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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4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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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물고기는 왜 수족관에서 볼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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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을 찾은 시민들이 흰고래 '벨루가'를 관람하는 모습. 연합뉴스

 

무차별한 어획으로 개체 수가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족관에서는 남극 물고기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사람들이 궁금해할 수 있다. 관리가 어려운 범고래나 벨루가와 같은 큰 해양 동물들도 수족관에서 볼 수 있는데 왜 남극 물고기는 볼 수 없는지 의문이 들 것이다. 이유는 남극 물고기가 살기 위해 필요한 극한의 냉수 환경을 인공적으로 재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018년 가을, 남극에서 가져온 살아 있는 물고기를 키우기 시작한 지 2년이 지난 후, 극지연구소에서 남극 물고기를 키우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아쿠아리움 전시기획자가 나와 만나고 싶어 했다. 이 전시기획자는 남극 물고기가 수족관을 찾은 대중의 관심을 끌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해 새로운 볼거리로 제공하고자 했다. 나 역시 남극 물고기 연구의 가치와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대중적인 관심을 끌어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음 날 바로 아쿠아리움으로 향했다. 본격적인 대화에 들어갔을 때 전시기획자는 남극 물고기를 우리나라까지 가져오고 키우는 것과 관련된 전문적인 질문들을 던졌다. 이에 대해 답하다 깨닫게 됐다. 이분을 극지연구소로 초대해 남극 물고기를 직접 보여드렸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족관에서 남극 물고기를 키우려면 그들이 자연 서식지에서 경험하는 환경, 특히 극한의 냉수 환경을 정밀하게 재현해야 한다. 남극 대륙의 내륙은 -55도까지 내려가지만, 연안은 상대적으로 따뜻한 -10도 이상을 유지한다. 이러한 온도 차이 때문에 일반인들은 남극 바닷물을 덜 차갑게 느낀다. 남극 바닷물의 온도는 연중 1.5도에서 -1.9도 사이로 남극 대륙의 극심한 추위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따뜻한 편이다.

바다는 물의 높은 비열 덕분에 주변 기온 변화에 덜 민감하다. 물은 0도에서 얼고 100도에서 끓는다. 열용량은 온도를 1도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을 의미하며, 물은 큰 열용량을 가지고 있어 온도 변화에 덜 민감하다. 비열은 단위 질량당 열용량을 나타내며, 물의 비열은 매우 높아 작은 열량 변화에도 온도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연안 지역은 내륙에 비해 겨울철에 더 따뜻하게 유지된다. 바닷물이 열을 더 많이 저장하고 천천히 방출하기 때문이다. 남극도 마찬가지다. 내륙은 비열이 낮은 물질들로 이루어져 있어, 작은 에너지 변화에도 온도가 급격히 변한다.

담수는 0도에서 얼기 시작하지만, 바닷물은 염분과 다른 물질들이 녹아 있어 어는점이 -2도까지 낮아진다. 이 물질들이 얼음 형성에 필요한 수소결합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남극 바닷물의 온도, 1.5도에서 -1.9도 범위는 물고기가 살 수 있는 가장 낮은 온도로 볼 수 있다. 바다가 이보다 더 차가워지면 얼어버리게 된다. 남극 바닷물이 생각보다 차갑지 않다는 일반의 인식과 달리, 실제 온도는 극한의 추위 속에서 생명체가 살아남기 위한 한계점에 가깝다.

본론으로 다시 돌아가자. 남극 물고기를 키우려면 바닷물 온도를 1.5도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이 온도는 수천만 년 동안 남극 물고기가 살아온 환경을 반영한다. 상업시설인 아쿠아리움에서 산천어, 열목어, 연어, 송어와 같은 냉수성 어종을 전시할 때는 약 15도 이하의 수온이 적합하다. 그러나 남극 물고기는 기존 냉수성 어종이 필요로 하는 수온보다 훨씬 낮은 온도, 즉 최소 1.5도 이하의 환경에서만 생존할 수 있다. 이러한 극한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이 드는 특수 설비가 필요하다. 이것이 아쿠아리움에서 남극 물고기를 보기 어려운 주된 이유다. 바로 고비용의 시설 투자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투자를 감행한 아쿠아리움이 드물어 남극 물고기를 직접 볼 기회는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