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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1월 21일 화요일
[즐거운 책읽기 5]
회복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씻고 일상을 보내고 잠자리에 드는 게 문득 버거울 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쌓인 스트레스, 불안, 우울 같은 불순물을 처리할 때가 됐다는 신호다. 각자의 회복 방식이 있을 테다. 운동을 하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여행을 떠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방법에 내성이 생겼다면 지적 회복을 시도해보는 건 어떨까.
◆ 철학 : 요나스 잘츠게버, 「인생이 막막할 땐 스토아 철학」, 시프
"당신의 전 생애를 생각하며 괴로워하지 말라. 과거에 일어났거나 미래에 일어날지도 모를 여러 고난을 한꺼번에 걱정하지 말라." "우리는 실제로 상처를 입는 경우보다 겁을 먹는 경우가 더 많다. 그리고 현실보다는 상상으로 더 고통을 받는다." "스트레스가 심해질 때를 대비해 미리 강해져야 한다. 필요할 때 똑같이 할 수 있으려면, 실제 위기가 닥쳤을 때 움찔하지 않으려면, 훈련해야 한다." 스토아 철학자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와 세네카가 현대의 우리에게 전하는 말이다. 이 책 '인생이 막막할 땐 스토아 철학'은 스토아 철학의 가르침을 통해 문제가 닥쳤을 때에도 내 마음과 삶을 평온하고 원만하게 유지하는 법을 알려준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놀랄 만치 현대적인 스토아 철학으로 나 자신을 다스리는 방법, 폭풍 같은 시련이 닥쳤을 때 평정심을 유지하고 정서를 회복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 우주 : 엘랑 심창섭, '지금은 부재 중입니다 지구를 떠났거든요', 애플북스
생활의 크고 작은 고난들로 지칠 때, 우주를 떠올려 보자. 저 먼 우주에서 보기에 나는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그런 내가 하고 있는 이 고민은 또 얼마나 작고 보잘것없는지를 생각하다 보면 태산 같아 보이던 문제도 아무렇지 않게 여겨지곤 한다. 천문학자이자 역사상 가장 뛰어난 과학 커뮤니케이터였던 칼 세이건의 이야기처럼 우주는 자만에 빠진 자에게는 겸손을, 절망에 빠진 자에게는 위안을 주는 공간이다.
이 책은 1인칭 여행자 시점의 가상 우주여행기다. 그야말로 '우주 홀릭'인 저자가 직접 우주여행을 떠났다는 가정하에 각종 자료를 토대로 현실감 넘치는 한 편의 여행 에세이를 풀어냈다. 우주선을 타고 우주호텔에 가고, 우주멀미로 고생하다가 중력이 없어서 위아래를 구분 못하고 발부터 들이밀며 다른 사람에게 인사를 하는 등 실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일을 체험할 수 있다. 시간 순서대로 구성된 실감 넘치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마치 진짜 우주에서 유영하며 지구를 바라보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 뇌과학 : 앨릭스 코브, '우울할 땐 뇌과학', 심심
감성 넘치는 소설이나 에세이보다 냉정한 과학에서 더 큰 위로를 받을 수도 있다. 스스로를 가장 과학적인 우울증 책이라 소개하는 '우울할 땐 뇌과학'이 그렇다. 뇌과학은 인간의 생각과 감정, 행위의 생물학적 근거 등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에 따르면 인간의 마음은 '뇌가 작동하는 방식'에 따라 빚어진다. 따라서 우울증은 개인의 의지나 노력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뇌'가 작동하는 방식에 의한 질환이다. 이 책에서는 뇌과학이라는 최첨단 과학을 통해 우울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시작되는지, 그 근거와 폐해는 무엇인지, 그리고 우울증으로 치닫는 뇌 회로를 다시 돌려세울 방법이 무엇인지 상세히 알려준다.
지극히 주관적이어서 설명히 불가능해 보이는 마음의 문제를 객관적이면서도 논리적인 방법을 통해 도출된 연구 결과로 설명 받고 나면 안심이 된다. 우울증이 내 잘못 때문이 아니라 뇌의 회로가 그렇게 생겨먹었기 때문이라는 근거 있는 깨달음이 주는 안도감. 내 고통이나 불안이나 걱정이 모두 '무형의 위협'이라 답답했는데, 실은 물리적 실체가 있고 따라서 어떻게든 해볼 도리가 있겠다는 믿음. 이것들이 과학이 우리에게 건네는 위로다.
[전하정 젤리페이지 MD]
정답: 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