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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4일 월요일

교양·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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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인간의 공존 …˝사랑 없인 못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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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생'
파리 빈민가 열 살 소년 모모
부모도 모른 채 비극 겪으며
"사랑 없이 살 수 있나?" 질문
편견 깬 이웃과 더불어 살며
인생의 소중한 해답 깨우쳐
 
게티이미지뱅크
 
여기 한 아이가 있다. 파리의 빈민가 한복판, 아마도 열 살로 추정되는 생을 온몸으로 맞서 살아가는 모모. 살인과 매춘과 절도와 폭력과 마약이 난무하는 거리를 지나며 이 작은 아이는 질문한다. "하밀 할아버지, 사람이 사랑 없이 살 수 있나요?"

세계 모든 사람들이 동경하는 아름다운 도시 파리, 그중 행정구역 20구로 분류되는 이 동네에는 아랍인과 유대인과 프랑스인을 비롯해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 및 베트남에서 이주한 다양한 인종적 배경의 사람들이 거주한다.

가난하고 거친 동네의 분위기를 짐작하며 어린 모모 앞에 놓인 생이 염려되어 페이지를 넘기면, 생의 비극과 슬픔을 너무 일찍 알아버린 이 작은 아이가 무심하게 툭툭 던지는 삶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들로 오히려 우리는 위로를 받는다.

아마도 매춘부의 아이일 것으로 추정되는 아랍인 아이 모모는 매달 양육비를 받고 자신을 맡아 길러주는 유대인 로자 아주머니의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 7층에 위치한 작은 집에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과 함께 살아간다.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자신의 정확한 나이와 생일도 모른 채, 자신의 새끼를 끔찍하게 보호한다는 암사자의 방문을 밤마다 환상으로 맞이하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이 아이는 엄청난 비극을 경험하며 하밀 할아버지에게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발견해간다.

불우함으로 점철되어 보이는 모모에겐 여러 이웃들이 있다. 먼저, 모모가 남다른 감수성을 지닌 아이로 언젠가 시인이 될 거라며 자신의 진료실에 별다른 이유 없이 자꾸만 찾아오는 모모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인자한 유대인 의사 선생님 카츠, 레미제라블의 작가 빅토르 위고를 알 수 있게 해준, 모모가 품은 세상과 삶에 대한 질문들에 항상 진솔한 답을 건네주는 자상한 무슬림 상인 하밀 할아버지, 모모가 달걀을 훔친 사실을 알면서도 새로운 달걀을 하나 더 손에 쥐여주며 뽀뽀를 건네는 동네 식료품점 가게 여주인, 사실상 양육비 송금이 끊긴 지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모모와 함께 사는 로자 아주머니.

이들은 모두 모모가 자신의 동네와 그 주변에서 만난 이들로, 악취와 소음과 범죄가 가득하기에 다소 의아한 동네의 이름, '벨빌(belleville)'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프랑스어 벨빌(belleville)의 한국말 뜻은 다름 아닌 '아름다운 동네'이다.
 
하밀 할아버지는 언젠가 모모에게 이런 말을 한다. "완전히 희거나 검은 것은 없단다. 흰색은 흔히 그 안에 검은색을 숨기고 있고, 검은색은 흰색을 포함하고 있는 거지." 하밀 할아버지의 삶에 대한 통찰은 파리의 한 동네 벨빌뿐만 아니라 모모를 둘러싼 이웃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적용된다.

평범한 사회와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편견의 시선에 가장 자주 노출되는 집단 혹은 개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면 오롯이 선하거나 악한 것, 완전히 아름답거나 추한 것, 전적으로 옳거나 틀린 것은 없다는 결론에 의외로 쉽게 도달할 수 있다. 모두 인간 존재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완벽한 존재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에겐 타인의 존재가 서로에게 간절히 요청된다. 불완전한 인간 존재가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어쩌면 함께하는 것, 공존을 모색하며 가장 덜 불완전한 상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일 테다. 마치 모모와 로자 아주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모모와 이웃들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되며 실제 나이 열네 살을 되찾은 모모는 로자 아주머니의 죽음이라는 인생의 가장 큰 상실을 경험하고 이렇게 말한다. "사랑해야 한다."

작품 초반에 모모가 하밀 할아버지에게 던진 질문인 "사람이 사랑 없이 살 수 있나요?"에 대한 답을 모모는 결국 그렇게 스스로 찾아낸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도 한참 동안 하밀 할아버지에게 던졌던 모모의 질문이 머릿속에 맴돈다. "사람이 사랑 없이 살 수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