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en.mk.co.kr

2024년 05월 15일 수요일

교양·진학

교양·진학 인문

'할머니 옷장'서 나온듯한 옷에 팝스타들 환호

135

女 최초 뉴욕패션위크서 남성복 컬렉션
美디자이너 에밀리 애덤스 보디 아줄라
골동품·수공예 좋아한 가족들 영향받아
시간이 빚어낸 빈티지 패브릭패션 선봬
2016년 본인 이름 딴 브랜드 '보디' 설립
브루노 마스 등 유명 남자팝스타에 이어
여성 셀럽들까지 즐기는 브랜드로 진화
"영감은 삶 속에 … 트렌드에는 관심 없어"
사진설명
뉴욕 패션의 미래로 불리는 '보디'를 설립한 에밀리 애덤스 보디 아줄라. TIME

"보디(BODE)는 외침 대신 속삭임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 뉴욕타임스

20세기 빈티지 패브릭을 사용해 21세기의 새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 에밀리 애덤스 보디 아줄라. 2016년 그가 설립한 의류 브랜드 '보디'는 '뉴욕 패션의 미래'라고 불린다. 해리 스타일스, 저스틴 비버, 브루노 마스 등 팝의 아이콘들 모두가 보디의 팬임을 자처한다. 보디는 남성복으로 시작한 브랜드지만, 벨라 하디드, 엠마 코린 등 보디를 입는 여성 셀럽들이 늘어나면서 유니섹스 브랜드로 사랑받고 있다.

보디의 옷은 시간이 빚어낸 빈티지 패브릭만의 아우라, 워크웨어의 조금은 넉넉한 실루엣, 가정에서 옷을 지어 입던 여성 중심의 전통적인 수공예 기법이 더해져 만들어진다. 손으로 그린 그림, 퀼트, 자수, 패치워크 등을 활용해 옷을 제작한다. 얼핏 보면 할머니 옷장에서 나올 것만 같은 옷인데 힙하디 힙하다.

보디가 선보이는 이 독특한 스타일의 옷들은 디자이너 에밀리 보디 가족의 오랜 취향에서 비롯된다. 그의 할아버지는 골동품 수집가였다. 어머니와 이모들은 앤티크숍과 플리마켓을 오가며 온갖 물건을 사 모으길 좋아했다. 가족들과 물건을 수집하고 이를 소중히 보관하던 습관, 빈티지 마켓을 제집 드나들 듯 찾았던 어릴 적 경험은 그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다. 에밀리 보디는 오래된 가구들과 소품들이 만들어내는 편안하고 클래식한 분위기 속에서 1800년대에 만들어진 인형이나 오래된 직물 조각들을 가지고 놀았다. 수공예를 가까이하는 집안의 생활양식 덕분에 뜨개질 옷감으로 옷을 만들기도 했고, 신문지로 액세서리를, 양말로 인형을 만들었다.

사진설명
유명 팝아티스트 브루노 마스는 보디의 팬임을 자처한다. 연합뉴스

열네 살 무렵 스스로 옷 만드는 법을 터득한 에밀리 보디는 고등학교 진학 후 자연스럽게 패션으로 진로를 결정했다. 뉴욕의 패션스쿨 파슨스에 입학해 옷 만드는 기술을 자세히 배우고 동시에 유진 랭 칼리지에서 철학을 복수전공해 자신만의 디자인 철학을 다진다. 랠프 로런과 마크 제이콥스에서 인턴 생활을 하며 빈티지 아카이브가 어떻게 디자인으로 이어지는지 그 과정을 직접 관찰하고 경험한 그는 자기만의 브랜드 론칭을 꿈꾸게 된다.

그 무렵 뉴욕타임스 T 매거진의 한 작가가 우연히 에밀리 보디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올린 작업물을 보게 되고 뉴욕 패션위크를 겨냥한 남성복 브랜드 론칭을 권유하게 된다. 2016년 7월 마침내 자신의 이름을 딴 '보디(BODE)'라는 브랜드를 설립한 에밀리 보디는 2017년 초 뉴욕 패션위크를 통해 첫 번째 컬렉션을 선보인다. 이로써 그는 뉴욕 패션위크에서 남성복 컬렉션을 선보인 최초의 여성으로 기록된다. 이후 2019년 LVMH 프라이즈 파이널리스트, CFDA 올해의 신진 디자이너로 선정되기도 한다.


2021년에는 'A Year Off'라는 제목의 컬렉션을 내놓았는데, 이는 에밀리 보디가 자신의 삼촌, 빌 보디에게 헌정한 컬렉션이었다. 에밀리 보디가 공개한 컬렉션 노트에 따르면 빌 보디는 1969년 대학 등록금을 받고서는 학교에 다니지 않고 그 돈을 자동차 경주와 우드스톡 페스티벌 방문 등에 쓰며 1년을 보냈다. 이에 관하여 그녀는 "1969년은 그에게 있어 대학교뿐만이 아니라 인생에서 겪은 1년간의 휴식"이라며 "이는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보낸 1년을 연상케 한다"고 설명했다. CFDA는 2021년과 2022년 2년 연속으로 보디에 올해의 맨즈웨어상을 수여했다.

에밀리 보디는 디자인 영감을 대부분 자신의 삶 안에서 찾는다. 2022년 그는 자신과 10년 가까이 함께 한 파트너 에런 아줄라와 부부의 연을 맺었다. 결혼식도 참 보디다운 방식으로 풀어냈는데, 부부를 위한 의상을 준비하는 것과 더불어 피아노 숄과 자투리 천을 활용하여 결혼식에 참석한 사람들이 입을 수 있는 옷을 250벌 이상 제작했다. 붉고 탐스러운 랍스터를 그려넣고 그 아래 개개인의 이름이 섬세하게 자수로 새겨 놓은 앞치마는 이름표 역할을 했다. 결혼식 현장에서는 2022 Pre-Fall 컬렉션 사진 촬영도 이루어졌다.

에밀리 보디는 한 인터뷰에서 "한 번도 트렌드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시즌마다 변화를 주지만, 늘 타임리스한 아이템을 만든다. 이 타임리스한 아이템은 보디가 평생 모아온 물건과 소중히 간직해온 추억들이 깃들어 탄생한다. 새해 보디는 또 어떤 추억을 꺼내 우리에게 속삭여줄까? 그의 속삭임에 귀기울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