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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4일 화요일

교양·진학

교양·진학 과학

눈송이는 변덕꾸러기 예술가 날씨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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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게티이미지뱅크

변산반도국립공원 바다 옆에 위치한 적벽강 주변을 거닐다보면 사각형, 오각형 모양 막대가 수십, 수백 개씩 뭉쳐 있는 듯한 거대한 절벽을 마주하게 된다. 용암이 굳어져 만들어진 암반에 돌개구멍을 파 내려가는 자갈들과 파도가 어우러져 걷는 재미를 한껏 느낄 수 있다. 변산반도 적벽강을 거닐면서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재미는 파도에 쓸려서 만들어진 동글동글한 자갈들을 보는 것이다. 산책 중 우연히 주변 암반과는 색이 현저히 다른 초록색 투명한 자갈을 보았는데, 이 자갈의 정체가 보석의 일종인 녹주석의 결정(Crystal)인지, 아니면 단순히 초록색 유리병 파편이 다른 자갈들처럼 파도에 의해 깎인 것인지 이런저런 상상을 해보았다. 단결정을 기르며, 결정에서 일어나는 물리 현상을 연구하는 과학자로서 단결정의 아름다운 세계에 대해 소개해보고자 한다.


Q. 결정이란 무엇일까

A. 일정한 대칭적인 배열을 가진 다면체를 결정이라 한다. 결정은 원자들의 주기적인 배열로 구성된다. 어떤 고체 물질의 내부가 원자들의 주기적인 배열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무질서한 상태라면 우리는 이 물질을 비결정질 또는 비정질(Noncrystalline)이라고 부른다. 유리, 플라스틱, 고무 등이 대표적인 비정질이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원자들의 주기적인 배열이 존재하는 규칙적인 상태라면 우리는 이 물질을 결정질(Crystalline)이라 부른다. 자연에서 산출되는 대부분의 광물은 결정질이다. 특히 결정질 중에서도 결정 전체가 일정한 배열을 가지는 경우 '단결정'이라고 부른다.

 

Q. 눈송이 결정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A.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해볼 수 있는 단결정의 예시를 살펴보자. 대표적으로는 바로 눈송이, 즉 얼음을 꼽을 수 있다. 눈송이는 구름 속에 있는 수증기다. 자유롭게 날아다니던 물 분자들이 점점 차가워지면서 운동성을 잃게 되고 서서히 뭉치면서 얼어붙으며 만들어진다. 물 분자들이 운동성을 잃으며 하나 둘 뭉치다 보면 6개의 물 분자가 육각형을 이루게 되고 그 육각형이 모이고 모이면서 '눈송이' 결정이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단결정은 액체나 기체 형태로 자유롭게 움직이던 원자 또는 분자가 서서히 냉각돼 운동성을 잃어가면서, 주변의 원자와 배열을 맞춰 결합하며 만들어지는 것이다. 여기서 '서서히'가 중요하다. 만약 갑자기 '순식간'에 냉각이 되면 자유롭게 움직이던 상태에서 "꼼짝 마!"라고 외치는 것처럼 무질서한 상태로 고체화가 된다. 즉 비정질이 되는 것이다.

눈송이 결정을 관찰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눈송이 결정이 꼭 육각형 모양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별 모양을 가지기도 하고, 소나무 잎처럼 뾰족한 모양으로 나타나기도 하면서 때로는 삼각형일 때도 있다. 이러한 차이는 눈송이가 만들어지는 장소의 습도와 온도, 압력과 같은 주변 환경이 만들어낸다. 마치 날씨라는 예술가가 그날의 변덕과 취향을 마음껏 녹인 예술작품과도 같다.

 

Q. 보석의 결정들은 어떻게 생길까?

A. 지구 표면 아래로 파고 들어가면 고온과 고압으로 인해 다양한 광물이 녹아 있는 마그마를 만나게 된다. 이 마그마가 가스를 만들어내 약한 지각을 뚫고 나와 분출되면 화산이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고 서서히 식으면 다양한 결정이 숨어 있는 광산이 된다. 마그마가 함유하고 있는 원소 농도와 마그마 온도, 주변 압력 등에 의해 결정 모양이 정해진다. 아름다운 보석이라고 여겨지는 다이아몬드, 루비, 사파이어를 비롯해 우리에게 친숙한 금, 은, 구리 등이 모두 마그마에서 만들어진다.


Q. 현대 과학에서 단결정들은 어떻게 쓰일까

A. 물리학 중에는 고체에서 일어나는 양자역학적 현상을 이해하고 응용하기 위한 연구를 주로 하는 고체물리학 분야가 있다. 고체물리학에서 새로운 재료나 기술들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아주 규칙적인 원자들의 완벽한 배열을 지닌 단결정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원자들의 배열이 정확해야 물질의 전기적 특성, 광학적 특성, 열적 특성을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다양한 형태의 단결정을 만들기 위해 원심분리기로 용매 속에서 결정을 분리해내기도 하고 레이저로 물질을 가열하거나 다이아몬드 압력 셀을 이용해 압력 환경을 만들기도 한다. 원자를 기체 또는 플라스마 형태로 만든 뒤 빔을 쏘아 얇은 판에 수 나노미터(㎚) 수준의 아주 얇은 막 형태로 결정을 한층 한층 쌓기도 한다.


Q. 집에서도 손쉽게 결정을 만들 수 있을까

A. 결정을 만드는 데 꼭 어려운 첨단 기술이 필요한 건 아니다. 누구나 쉽게 당장 집에서도 결정을 만들어볼 수 있다. 가장 간단하게는 뜨거운 물에 소금이 채 녹지 않을 만큼 가득 넣고 천천히 식히면서 만들어지는 결정을 확인하는 것이다.

크고 아름다운 단결정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수 있지만, 완벽하게 정육면체로 자라난 결정을 보면 아름다운 예술작품을 보는 것과 같은 경외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단 자라난 결정은 충격에 약하니 조심히 다뤄야 한다.

소금(NaCl) 단결정 성장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유튜브와 같은 온라인 매체에서 많이 다루고 있으니 이를 참고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