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헌 사진가, 경희대 외래교수, 크레타스튜디오 대표
입력 2025-11-17 09:09teen.mk.co.kr
2026년 01월 13일 화요일
셔터를 누르기 전, 마음을 먼저 열어보세요

전경헌 사진가, 경희대 외래교수, 크레타스튜디오 대표
입력 2025-11-17 09:09사진 기술보다 중요한 것
(Whisk로 생성한 그림)
여러분은 좋은 인물사진을 찍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완벽한 조명이 중요하고, 멋진 배경도 필요하며, 비싼 카메라가 도움이 되기는 합니다.
하지만 저는 사진가로 오랜 시간 일하며 한 가지 확실히 깨달은 게 있습니다. 좋은 인물사진의 핵심은 기술뿐만 아니라 소통이라는 사실입니다. 빛의 각도나 구도보다 먼저 맞춰야 할 것은 사람의 마음입니다.
물리학자와의 특별한 순간
예전에 한 물리학 교수님을 촬영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여러 연출을 해서 찍어도 표정이 전혀 살아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카메라를 잠시 내려놓고 교수님과 편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평소 궁금했던 물리학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당시 아인슈타인에 대한 책을 읽고 있던 중이라 상대성이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궁금한 점들을 여쭈었습니다.
그때부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교수님의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했고, 제스처는 자연스럽게 나왔으며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바뀌었습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세계를 이야기할 때의 그 표정, 그 지적인 열정이 얼굴 가득 피어올랐습니다. 저는 함께 즐겁게 얘기하면서 셔터를 눌렀습니다. 그 작업은 지금도 제 기억 속에서 '가장 살아 있는 얼굴' 중 하나로 남아 있습니다.
조명이 아무리 완벽해도 대화가 없는 사진은 그 사람의 피부만 담길 뿐 온도는 남지 않습니다. 하지만 짧은 대화 한마디가 오갈 때 눈빛이 달라지고, 어깨가 풀리고, 표정이 부드러워집니다.
사진은 결국 소통의 결과물입니다.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나눈 뒤 찍은 사진은 그 사람의 삶의 일부를 함께 담는 일입니다.
식빵 부부 이야기-말하지 않은 사랑
어느 마을에 평생을 함께한 부부가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식빵의 딱딱한 가장자리를 좋아했고, 할머니는 부드러운 속살을 좋아했습니다.
할아버지는 늘 좋은 것을 할머니에게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딱딱한 부분을 떼어 할머니에게 건넸습니다. 할머니는 다른 건 다 좋은 걸 주면서 왜 식빵은 꼭 가장자리를 줄까 생각하며 서운한 맘이 들었지만 참았습니다.
세월이 흘러 할머니가 병상에 누워 마지막 인사를 하던 날이었습니다. "당신은 내게 평생 정말 잘해주었어요. 그런데 왜 식빵을 먹을 때면 그 딱딱한 가장자리를 내게 주었나요? 그게 얼마나 섭섭했는지 아세요?"
할머니는 그 질문을 남긴 채 대답을 듣지 못하고 조용히 눈을 감았습니다. 할아버지는 그 손을 꼭 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습니다. "그게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이었는데…. 그래서 당신에게 주었던 건데…."
이 부부는 서로를 깊이 사랑했지만, 단 한 번도 그 '이유'를 말하지 않았습니다. 사랑은 충분했지만, 말이 없었던 사랑이었습니다. 마음은 표현될 때 비로소 닿습니다.
여러분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사진도, 관계도 결국 같은 원리입니다. 좋은 사진은 '표정'을 얻는 일이 아니라 '이해'를 얻는 일입니다. 좋은 관계도 '말을 잘하는 법'이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법'을 배우는 일입니다. 친구의 사진을 찍을 때, 가족의 모습을 담을 때 먼저 대화를 나누어 보세요.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 그 사람이 빛나는 순간에 대해 물어보세요.
그러면 여러분은 단순한 사진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이야기'를 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사진을 넘어 여러분의 모든 관계에도 통합니다.
부모님께, 친구에게, 좋아하는 사람에게 여러분의 마음을 표현하십시오. 식빵 부부처럼 평생 오해 속에 살지 않으려면 말해야 합니다. 셔터보다 먼저 마음을 누르세요. 사진이 사람의 얼굴을 전한다면, 소통은 사람의 마음을 전합니다. 좋은 사진은 셔터로 찍는 것이 아니라 대화로 만들어집니다. 좋은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셔터보다 먼저, 상대의 마음에 닿는 대화를 나누어 보세요.
여러분의 마음을 표현할 때, 진짜 소통이 시작됩니다.
정답: 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