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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7월 27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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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라맨 그림 탈출하려면 … 이렇게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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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졸라맨은 동그라미와 가느다란 선만으로 사람이 되는 심플한 그림이다. 동시에 대충 그린 그림의 표본이기도 한다. 이유는 인물을 표현할 때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눈·코·입과 명암 등 그 어떤 것도 사실적으로 묘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에 접하는 미술 영역에는 줄곧 사람 그리기가 등장한다. 인간 중심의 이야기 전개를 미술로 구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언제부터인가 사람 표현은 미술 실력의 기준이 돼버렸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사람 그리기를 꺼리는 학생이 많다. 이유는 사람 그리기는 다른 소재들에 비해 리스크가 큰 편이기 때문이다. 한 편의 그림을 그린다고 가정해 보자. 나뭇잎, 건물, 벽돌과 같은 대상은 조금 표현이 서툴지라도 크게 문제 될 사항이 없다. 하지만 사람 표현은 다르다. 팔을 길게 늘어트리거나 작은 얼굴에 눈동자만 다르게 찍어도 우스꽝스러워진다. 그리고 누군가 지적이라도 한다면, 자신감이 떨어지거나 애꿎은 지우개만 낭비하게 된다. 그래서 비교적 손쉽게 대체할 수 있는 졸라맨 형식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졸라맨 그림을 대충 그리는 것으로 치부하는 것이 맞을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상황에 따라 180도 달라진다. 먼저 창작자의 의도가 정확하게 들어간 경우다. 학생마다 표현 방식에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그중 스토리 전개가 빠르게 진행되는 그림이 있다. 동적인 그림이다. 대부분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야기를 구현하기 위해 속도감 있게 표현한다. 빠르게 전개되는 상황 속에서 인물 한 명 한 명 세부적으로 표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졸라맨을 등장시킨다. 가느다란 팔다리에서도 역동적인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 처음부터 학생의 목표는 완성도 높은 세밀한 사람 표현이 아닌 상황 연출에 맞춰져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사람 표현을 강요한다면 개성 있는 스토리 전개 능력이라는 강점 하나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 졸라맨 그림이라도 그리는 이의 의도가 분명하다면 충분히 괜찮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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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창작자의 의도가 아닌 회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선택하는 경우라면 원인에 대한 이해와 적절한 솔루션이 필요하다. 무릇 표현은 꾸준한 관찰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리고 관찰은 관심으로부터 시작된다. 사람 표현을 어려워하는 학생은 생각보다 사람에 관한 관심이 높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대상에 몰입하지 못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사람에 관심이 없더라도 좋아하는 운동선수, 영화, 게임 캐릭터는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학생이 축구선수 손흥민을 좋아한다고 치자. "혹시 손흥민 선수의 감아차기가 뭔지 알아? 바로 이 자세지"라며 흥미를 보이는 분야 사람을 소재로 활용한다면 훨씬 적극적인 자세를 보일 수 있다. 미술에서 관심> 관찰> 표현의 공식은 불변의 법칙과 같다.

결론적으로 '사람을 그려라'가 아니라 '관심 있는 분야의 사람을 찾아라'가 우선시돼야 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인체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할 수 있다. 사람 표현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의자에 앉아 뜨거운 라면을 먹는 모습에서는 다리가 굽혀져야 하고 그에 상응하는 표정도 필요하다. 그리고 100m 달리기를 하는 장면에서는 다리는 동세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학생이 인지하고 의도하는 부분은 분명 그러한 모습인데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빼빼로처럼 서 있는 모습일 때가 있다. 여기에서 충돌이 발생한다. 그래서 그리는 법 암기가 아닌 평소 인체의 비율과 관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동세, 비율 등 생각해야 할 것도 많고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진다면 그냥 그를 다시 소환하자. 바로 졸라맨이다. 졸라맨은 사람 뼈대 중심선 같은 역할을 한다. 중심선을 기준으로 조금씩만 두껍게 그려보자. 살을 붙이듯 옷을 입히듯 말이다. 가느다란 선 끝에 신발도 그려보고 둥근 머리에 머리카락도 추가해보자. 의외로 졸라맨을 그려놓고 사람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은 어렵지 않다. 다시 말해 졸라맨을 그릴 줄 안다는 것은 사람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살면서 사람 그림 못 그린다고 문제 될 게 있으랴마는 그래도 생각처럼 표현할 수 있다면 득이 될 요소는 제법 있다. 아이들이 사람 그리기로 남들과 비교를 당해 위축되거나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그리고 인물과 상황에 대한 묘사를 구체적으로 할 수 있게 되면서 전달력이 좋아진다. 끝으로 표현력이 더욱 성장해 게임, 웹툰, 동화작가와 같은 다양한 전문 분야에 대해 진로를 꿈꿀 수 있다.

그렇다고 갑자기 높은 수준의 그림을 기대하지는 말자. 성장은 높은 벽을 넘는 것이 아닌 나지막한 언덕을 오르는 일이다. 결과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말고 오늘 연습장 한 장을 꺼내 들고 가볍게 시도해보면 어떨까. 조금씩 연습하면서 이게 되네? 다른 것도 해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일단 성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