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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4월 16일 목요일

내 몸의 기억장치 … 유전자도 변한다

김봉환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안전관리실 책임연구원

입력 2022-12-0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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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모든 생명체의 세포에 들어있는 '유전자'도 조금씩 변한다. 선천적으로 부모에게 받아서 혹은 후천적으로 세포 안팎 환경으로 인해 유전자에 '변이'가 생길 수 있다. 긴 세월에 걸쳐 아주 느리게 변하는 탓에 우리가 살면서 인지하기는 어렵다. 우리 몸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Q. 게놈과 유전자는 무엇인가?

A. 게놈(Genome)은 한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유전 정보의 총합이다. '유전체'라고도 부르며 이는 유전자(gene)와 세포핵 속 염색체(chromosome)의 합성어다.

모든 생명체는 유전정보를 염색체에 저장하는데 하나의 염색체에는 길고 긴 하나의 사슬구조로 이뤄진 DNA 분자 덩어리가 들어 있다. DNA는 '디옥시리보핵산(deoxyribonucleic acid)'을 줄인 말이다. 산소가 떨어져나간 리보핵산(RNA)이란 뜻이다. 유전 정보가 들어있는 DNA는 컴퓨터로 말하자면 기억 저장장치인 셈이다. 우리 몸을 이루는 수십조 개의 세포들은 유전자 정보대로 쉼 없이 각종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이 때문에 한때는 단백질이 생명체를 구성하는 기본 물질이라고 생각했다. 1950년대에 이르러야 단백질을 만드는 모든 정보가 유전자에 들어 있음이 밝혀졌다. 한 생명이 탄생, 성장, 쇠퇴, 사멸하는 모든 과정에 단백질이 있고, 그 시작이 바로 유전자 정보다.

Q. 유전자가 같은 사람은 없나?

A. 사람마다 유전자 정보는 미세하게 다르다. 인간 게놈은 32억개 정도의 DNA 유전자로 구성되는데, 이 중 0.1 %인 300만개 정도에서 차이가 생긴다. 성별, 외형, 성향, 면역력, 수명이 각기 다른 이유다. 작은 차이임에도 결과적으로 완벽하게 달라진다. 인류가 등장한 이래 여태 같은 유전자를 가진 인간은 없었고, 미래에도 없을 것이라고 한다. 일란성 쌍둥이조차 일부 유전자는 다르다.

그렇다면 모든 유전자가 정상이며 문제가 없을까? 그렇지 않다. 누구나 고장 난 유전자(broken genes)를 100여 개 정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변이 숫자는 거의 모든 인종, 사람에게서 비슷하게 나타난다. 한편 특정 유전질환이 특정 인종에게서 두드러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유전적 다양성이 부족한 탓이기도 하다. 그러니 질병 극복 측면에서 인종 내 유전적 다양성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Q. 유전자에 문제가 생기면 병에 걸리는 건가?

A. 유전자 변이가 무조건 질병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질병은 타고난 유전적 요인과 생활 습관, 영양 상태 등에 따른 비유전적 요인이 합쳐져 발생한다. 어떤 사람은 몸이 건강해 질병에 잘 걸리지 않는다. 설사 걸려도 단시간에 회복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유전과 비유전적 요인이 각각 미치는 영향의 크기가 다르고, 또 서로가 영향을 주고받기도 한다. 합쳐진 영향의 크기가 한계를 넘으면 질병이 생기는 것이다. 결국 유전적 문제가 조금 있다고 하더라도 그 한계를 넘지 않도록 잘 관리하면 큰 질병 없이 건강할 수 있다. 즉 면역체계가 잘 작용하도록 관리하면 건강하게 살 수 있다.

이제는 유전자 가위로 유전자의 특정 결함 부위를 제거해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시대다. 인간의 피부세포는 6주, 간 조직은 2개월, 적혈구는 4개월 정도가 지나면 새것으로 바뀐다고 한다. 그러니 문제가 있다면 정상 세포로 교체할 수도 있다. 머지않아 암이 정복될 거란 믿음도 여기에서 생겼다.

Q. 다른 생명체와 달리 인간의 생명체는 특별할까?

A. 그렇지 않다. 인간의 게놈은 영장류인 침팬지의 것과 약 99% 일치한다. 흥미롭게도 게놈 수와 크기(길이)로는 생명체의 복잡성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인간 게놈은 포유류인 쥐와 게놈 수가 거의 비슷하다. 생물학 연구 대상으로 실험실에서 많이 사랑받는 '예쁜꼬마선충'보다는 조금 더 많은 수준이다. 게놈 길이는 도롱뇽 게놈의 10분의 1 수준이고, 어떤 식물에 비하면 100분의 1 정도다. 다른 생명체와 사람을 구분하는 것은 게놈 개수와 길이가 아니라 DNA 속 기본 화학물질의 배열 순서와 조합이다. 약 5000년 전에 지금의 사람 유전자가 거의 완성됐다고 하며 어떤 생물종에서는 아직도 활발하게 변화가 진행 중이다.

Q. 유전자에 왜 변이가 생기나?

A. 생명의 본질상 어쩔 수 없다. 설계 정보에 따라 자기 복제와 손상 복구의 과정에서 실수가 있기 마련이다. 이 세상에 완전한 것은 없다. 약 32억개 DNA 서열이 복제되면서 언제든지 그리고 어딘가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 문제가 아주 급하고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면 정상이라고 봐야 한다.

세포 자체적으로 결함이 있을 수도, 외부 공격으로 생긴 손상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그중 비유전적 요인은 내인성과 외인성으로 나뉜다. 우리 몸은 쉬지 않고 에너지를 방출, 전환, 이용하는 대사 과정을 통해 생명을 유지한다.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생기는 활성산소가 주요 내인성 요인이고, 각종 화학물질이나 방사선 등은 외인성 요인이다. 그 양으로 보면 내인성이 대부분이고, 각종 화학물질이 그다음이며, 일상에서 노출되는 수준의 자연 방사선은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인류 역사를 두고 봤을 때 산업문명 이후 갑자기 등장한 수많은 화학물질은 생명체들에게 위협적일 수 있다. 그러나 일상 속 자연 방사선은 이미 오래전부터 삶의 일부였던 만큼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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