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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5일 수요일

교양·진학

교양·진학 인문

우리는 매순간 가지 않은 길을 걷는다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크고 작은 선택을 한다. 더 잠을 청할지 바로 일어날지, 집을 나서며 평소 익숙한 길로 갈지 다른 지름길로 가볼지, 마음 걸리는 일에 웃어넘길지 아니면 진지하게 마주해볼지를. 한편 중대한 결정의 기로에 서기도 한다. 어느 학교에 진학할지, 어떤 직업을 갖고 어느 지역에 정착할지와 같은.

사소하든 중대하든 그 모든 선택이 나의 하루를 채우고, 또 그 하루들이 이어져 나의 삶을 어디론가 이끈다. 어디로 향하는지 결코 알 수 없지만, 사소할지라도 그 선택들이 인생에 큰 변화를 불러오기도 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다.

특히 영화 속에서 우리는 그런 선택이 불러오는 운명의 결과를 자주 목격한다. 또한 그 허구의 이야기들은 '다른' 결정이 만들어냈을지도 모르는 '미지'의 세계를 상상하게 하여 우리에게 현실을, 지금 나의 선택을 돌아보게 한다.

 


가령 영화 '매트릭스'의 주인공 네오는 그저 두 알약으로 보이는, '불편한 진실'의 세계로 안내하는 빨간 약과 '안정된 거짓'의 세계에 머무르게 할 파란 약을 앞에 두고 후일 인류의 운명을 결정지을 선택을 내리게 된다. 또 영화 '라라랜드' 속 젊은 연인인 미아와 세바스찬은 각자의 꿈을 선택하며 성공한 삶을 성취하지만, 헤어지고 한참 후, 우연한 재회의 순간, 만약 이루지 못한 그들의 사랑이 결실을 맺었다면 지금이 어떻게 달라졌을지를 상상하며, 인생의 선택되지 않은 수많은 가능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한다.

그리고 여기 오늘 우리가 만날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가 있다. 어쩔 수 없는 이유로 선택할 수 없었던 것들, 이루지 못한 만남과 꿈들, 두고 올 수밖에 없었던 일들, 실현되지 못한 계획들, 선택의 기로에 놓여 일부러 선택하지 않았던 모든 과거가 시인이 노래하는 가을의 숲속 두 갈래 길 아래로 펼쳐진다.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1874~1963)는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와 여동생과 함께 매사추세츠주로 이주해 조부와 살며 성장했다. 결혼 후 기자로도 활동하다 1912년 영국으로 건너가 영국의 시인들과 교류하며 첫 시집 '소년의 의지'와 뒤이은 '보스턴 북쪽'으로 많은 호평을 받았다. 1915년 미국으로 돌아와 농장 일과 함께 영문학 교수로 재직하며 여러 시집을 발표한 그는 퓰리처상을 4회 수상했다. 미국인이 사랑하는 많은 자연 시를 남겼는데 위의 시가 특히 그렇다.

다시 시로 돌아오자. 우리의 시인은 과연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는 것일까?

우리는 우리의 선택이 이끌 미래를 정확히 예상할 수 없다. 다만 시인의 노래를 통해 짐작할 수 있는 분명한 사실 한 가지는 모두가 각자의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과 후회를 품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역설적으로 우리는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을 완성하면 되지 않을까? 미래에 미련과 후회를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현재의 우리는 그저 스스로와 주변을 소중히 여기고 배려하며 자유롭고 거침없이 자신이 원하는 길을 선택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리라. '매트릭스'의 네오와 '라라랜드'의 미아와 세바스찬이 그랬던 것처럼. 그래서 시인의 노래 '가지 않은 길'은 다음처럼 우리에게 '가야 할 길'을 열어주며 독려하는지도 모르겠다. 자유롭게 자기만의 길을 가면 된다고. 그렇게 해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