가 어떻게 도덕적 명분으로 보호되고, 경제적 실리로 포장되는지 따라가볼 필요가 있다.

유럽의 마약 허브 네덜란드

지난 2일의 네덜란드는 나름 다사다난했다. 암스테르담과 주변 지역 뉴스 채널인 AT5는 오전 4시 10분께 암스테르담 한 아파트 건물에서 폭발이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폭발로 사상자는 없었지만 올해 암스테르담에서 이미 24번째 폭발이었다. 로테르담에서는 이날 두 차례 총격전이 있었지만 아무도 다치지는 않았다.

로테르담 시장과 경찰청장은 다양한 범죄집단 간 마약 관련 갈등의 일부로 예상했다. 경찰청장은 압수된 마약, 도난 화물 또는 기타 문제로 서로 싸우고 있다고 짐작했다. 네덜란드는 우리에게 풍차와 튤립의 낭만이 넘치는 나라지만 이미 멕시코·콜롬비아·아프가니스탄에 이어 세계 마약시장의 4대 거점 중 하나다. 경제를 살려보려고 마약 정책에 관대했던 네덜란드는 이제 유럽 대륙에 들어오는 마약의 허브가 됐다.

 

 

네덜란드 마약왕 리두안 타기

2019년 12월에 네덜란드 마약왕 리두안 타기(Ridouan Taghi)가 잡혔지만 네덜란드는 유럽 마약 허브의 지위를 잃지 않고 있다. 타기는 암스테르담을 중심으로 단체 'Angels of Death'를 세우고 자회사를 설립했다. 그리고 더블린~암스테르담~모나코~몰타~사라예보~두바이를 연결하는 '약물 로드(Drug Road)'를 완성한 인물이다. 특유의 친화력과 사업력으로 유럽 코카인의 3분의 1과 전 세계 엑스터시의 20%를 담당했는데 두바이의 버즈 알 아랍 호텔에서 회동을 하다 두바이 경찰에게 꼬리가 잡혔다.

타기의 검거는 네덜란드 공권력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관련 범죄들을 양산했다. 네덜란드는 잊을 만하면 타기가 사주한 것으로 보이는 청부살인과 도심 총격전으로 몸살을 앓아야 했다. 암스테르담 시내에서 탐사 기자와 변호사가 머리에 총을 맞아 죽고 신문사가 유탄발사기 공격을 받기도 했다. 작은 나라 네덜란드 경찰은 사건의 배후를 밝히기는커녕 범인 검거조차 버거운 지경이다. 네덜란드 총리 경호를 걱정할 정도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타기 재판은 아직 진행 중이다. 지난달 타기의 변호사였던 이네즈 베스키가 체포됐다. 그는 뷔흐트 감옥에 있는 타기와 외부 사이에서 연락책 역할을 하면서 국제 마약 밀매 및 자금 세탁과 관련된 범죄 조직에 가담하고 비밀유지 서약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관련자가 너무 많아 수년째 질질 끌고 있는 타기 사건의 판결은 10월 말로 예정돼 있지만 변호사 체포라는 새로운 변수 때문에 더 길어질 수도 있다.

독일도 따라가는 피리 소리

 

독일의 올라프 숄츠 내각은 지난해 10월부터 대마초 사용 및 소유의 '가벼운 합법화'를 시작했다. 당시 EU 집행위원회는 독일이 제출한 초안이 유럽법, 특히 솅겐 협정과 대마초를 금지하는 형법적 EU 프레임워크 결의안을 위반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지난 4월 보건부 장관과 농림식품부 장관이 연말까지 개인적으로 또는 비영리 회원 클럽을 통해 대마초를 재배하고 소비할 수 있는 수정된 초안을 발표했다. 연방의회와 연방상원 승인이 남았지만 독일에서는 대마초의 오락적 소비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현재 독일에서 대마초의 소지, 매매, 재배는 금액이 클 경우에만 최대 5년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러나 2018년 연방정부는 18세에서 64세 사이의 독일인 4분의 1 이상이 평생 적어도 한 번은 대마초를 피웠고, 조사 대상자의 7% 이상은 이미 1년 전에 대마초를 사용한 적이 있다는 역학중독조사 자료를 발표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젊은이들 사이에서 대마초 소비는 증가했다.

숄츠 내각의 궁극적인 목표는 두 번째 단계인 상업적 공급망 육성이다. 기울어가는 경제 좀 살려보려고 했던 네덜란드와 같은 목표다. 대마초 생산에서 유통, 전문점 판매에 이르기까지 16개 연방주의 지역 및 도시의 '견본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다.

대마초 합법화에 우려 목소리

경찰 노조와 독일약사의약품위원회는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숄츠 내각은 국민건강과 청소년 보호 및 정부에 의한 생산품질보증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암시장에서 불명확한 물질이 많이 들어 있는 대마초의 판매를 근절하기 위해 대마초의 소비와 재배 및 판매에 대한 자유화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미 독일과 유럽 최대의 운전자지원협회인 아데아체(ADAC)는 음주운전처럼 대마초의 주성분인 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THC)의 혈중농도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

숄츠 내각 장관들과 대마초 시장 관계자들을 제외하면 독일의 대마초 합법화에 대한 반색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유럽 도시에는 한인들이 암묵적으로 가지 않는 구역이 존재한다. 비단 그런 구역이 아니더라도 현재 학교 주변 대마초 흡연조차 막지 못하는 독일의 빈약한 경찰력으로 합법화를 어떻게 지탱하겠다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틴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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