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은 기자
입력 2020-05-06 04:01teen.mk.co.kr
2026년 04월 16일 목요일
하와이 화산폭발 '트리거'된 빗물

송경은 기자
입력 2020-05-06 04:01![2018년 5월 폭발한 미국 하와이섬 킬라우에아 화산의 모습. 최근 미국 마이애미대 연구진은 당시 폭발이 직전에 이 지역에 수개월간 이어진 호우에 의해 촉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사진 제공 = 미국 지질조사국]](https://file.mk.co.kr/meet/neds/2020/05/image_readtop_2020_459687_15887052664187238.jpg)
2018년 5월 폭발한 미국 하와이섬 킬라우에아 화산의 모습. 최근 미국 마이애미대 연구진은 당시 폭발이 직전에 이 지역에 수개월간 이어진 호우에 의해 촉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사진 제공 = 미국 지질조사국]2018년 5월 미국 하와이섬을 휩쓴 킬라우에아 화산 폭발이 직전에 수개월간 이어진 호우에 의해 촉발됐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화산 표면의 구멍을 통해 빗물이 대량 침투하면서 암반의 압력이 이례적으로 급증해 화산 폭발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화산 활동을 예측할 때 호우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Q. 화산 폭발의 일반적 원인은 뭔가요?
A. 화산은 액체 상태의 뜨거운 마그마가 지표면을 뚫고 나와 분출되면서 만들어진 지형이다. 마그마는 지표를 구성하는 암석이 열과 압력에 의해 용융된 것을 말한다. 마그마 온도는 1000도 안팎으로 내부에 고압 가스를 머금고 있다. 땅속 깊은 곳에서 흐르는 마그마는 지각의 약한 부분을 뚫고 조금씩 올라오는데, 이 과정에서 마그마가 응축되고 내부 압력이 높아지면 폭발을 일으킨다. 화산 지역은 이미 마그마 길이 형성된 곳이기 때문에 활동 중인 화산 밑에는 계속해서 마그마가 차오르고 일정 압력 이상이 되면 분출되길 반복한다.
Q. 호우가 어떻게 화산 폭발에 영향을 줄 수 있나요?

A. 제이미 파쿠하슨 미국 마이애미대 로즌스티엘 해양 및 대기과학대 박사후연구원 연구진은 2018년 킬라우에아 화산 폭발이 호우에 의해 촉발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국제 학술지 '네이처' 4월호에 발표했다. 땅속 마그마의 압력이 서서히 높아지는 상황에서 한꺼번에 많은 양의 빗물이 화산 암반에 유입됐고, 이에 따라 화산을 이루는 암반의 압력이 급격히 치솟으면서 폭발에 더 취약해졌다는 것이다.
킬라우에아 화산이 폭발하기 몇 달 전부터 하와이섬은 평균 이상의 강우량으로 범람했다. 특히 2018년 4월 14~19일 사이 카우이 지역에서 24시간 동안 약 1245㎜의 비가 내리면서 미국 전역 24시간 강우량 관측 사상 최고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당시 엄청난 양의 빗물이 킬라우에아 화산 표면의 구멍으로 유입된 후 지표면 아래 1~3㎞ 깊이의 공극 압력은 0.1~1㎪(킬로파스칼·1㎪는 0.01기압)가량 높아졌고, 최근 50년간의 관측 기록 가운데 최고 압력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Q. 공극 압력이 높아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요?
A. 공극은 암반 사이의 빈 공간을 말한다. 또 화산 지대의 지표 가까이는 대부분 구멍이 많은 현무암질로 이뤄져 있다. 현무암에 구멍이 많은 이유는 지표를 흐르던 용암(땅속 마그마가 분출돼 지표에 흐르는 것)이 급속히 냉각되면서 가스 성분이 빠져나간 자리가 그대로 남기 때문이다. 공극에 빗물이 차게 되면 공극 압력이 높아지고 공극 압력이 계속 높아지면 암반이 그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깨지게 된다. 이렇게 암반이 약해지면 마그마가 폭발을 일으킬 정도의 고압에 도달하기도 전에 쉽게 암반을 깨고 지표로 분출될 수 있다.
Q. 호우가 화산 폭발의 원인이 됐다는 건가요?
A. 호우를 화산 폭발의 직접적 원인으로 볼 수는 없다. 이번 연구 결과는 수개월간 이어진 호우가 킬라우에아 화산 폭발의 '방아쇠'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줄 뿐이다. 호우로 인해 마그마가 더 쉽게 지표를 뚫고 나올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연구진이 '촉발했다(triggered)'는 표현을 쓴 이유다. 실제로 폭발 직전 화산 지역 일대에서는 국지적인 암반 붕괴가 나타났다. 이와 유사하게 2017년 11월 발생한 규모 5.4의 포항지진은 인근 지열발전소가 촉발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 역시 지열발전소의 물 주입이 땅속 공극 압력을 높여 지진이 일어나기 쉬운 상태로 만들었다는 의미다.
Q. 그럼 당시 화산 폭발은 예상치 못했던 결과였나요?
A. 그렇다. 과학자들이 2018년 발생한 킬라우에아 화산 폭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최근 200년간 발생한 화산 폭발 중 가장 이례적인 사건으로 기록됐기 때문이다. 당시 마그마의 압력은 폭발을 일으키기에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발의 위력은 관측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 폭발 직후 분화구 위로는 9㎞ 이상 높이의 화산재 기둥이 솟아올랐고, 올림픽 규격 수영장 32만개 수준의 부피에 해당하는 용암이 흘러나왔다. 이로 인해 2000여 명의 주민이 대피하고 700채의 집이 불타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Q. 과거에도 호우가 화산 폭발을 촉발한 적이 있었나요?
A. 호우와 화산 폭발의 인과를 분석한 건 처음이다. 연구진은 과거에도 호우에 의해 화산 폭발이 촉발된 사례가 많을 것으로 본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킬라우에아 화산만 하더라도 1790년 이후 발생한 폭발의 60%가 잦은 호우가 발생하는 우기에 일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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