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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1월 15일 수요일

틴머니 젤리페이지 말랑한 책읽기

[즐거운 책읽기 6]

회색노트 로제 마르탱 뒤 가르 지음, 문예출판사 펴냄

 

2023년 새학기를 맞아 성장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책을 소개한다. 로제 마르탱 뒤 가르의 '회색노트'는 1922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20세기의 대표적인 성장 소설이다. 회색노트는 두 주인공 자크와 다니엘의 교환일기이다. 질식할 듯 엄격한 가톨릭 교리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우정을 나누고 서로의 비밀을 털어놓는 통로였던 회색노트를 신부님에게 빼앗기자 두 소년은 가출을 감행한다. 이때 아들의 가출에 대응하는 두 집안의 모습을 비교하며 읽다 보면 결말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자크의 아버지는 가톨릭 교도로 권위적이고 엄격한 인물이다. 자크가 가출하자 아들의 안위보다 자신의 체면과 사업에 대한 걱정이 더 크다. 형 앙투안은 아버지에 비해 합리적이고 따뜻한 인물이기는 하지만 어머니의 부재를 채워주지는 못한다. 반면 다니엘의 부모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분위기의 신교도이다. 비록 아버지는 아들의 가출에 관심조차 갖지 않는 난봉꾼이지만 어머니는 가출한 아들을 적극적으로 변호하며 아들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다. 이렇게 상반된 부모의 모습은 두 소년의 성장에 강한 영향을 끼친다.



이 소설에서 자크의 아버지와 다니엘의 어머니는 각각 부성과 모성만을 강하게 가지고 있으며 다니엘의 아버지는 어느 한쪽도 갖지 못한 부도덕한 인물이다. 특히 자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데에는 자신을 포용해 주지 못한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크게 작용했다. 작가는 이처럼 자크와 다니엘뿐 아니라 그들의 부모와 사제들조차도 미성숙한 인물로 그려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성장의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 중에도 성숙한 사람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이가 있다. 바로 다니엘의 어머니이다. 그녀는 남편 때문에 고통을 받으면서도 그의 사랑과 경제적 지원을 잃는 것이 두려워 현실을 외면해 왔다. 그렇지만 아들의 방황을 지켜보며 남편이 아이들에게 더 이상 나쁜 영향력을 끼치지 못하도록 단호하게 이별을 선언한다.

소설의 인물들이 그랬듯 성장한다는 것은 홀로 서는 법과 남과 더불어 사는 법을 동시에 배우는 일이다. 그런데 사람의 삶이란 홀로 서는 것이나 더불어 사는 것이나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 관계맺음의 완성은 '사랑'이다.

 

[박주영 젤리페이지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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