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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벌레가 된 나 … 점점 달라지는 주변 시선들

윤영소 남해 상주중학교장

입력 2026-02-23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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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作 '변신'

 

ChatGPT 생성

(출처: ChatGPT생성)

 

종종 영화에 그런 설정이 있기도 한데, 아침에 눈을 뜨니 세상이 완전 딴판인 경우, 내가 내가 아닌 이상한 생명체가 되어 있고, 주변의 사물과 풍경들이 온통 바뀌어, 사건이 전개되는 그런 영화 한두 번쯤은 본 적이 있지요?

 

아마 카프카의 소설 '변신'이 그 대표적인 사례 혹은 원조라고 있을 것 같아요. 소설 '변신'은 그 '이상한 아침'을 끝까지 밀어붙입니다. 주인공은 평범한 회사원이었는데, 어느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자신이 거대한 벌레가 되어 있다는 걸 알아차려요. 여기까지만 들으면 ', 공포소설인가?' 싶은데, 신기하게도 이 작품은 괴물의 등장으로 달려가지 않습니다. 진짜 무서운 건 벌레가 아니라 그 뒤에 이어지는 사람들의 반응이에요.

 

더 웃기고, 동시에 더 씁쓸한 건 그레고르의 첫 번째 걱정이 "내가 왜 벌레가 됐지?"가 아니라 "지각하면 어떡하지?"라는 점이에요. 벌레가 되었는데도 출근 걱정부터 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요? 그런데 그 장면에서 이상하게 웃다가 금방 웃음이 멈추게 됩니다. 우리도 이런저런 걱정과 기대가 뒤범벅되어 살아가는데, 벌레가 되어서도 걱정과 근심은 변하지도 않고 사라지지도 않는다니, 참 서글프지요? 그레고르는 가족의 빚을 갚고 생활비를 벌어오는, 집안의 기둥 같은 존재였죠. 그런데 벌레가 되는 순간, 그가 해오던 모든 역할이 한번에 끊깁니다. 그때부터 가족의 분위기도 조금씩 바뀌어요. 처음엔 당황하고 겁먹고, 어떻게든 받아들이려는 듯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그레고르는 집안에서 '숨겨야 하는 존재'가 됩니다. 방문은 자주 닫히고, 대화는 짧아지고, 사람들은 문틈으로만 그레고르를 바라보게 돼요.

 

이 장면들이 특별히 마음을 쓰라리게 하는 이유는 가족이 처음부터 잔인한 악당처럼 그려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들도 살기 위해 발버둥 치고, 돈이 필요하고, 하루가 무너질까 두려워해요. 그래서 그레고르에게 차가워지는 일이 '나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버티느라 여유가 없어서'처럼 보입니다. 현실에서 자주 보는 종류의 차가움이죠.

 

이 소설에서 계속 반복되는 ''도 그런 질문을 더 크게 만듭니다. 문이 열리면 사람들의 시선이 쏟아지고, 문이 닫히면 그레고르는 방 안에 갇혀버립니다. 단순히 방을 드나드는 문이 아니라 사람 사이 거리가 되어버린 문. 어쩐지 학교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곤 하잖아요. 누군가가 한번 '이상한 애'로 찍히면 그다음부터는 뭘 해도 이상하게 보이고, 소문이 먼저 사람을 만들고, 진짜 마음은 아무도 보지 않게 되는 순간들. '변신'은 벌레 이야기 같지만, 사실은 한 사람이 관계 속에서 어떻게 외톨이가 되는지를 아주 차갑고 정확하게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카프카는 지금의 체코 프라하에서 살았던 작가로, 낮에는 회사에서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습니다. 밤에 글을 쓰면서 늘 불안과 압박을 느꼈고, 특히 집과 가족, 책임 같은 것들로 마음이 무거웠던 사람으로 알려져 있어요. 그래서 카프카의 작품엔 '이유도 모른 채 억울해지고, 시스템과 현실에 눌려 꼼짝 못 하는 느낌'이 자주 등장합니다. '변신'은 그런 카프카의 감각이 가장 강하게 드러난 작품 중 하나이고요. 그런데 이 책을 읽을 때 가장 솔직한 감정은 아마 이것일지도 몰라요. 그레고르가 불쌍한데, 동시에 나도 모르게 조금 피하고 싶어지는 마음. '나라도 부담스러울 것 같아'라는 생각이 스치기도 합니다. 이게 이 작품이 가진 묘한 힘이에요. 독자를 착한 사람으로만 남겨두지 않습니다. "너도 그런 순간이 있을 수 있어" 하고 조용히 거울을 들이밀죠. 그래서 책을 덮고 나서도 기분이 쉽게 정리되지 않습니다. 눈물이 확 터지는 감동이 아니라 가슴 한쪽이 조용히 내려앉는 종류의 여운이 남아요. 누군가에게 괜히 조금 더 친절해지고 싶어지거나, 반대로 내 주변에 닫아둔 문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읽기 전에 한 가지 팁이 있다면, "왜 벌레가 되었지?"라는 이유를 끝까지 파헤치려 하지 않는 게 좋아요. 이 소설은 그 이유를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거든요. 이유가 없어도, 말이 안되는 일이 갑자기 벌어져도, 사람들은 그 상황 속에서 서로를 밀어내기도 하고 외면하기도 한다는 걸 보여줍니다. 그러니까 이 책에서 진짜 중요한 건 '벌레가 된 사건'이 아니라 그 사건 이후에 벌어지는 변화예요.

 

'변신'은 생각보다 길지 않습니다. 문장도 꼭 어려운 철학책처럼 굴지 않아요. 다만 분위기가 묘하고, 중간중간 답답해서 '왜 이렇게까지…' 싶은 순간이 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답답함이 바로 작품이 의도한 감정일지도 몰라요.책장을 덮고 나면 이런 질문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 같군요.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존재일까?' 그리고 더 중요한 질문. '나는 나에게 어떤 존재일까?'

남해상주중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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