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헌 사진가, 경희대 외래교수, 크레타스튜디오 대표
입력 2025-09-01 09:10teen.mk.co.kr
2026년 01월 13일 화요일
인디언 기우제처럼 … 좋은 사진도 나올때까지

전경헌 사진가, 경희대 외래교수, 크레타스튜디오 대표
입력 2025-09-01 09:10
(chatGPT로 생성한 그림)
인디언의 기우제와 사진가의 태도
저는 매 학기 첫 강의에서 '인디언의 기우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제는 너무나 유명해져서 식상할 수도 있지만 사진가의 자세를 설명하는 데 이만한 비유도 없어요. 다들 알다시피 인디언이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와요. 이유는 간단해요.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계속하기 때문이에요.
프로사진가가 언제나 좋은 사진을 찍는 이유도 마찬가지예요. 좋은 사진이 나올 때까지 셔터를 누르기 때문입니다. 한 번의 시도로 완벽한 결과를 얻는 경우는 드물어요. 중요한 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멈추지 않는 것이에요.
스테픈 커리 : 될 때까지 던진 사람
이런 사례는 다른 분야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어요. 스테픈 커리는 지금 NBA 최고의 3점 슈터로 불리지만 데뷔 초에는 그를 리그 최고의 스타로 예상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그는 키 188㎝로 NBA 선수 평균보다 10㎝가 작았으며 부상과 체력 문제, 불안한 경기력 때문에 주목받지 못했어요. 하지만 그는 매일 슛 연습을 수천 번 반복했고, 작은 동작 하나까지 완벽하게 다듬어 나갔어요.
안 되면 될 때까지 반복하고 반복해서 자신을 단련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수년간 이어간 결과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고 백투백 MVP와 수많은 3점 슛 기록을 세웠어요. '한 번의 좋은 경기'가 아니라 '좋은 경기가 나올 때까지'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커털린 커리코 : 실패 속에서 피어난 백신 혁신
2019년 우리 인류는 큰 위기를 맞았어요. 그때까지 없었던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했고, 전 세계적으로 700만명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어요. 이때 인류를 구한 백신이 커털린 커리코 박사의 mRNA를 이용한 치료법이에요. 박사는 1990년대부터 mRNA 백신을 연구했어요. 하지만 당시 mRNA는 인체에 과도한 면역반응을 일으켰고, 연구는 번번이 실패했어요. 연구비는 끊기고 학계의 시선도 차갑기만 했어요. 경력 단절 위기 속에서도 그는 연구를 멈추지 않았어요.
그러다 드루 와이스먼과 협력을 통해 mRNA 염기를 변형하는 방법을 찾아내면서 부작용 문제를 해결했어요. 수십 년간의 끈질긴 시도 끝에 완성된 이 기술은 코로나19 팬데믹 때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의 핵심이 됐고, 결국 전 세계 수억 명의 생명을 구했고 우리를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했어요.
될 때까지 멈추지 않는 힘
이 두 사례의 공통점은 명확해요. 한두 번의 실패나 몇 번의 좌절로 물러서지 않았다는 것이에요. '될 때까지'라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태도가 비를 내리게 했고, 기록을 세우게 했으며, 과학적 난제를 풀게 했어요.
사진 촬영도 다르지 않아요. 피사체가 자연스러운 표정을 짓지 않으면 그 순간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요. 구도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만족할 때까지 한 발 더 움직여요. 프로의 세계에서 결과는 대개 '한 번에' 나오지 않아요. 그런데도 우리는 셔터를 누르고, 또 눌러요.
수학 강사 정승제 선생님도 방송에서 비슷한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어려운 수학 문제를 끝까지 붙잡고 해결한 경험이 있는 학생들이 시간이 흘러 사회에서도 끈기와 문제 해결력으로 성공한다는 것이에요. 문제를 끝까지 풀어내는 힘은 분야를 막론하고 성취의 핵심이라는 뜻이에요.
좋은 사진은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아요. 셔터를 누르는 시간, 현장을 발로 누비는 노력, 결과가 나올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태도가 사진 속에 고스란히 담겨요. 인디언이 비를 부르듯 프로사진가는 좋은 사진을 불러요. 그 비결은 그리 거창하지 않아요. 그저 좋은 사진이 나올 때까지 계속 셔터를 누르는 것이에요.
농구의 골도 과학의 성취도 수학 문제도 다 마찬가지예요.
정답: 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