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소 전 남해 상주중학교장
입력 2026-03-23 09:10teen.mk.co.kr
2026년 05월 11일 월요일
뜻밖에 거대한 행운이 가져온 결말은?

윤영소 전 남해 상주중학교장
입력 2026-03-23 09:10

(출처: Whisk 생성)
존 스타인벡 '진주'
저것만 있으면 정말 행복할 텐데. 그걸 손에 넣는 순간을 상상하면서 '그때가 되면 모든 게 다 좋아질 거야'라고 생각해본 적, 한번쯤 있을 거예요. 아무 생각 없이 로또를 한 장 구매했는데, 엄청난 당첨금으로 이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처음엔 하늘을 날 것 같은 기분이겠죠. 갖고 싶었던 것, 하고 싶었던 것, 사고 싶었던 것들이 머릿속에서 줄을 서기 시작할 거예요.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것은 모든 사람의 희망이니까요.
그런데 그 최고의 순간은 얼마나 지속 가능할까요? 실제로 어마어마한 일확천금의 행운은 대부분 끔찍한 불행으로 이어진다는 사례를 들어본 적이 있을 거예요. 그 돈이 생긴 뒤로 삶이 오히려 더 복잡해지고, 더 힘들어지는 사람들 이야기요. 뉴스에서 종종 나오잖아요. 로또 당첨 이후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거나, 주변에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들어 오히려 외로워졌다는 이야기들. 뭔가 이상하죠? 그토록 원하던 걸 손에 넣었는데, 왜 행복해지지 않는 걸까요?
존 스타인벡의 '진주'는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하는 이야기예요. 무려 100년 가까이 전에 쓰인 소설이지만, 지금 우리 일상과 놀랍도록 닮아 있어요.
이야기의 배경은 16~17세기 스페인 식민지 시절의 멕시코, 캘리포니아만 연안의 작은 어촌 마을이에요. 요즘처럼 인터넷도, 병원도, 법의 보호도 제대로 없던 시절이죠. 원주민 어부들은 바다에서 진주를 캐서 먹고살았는데, 정작 진주를 파는 가격은 상인들이 마음대로 정했어요.
의사도, 상인도, 권력자도 모두 가난한 원주민들을 무시하고 착취했죠. '진주'는 바로 그런 불평등한 세상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예요. 작가는 멕시코의 라파스 지역에 실제로 전해 내려오는 민간 설화에서 이 이야기의 씨앗을 얻었다고 해요.
주인공 키노는 아내 후아나, 갓난아기 코요티토와 함께 바닷가에서 소박하게 살아가는 어부예요. 가진 건 없지만, 아침 햇살 아래 아기를 바라보는 행복한 순간이 있는 사람이죠. 그런데 어느 날 아기가 전갈에 쏘이는 사고가 생겨 급히 의사를 찾아가지만, 돈이 없다는 이유로 쫓겨나요.
뭐라도 해야겠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바다에 뛰어든 키노는 그날, 세상에서 가장 크고 완벽한 진주를 발견해요. 그야말로 기적 같은 행운이 찾아온 거죠. 온 마을 사람들이 흥분하기 시작합니다.
'이걸 팔면 아이를 치료할 수 있어. 교육도 시킬 수 있어. 새 총도, 새 옷도 살 수 있어!' 주인공 키노의 행복한 상상은 끝이 없이 이어지지만, 과연 그 상상은 현실로 이어질까요? 사람들의 욕망과 질투가 뒤섞이면서, 상황은 예측할 수 없게 됩니다.
진주를 팔러 가자 상인들은 가격을 담합해서 터무니없이 낮은 값을 불러요. 또 그날 밤부터 정체 모를 사람들이 진주를 빼앗으려 키노를 습격하기 시작해요. 급기야 그는 가족을 지키다가 사람을 죽이게 되고, 집은 불에 타버리죠. 쫓기는 신세가 된 가족은 산속으로 도망치지만, 결국 추격자들의 총에 아기 코요티토가 목숨을 잃어요. 키노는 절망합니다. 진주가 행운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식이 죽는 불행을 맞이하면서, 진주를 바다에 던져버립니다.
키노는 진주를 손에 넣는 순간 행복해지긴커녕, 오히려 탐욕과 폭력, 불신에 둘러싸이기 시작해요. 진주가 생기기 전, 가난하지만 아내와 아기와 함께 맞이하던 평화로운 아침이 사실은 더 큰 행복이었을지도 몰라요.
여러분도 비슷한 생각을 할 때가 있죠?'저것만 갖게 되면 행복할 텐데'. 그런데 막상 그것을 얻고 나면 또 다른 것이 갖고 싶어지는 경험, 해본 적 없나요? 키노의 이야기가 딱 그거예요. 욕망은 끝이 없고, 얻을수록 더 많이 잃는 역설을 이 작품은 아주 냉혹하게 보여줘요.
'진짜 소중한 것은 이미 내 곁에 있다'라는 거예요. 키노에게 진주보다 훨씬 소중한 건 아내 후아나의 사랑, 아기 코요티토의 웃음 그리고 평화로운 일상이었어요.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이 순간 곁에 있는 사람들, 평범한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그것이 진짜 보물이고 행운인 거예요.
'진주'는 100페이지 남짓한 얇은 책이에요. 하루면 충분히 읽을 수 있죠. 하지만 덮고 난 다음, 그 여운은 꽤 오래 머물러요. 진주를 바다에 던지는 키노의 마지막 장면이 머릿속을 맴돌 거예요. 그 장면 앞에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 보세요.
전 남해상주중 교장
정답: 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