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희 연구원
입력 2025-04-21 09:08teen.mk.co.kr
2025년 05월 09일 금요일
노아의 방주? 여긴 사진의 방주
정주희 연구원
입력 2025-04-21 09:08‘포토아크(Photo Ark)' 사진전.
'포토아크(Photo Ark)'는 미국 내셔널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의 사진작가 조엘 사토리(Joel Sartore)가 시작한 사진 프로젝트입니다. 전 세계 동물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사진으로 기록해 마치 사진으로 만든 '방주(Ark)'처럼 보존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어요. 성경 속 노아의 방주처럼, 언젠가 사라질 수도 있는 생명들을 사진으로 모아 지키고자 하는 마음에서 출발했다고 합니다.
제가 다녀온 서울 잠실 뮤지엄209에서 열린 '포토아크' 전시는 이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구성된 사진전이었는데요. 단순히 동물원에서처럼 동물을 구경한다는 데에 그치지 않고 생명의 무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저와 함께 박물관 투어를 떠나볼까요.
전시관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보인 건 'PHOTO ARK'라고 적힌 검은 벽과 그 주위를 가득 채운 형형색색의 동물 사진들이었어요.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고, 조명이 은은하게 스튜디오를 비추고 있어 마치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조용한 공간에 들어선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포토아크(Photo Ark)' 사진전.
첫 사진 몇 장을 둘러보다가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사진의 배경이 짙은 검은색이라는 것이었어요. 예쁜 색감의 벽들과도 대비돼 동물 사진이 더욱 돋보였죠. 실제로 작가는 동물을 더 강조하기 위해 배경을 검정이나 흰색으로만 설정했다고 하네요.
오디오북에서 가장 먼저 소개된 동물은 맨드릴개코원숭이였는데요. 손을 입에 대고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원숭이였어요. 이 어린 맨드릴은 적도 가나의 야생 동물 고기 시장 근처에서 발견되었다고 해요. 구조되어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여전히 그런 환경에 놓인 동물이 많다는 사실이 마음을 무겁게 했어요.
‘포토아크(Photo Ark)' 사진전.
전시에는 크기가 극단적으로 다른 두 동물도 나란히 전시되어 있었는데요. 바로 세인트앤드루해변쥐와 말레이호랑이였습니다. 아주 작은 쥐와 거대한 호랑이를 같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어요. 우리가 그동안 너무 '작은 생명'을 무심히 지나쳤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동물들은 크기와 상관없이 모두 소중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습니다.
그 외에도 깜빡깜빡 졸린 눈을 하고 있던 올빼미 사진, 모두가 사진 찍기엔 위험하다고 말렸던 들소 '메리 앤'이 좋아하는 뽕나무 잎을 활용해 안전하게 촬영한 일화 등 다양한 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사진작가 사토리는 동물이 완벽한 포즈를 취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일부러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으려 했다고 설명합니다. 저도 완벽한 자세보다는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모습이 훨씬 생동감 있고 친숙하게 느껴져서 마음에 더 와닿았답니다.
가장 마음이 무거워졌던 섹션은 '이젠 돌아갈 수 없어'라는 제목의 공간이었어요. 이미 멸종되었거나 극소수만 남은 동물들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었는데요. 그중 '나비레'라는 이름의 북부흰코뿔소의 사진은 어쩌면 북부흰코뿔소의 마지막 사진일지도 모른다는 설명에 마음이 아팠어요. 사진 속 나비레의 눈빛이 슬퍼 보였던 건, 아마도 정말 끝일지도 모른다는 감정을 제 마음이 고스란히 받아들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시를 다 보고 나오면서, 기프트숍에서 고양이 그림이 그려진 마우스패드 하나와 다양한 동물이 그려진 스티커 한 장을 골랐어요. 기념품이 예쁘기도 했지만, 이 전시에 와서 사진으로 만나봤던 생명들을 기억하고 싶다는 마음에서였습니다.
'포토아크' 전시가 특별했던 이유는 단순히 동물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동물들의 삶과 처지를 함께 보여줬다는 점이에요.
"그들은 우리 인간과 꼭 같다." 전시장 벽에 적힌 조엘 사토리의 이 말은, 사진 속 동물들의 눈빛과 이야기를 통해 제 마음속 깊이 전해졌습니다.
저는 이 전시를 보며 조엘 사토리가 우리에게 조용하게 질문을 직접 던지는 것 같았어요. "우리는 이 동물들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대해야 할까?" 사진을 통해 동물과 눈을 마주치며, 저는 이 생각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되더라고요. 사라져 가는 생명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먼저 기억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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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이유로 위험에 처한 동물들
안경올빼미는 고속도로와 농장 개발 때문에 서식지를 잃고 있고,
쇠펭귄을 비롯한 여러 펭귄은 기후변화와 서식지 파괴로 위협받고 있다고 합니다.
남방세띠아르마딜로는 밀렵, 플로리다퓨마는 서식지 상실과 차량 추돌로 생명을 잃고 있으며, 붉은정강이두크는 불법 포획으로 개체 수가 줄고 있다고 해요.
정답: 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