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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4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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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핑크, 남자는 블루?… 본능 아닌 관습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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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윤정미 작가의 'The Pink & Blue Project'

 

아이들의 성 차이를 고려해서 교육해야 한다는 레너드 색스(Leonard Sax) 주장은 많은 이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그래, 확실히 다르긴 해." 필자 역시 한 번도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자동차에 흥미를 보이고 히어로 놀이에 흠뻑 빠지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인형 놀이를 좋아하고 얌전해 보이는 여자아이와 다른 점들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는 사회가 규정한 것이 아니라, 타고난 성 정체성에 차이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15년간 일선 교육현장에서 다수 학생을 경험한 결과를 언급하자면 다음과 같다.

 

남학생과 여학생은 평균적으로 분명 많이 달랐다. 하지만 유사성도 많았으며 특출나게 남자, 여자 성향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경우는 생각보다 드물었다.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PNAS) 사이트에 공개된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다프나 조엘 교수팀의 연구 결과 '대부분 사람의 뇌는 모자이크형 뇌로 남성적 특징과 여성적 특징이 섞여 있다'는 대목에 눈길이 간다.

 

이번 글에서 본질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이슈는 우리도 모르게 성별에 대한 사회적인 관습과 선입견으로 환경을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 뒤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마치 규정된 것처럼 색에 대한 공식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여자아이의 핑크와 남자아이의 블루다. 입는 옷과 선호하는 장난감, 학용품 등 홍해를 가르듯 여자아이 것과 남자아이 것, 두 부류로 나뉜다. 이쯤 되면 태어난 성별의 차이로 인해 색이 결정된다고 여기기 쉽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핑크와 블루는 어른들 또는 사회에서 아이에게 학습시킨 색이다. 아이들은 주위 환경에서 많이 노출되고 익숙해진 색을 자신이 좋아하는 색으로 인지하게 된다. 사회적 관습은 시대에 따라 바뀌기도 한다. 100여 년 전 미국의 한 유명 무역 잡지에 실렸던 기사 문구는 '피를 상징하는 분홍색은 좀 더 단정적이고 강한 색으로 소년에게는 더 적합하고, 반면에 더 섬세하고 앙증맞은 파란색은 소녀에게 더 예쁘게 어울린다'였다.

 

관습과 별개로 남자와 여자의 타고난 차이점은 존재한다. 우뇌가 발달한 남자아이들은 공간지각력이 발달했고, 색채에 민감한 P세포로 이뤄진 망막을 지닌 여자아이들은 색채감이 발달했다고 한다. 공간지각력은 공간 관계나 위치를 감각을 통해 파악하는 능력이다. 그래서 남자아이들은 공간과 입체를 활용한 만들기에서, 여자아이들은 다채로운 색상을 구현할 수 있는 그리기에 흥미를 느끼고 두각을 나타낸다고 한다.

 

과연 미술 현장에서는 어떨까. 분명 차이는 있었다. 좀 더 자신감 있게 만들기에 임하는 학생은 남자아이였고 다양한 색상을 활용하는 쪽은 여자아이였다. 하지만 더 눈여겨봐야 할 것이 있다.

 

시작은 차이가 있었지만, 경험이 쌓일수록 차이는 매우 미미해졌다. 더 섬세하고 다채로운 색상을 활용하는 남자아이, 역동적이면서 뛰어난 공간지각력을 발휘하는 여자아이와 같은 반대 사례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아울러 또 하나의 발견이 있었다. 동성그룹으로 이뤄진 반과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섞여 있는 혼성그룹 반 학생들에게 같은 조건의 자율성을 부여하며 일정 기간 수업을 진행했다. 동성그룹은 또래집단이 다룰 수 있는 주제에서 크게 나아가지 않았다. 반면 혼성으로 이뤄진 반은 주제 확장, 표현 방식에 대한 다양성 면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혼성그룹 반에서 서로 간 다른 점을 장점으로 자연스럽게 흡수하게 된 환경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결국 온전한 성장을 위해서는 남자는 이렇고 여자는 이렇다는 편견 없이 동일한 기회로 가능성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 그리고 서로의 장점에 대해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사실 여자아이가 공간지각력이 남자아이에 비해 부족한 것은 타고난 여파도 있지만, 공간지각력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남자아이들보다 열려 있지 못한 탓도 크다. 온통 파란색으로 색칠된 방에서 다른 색채를 선택할 수 없듯, 태어날 때는 작았던 차이가 편향된 환경을 만나 더욱 커질 수 있다.

 

틀에 박힌 이분법은 학생들의 가능성을 억제할 수 있다. 인간의 뇌는 태어나면서부터 수조 개의 시냅스를 형성한다. 시냅스는 경험을 통해 강화되면서 잠재력을 발휘하게 된다. 반면 사용하지 않은 능력은 사라지게 된다. 남녀 이분법에 맞춰진 환경은 시작부터 가능성을 절반으로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므로 학생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펼치기 위해서는 성별에 따른 선입견 없이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편견 없는 환경에서 개성과 장점을 자유롭게 표출했을 때 잠재력은 비로소 온전히 날개를 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