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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08일 화요일
폐품 모아 꾸미다보면 … 환경의 소중함 깨달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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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주 카드 한 장 분량의 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어요."
환경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으면서도 당장 나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위 말을 들으면 정신이 번쩍 들 것이다. 섭취량에 관해서는 전문가마다 의견이 갈리기도 한다. 그러나 체내에 들어온 미세플라스틱이 소화기 내부에 상처를 입히고 소화작용을 약화시켜 질병 발생률과 사망률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우리 모두 지혜를 모아 환경문제에 관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가급적 어린 학생 때부터 말이다.
수많은 플라스틱 폐기물 중 유독 장난감에 눈길이 간다. TV 애니메이션의 유행 사이클은 짧다. 최신 캐릭터 모델이라고 해도 관심을 끄는 기간은 고작 몇 달이다. 유통기한이 있는 것도 아닌데 짧은 유행이 끝남과 동시에 잊어버리게 된다. 국내 완구시장 규모는 1조원을 훌쩍 넘어 해마다 커지고 있지만 버려지는 양 또한 늘고 있다. 환경실천연합회와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한 해 발생하는 장난감 쓰레기의 양은 무려 240만t이라고 한다. 문제는 버려진 장난감이 대부분 폴리스티렌(PS) 소재 플라스틱이며 기계금속·고무·복합소재로 만들어진 제품이어서 재활용되는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결국 대부분이 땅에 매립되거나 태워진다. 이미 수십억 t에 달하는 폐플라스틱이 매립되거나 환경으로 유입됐다. 플라스틱을 태우면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은 우리의 목숨을 충분히 위협할 수 있다.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이 결국 아이의 미래 환경을 파괴하는 모순된 상황이 벌어진다.
그래서 필자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의미 있는 콘텐츠를 기획해봤다. 일명 '우리가 지구를 지키는 가장 재미있는 실천' 업사이클링 챌린지다. 학생들에게 더는 갖고 놀지 않는 소형 가전제품이나 폐장난감을 가져오게 했다. 고작 1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산더미처럼 쌓였다. 세척 과정을 거치고 크기별로 진열해 학생들에게 자유롭게 선택할 기회를 줬다. 오랜만에 만나는 우디 피규어부터 고장 난 카봇, 낡은 카세트 등 다양한 재료와 도구를 활용해 세세하게 분해했다. 기존 장난감을 분해하면서 발견한 다양한 스토리와 조형성은 새로운 창작물을 구현해내기에 충분했다. 학생들은 한참 동안 고개를 숙인 채 서로 다른 부품들을 결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과정에 몰입했다. 이윽고 "야호 다 만들었다"라며 무언가를 뚝딱 만들어 보여줬다. 교육 효과는 책이나 펜이 아닌 드라이버·핀셋·펜치 등의 도구를 활용하는 과정에서도 얻을 수 있다. 학생들은 자원순환의 가치를 느낄 수 있었다.
"선생님 다시 활용해도 또 버려지지 않을까요?"
"응, 아마도 그렇겠지?"
"에이 그러면 무슨 의미가 있나요?"
"물론 있지! 네가 환경문제에 대해 생각하게 됐잖아."
현대 사회의 대표적인 산물인 폐기물을 활용한 예술 장르를 '정크아트'라고 한다. 말 그대로 버려지는 쓰레기가 예술작품이 된다는 것인데 정크아트는 '자원순환의 중요성'이라는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구현해 대중에게 전달한다. 정크아트의 출발점은 도시문명의 버려진 폐기물을 이용해 회화와 결합한 로버트 라우션버그(Robert Rauschenberg, 1925~2008)의 콤바인 페인팅이었다. 그의 작품은 산업 폐기물을 활용하는 예술가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는 계기가 됐다. 그가 우리의 원조 격인 셈이다.
업사이클링 챌린지의 결과물이 전형적인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 수 있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재활용과 환경의 가치에 대해 관심을 가질 기회를 만들어주고 이를 작품으로 구현하는 경험을 하게 하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다. 이들이 만든 작품들은 6월 11일부터 15일까지 인천 송도 스타트업파크에 있는 '갤러리 율' 현대미술 공간에 전시된다. 업사이클링 챌린지 작품 외에도 다양한 분야, 여러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석하고 표현한 프로젝트 작품 450점이 함께 전시될 예정이다.
정답: 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