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봉제 매경아카데미 책임연구원
입력 2025-04-28 09:10teen.mk.co.kr
2025년 11월 12일 수요일
학교 화장실 휴지는 왜 더 빨리 떨어질까?

최봉제 매경아카데미 책임연구원
입력 2025-04-28 09:10![[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https://pimg.mk.co.kr/meet/neds/2022/05/image_readtop_2022_418065_16522957825038468.jpg)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자신이 비용을 모두 지불하고 배타적으로 사용하는 재화를 경제재(economic good) 또는 사적재(private good)라고 합니다. 내 돈 내고 내가 먹는 한 끼의 점심식사, 식후 디저트와 커피 한 잔, 내가 입는 옷, 내 스마트 폰 등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이 재화는 ‘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사람의 소비를 제한할 수 있는 성질’인 배제가능성(excludability)과 ‘한 사람이 쓴 만큼 다른 사람이 쓸 수 있는 양이 줄어드는 성질’인 경합성(rivalry)이 강하게 나타납니다. 이러한 재화는 시장실패만 없다면 효율적으로 시장에서 공급과 소비가 이뤄집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모든 재화가 이와 같이 경합성과 배제가능성을 온전히 갖추고 있지는 않습니다. 가령 공공도서관의 열람실과 도서, KTX 역사 내 화장실 휴지, 회사 탕비실에 비치된 간식은 경합성은 강하지만 배제가능성은 약한 재화입니다. 이러한 재화를 공유재(commons) 또는 공유자원(common resource)이라고 합니다.
배제가능성이 약하다는 것은 명확한 소유권이 없다는 것으로 이러한 재화는 먼저 발견해서 쓰는 사람의 차지(first come, first served)가 됩니다. 따라서 적절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필연적으로 남용이나 고갈로 이어지게 됩니다.

챗GPT가 생성한 공유재 관련 이미지.
이를 생태학자 개릿 하딘은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Commons)이라고 표현한 바 있습니다. ‘왜 우리 학교 화장실에는 휴지가 비치돼 있지 않은가?’라든가 ‘왜 회사 탕비실 간식은 빨리 떨어질까?’에 대한 훌륭한 설명인 셈입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진 출처 = 연합뉴스]](https://pimg.mk.co.kr/news/cms/202304/08/news-p.v1.20230405.b619fb88f3af4d6c844d2c9ee649e356_P1.jpg)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출처: 연합뉴스)
경합성은 약하지만 배제가능성이 강한 재화도 있습니다. 이를 클럽재(club good)라고 하며, 넷플릭스, 유튜브프리미엄, 디즈니+와 같은 구독 서비스 대부분이 이 범주에 포함됩니다. 내가 내 돈 내고 서비스를 온전히 즐길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요금을 지불한 다른 사람의 이용에 지장을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서울시가 31일 오전 6시41분 발송한 ‘경계경보’ 위급재난문자. [사진 출처 = 연합뉴스]](https://pimg.mk.co.kr/news/cms/202305/31/news-p.v1.20230531.453b6d4a618c4df9bc199294972209f9_P1.jpg)
위급재난문자. (출처: 연합뉴스)
그러면 경합성과 배제가능성이 모두 약한 재화도 있을까요? 일기예보, 재난알림 문자, 치안과 국방 서비스 등이 그 사례로 이를 공공재(public good)라고 합니다.
이러한 재화는 한 사람의 소비가 다른 사람의 소비를 제한하지 않으므로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할수록 사회적 이익이 커집니다. 하지만 대가를 치르지 않고도 누구든 이용할 수 있으므로 굳이 자신이 비용을 내고자 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비용을 들여 공공재가 공급되면 자신도 슬며시 한 숟갈 얹는 것이 더 낫기 때문입니다. 이를 무임승차자의 문제(free rider’s problem)라고 합니다. 이로 인해 공공재는 사회적으로 필요한 적정 수준만큼 시장에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 시장실패가 나타나는데 이를 ‘공공재의 문제’라고 합니다. 치안과 국방서비스 등 대부분의 필수 공공재가 정부에 의해 공급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경합성과 배제가능성에 따른 재화 분류.
그러면 공공재는 얼마나 공급되는 것이 효과적일까요? 다음 <사례>를 통해 이에 관해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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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0명이 거주 중인 한 다세대 주택 공동현관과 주차장에 방범용 CCTV를 설치하려 한다.
설치비용은 대당 40만 원이고, 설치된 CCTV 수에 따라 각 세대가 얻는 편익은 아래 <표>와 같다.
다음 중 이 다세대 주택에 설치해야 할 적정 CCTV 수는?
CCTV 수와 가구당 편익
① 1대 ② 2대 ③ 3대 ④ 4대 ⑤ 5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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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세대 주택에 설치될 방범용 CCTV의 경우 한 사람이 얻는 편익(주거안전)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누릴 수 있는 편익이 제한되지 않습니다. 즉 경합성이 없습니다. 또 설치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사람이 편익을 얻는 것을 배제할 수도 없습니다. 즉 배제가능성이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방범용 CCTV는 공공재로 볼 수 있습니다. 공공재의 경우 재화를 추가로 공급할 때 늘어나는 사회적 편익과 추가 비용을 비교해 전자가 크다면 공급을 늘리는 것이, 후자가 크다면 공급을 줄이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CCTV 한 대 늘릴 때마다 40만원이 들고, 사회적 편익은 CCTV가 0대에서 1대로 늘 때 80만원, 1대에서 2대로 늘 때 70만원, 2대에서 3대로 늘 때 50만원, 3대에서 4대로 늘 때 30만원, 4대에서 5대로 늘 때 20만원 증가하므로, 3대까지 설치하는 것이 최적입니다.
정답은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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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실패
불완전경쟁, 외부효과, 비대칭정보, 무임승차자의 문제, 소유권의 부재로
시장 거래가 자원의 비효율적 사용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정답: 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