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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7월 20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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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짝'에 빠진 뉴진스 프로듀서 그의 음악 들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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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대중음악상 휩쓴 '250'

지난달 5일 제20회 한국대중음악상 수상식에서 DJ이자 작곡가, 프로듀서 250(이오공·사진)이 '뽕끼' 가득한 일렉트로닉 앨범 '뽕'으로 '올해의 음반' '올해의 음악인'을 포함해 4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일렉트로니카 장르에서 '올해의 음반'이 나온 건 한국대중음악상 역사상 이번이 최초다. 한 아티스트가 '올해의 음반'과 '올해의 음악인'을 동시에 수상한 것 또한 2012년 장기하와 얼굴들 이래 10년 만에 처음이다. 250은 그룹 뉴진스의 첫 앨범 메인 프로듀서이며 'Attention' 'Hype Boy' 'Ditto'를 작곡하기도 했는데 뉴진스 역시 올해의 신인, 최우수 K팝 음반, 최우수 K팝 노래 등 3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개인 앨범에서, 또 프로듀서로 참여했던 뉴진스 앨범에서 모두 최고의 성과를 인정받은 셈이다.

권석정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은 올해의 음반으로 '뽕'을 선정하며 이렇게 말했다. "케이팝은 무엇일까? 트로트는 무엇일까? 가요는 무엇일까? 250의 '뽕'은 이 오래된 물음에 대한 대답과 같은 작품이다."

250의 소속사 BANA의 유튜브 채널(BANA TV)에는 수년 전부터 '뽕을 찾아서'라는 다큐멘터리 시리즈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뽕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250의 탐구 과정이 담겨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와 동묘시장을 누비며 음악 소스들을 찾는가 하면 전국노래자랑 예심 현장과 합천 바캉스 축제에 들르기도 하고 사교댄스장에 찾아가 리듬댄스의 일종인 '2, 4, 6 삼박자'를 배운다. 청과물 시장 상인들의 휴대용 스테레오에서, 낙원동 노래방에서 250의 말처럼 '뽕'은 우리 삶에 '산소처럼' 녹아 있고 '어디에나' 존재한다. 그런 뽕의 원류를 찾아 사방팔방으로 헤매는 그 꼴은 처음에는 우습게 보인다. 그러나 영상을 조금 더 보다 보면 이게 단순히 유희를 위한 자료가 아님을 알게 된다. '뽕을 찾아서'는 한 사람이 자신의 뭉뚝한 꿈을 어떻게 단련하고 구체화시켜 가는지에 대한 훌륭한 교보재가 된다. 250은 이 영상에서 어떻게 하면 '그냥 뽕짝 음악'이 아니라 '이 시대 나의 뽕짝 음악'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며 자신의 노스탤지어 속에 있는 누군가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뽕' 앨범에 대한 고민을 풀어가며 그들과 함께 꿈을 구체화해 나간다.



먼저 250은 이박사를 찾아간다.

이박사는 1989년 '신바람 이박사'라는 트로트 메들리 앨범으로 데뷔해 독특한 그루브와 추임새로 인기를 끌었다. 1995년에는 일본에 진출해 사이키델릭한 사운드로 젊은이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다. 1997년 IMF 외환위기로 힘든 대한민국에 테크노 뽕짝이라는 장르로 '신바람' 열풍을 불러오기도 했다. 250은 이박사의 앨범 가운데 '서울 깜빡이'를 특히 좋아했다. 화려한 보컬 퍼포먼스 뒤의 반주에서 사운드적인 고민과 해결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자신을 찾아온 250에게 이박사는 '뽕짝'이라는 음악이 결코 만들기 쉬운 장르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뽕의 정서를 헤아리는 것부터 그 정서를 제대로 표현하는 방법까지 섬세하게 연구하고 고민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이박사와 만난 자리에서는 오랫동안 이박사와 음악을 함께 만들어온 김수일도 만난다. 그는 요즘 말로 치면 이박사의 DJ이자 전담 프로듀서라 할 수 있다.



이박사의 앨범을 들으며 음악가로서 그의 역량에 크게 감복했던 250은 그에게 혹시 미발표곡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플로피 디스크가 들어가는 키보드(건반)를 꺼내며 있다고 말하면서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250은 상당히 몽환적인 멜로디에 빠져들어 이 곡을 혹시 가사를 얹어 불러줄 수 있는지 물었다. 김수일은 이미 만들어놓은 반주가 있다면서 플로피 디스크를 넣고 그 음악에 맞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250은 즉석에서 마이크를 들고 녹음했다. "나를 두고 떠난 사람 어디쯤에 갔을까 십 리 절반 못 가서 나를 찾아오시려나"로 시작해서 "깊은 잠을 깨고 보니 모든 것이 꿈이었네"라는 가사로 끝나는 노래. 250은 이 노래를 듣는 순간 큰 충격과 긴 여운에 빠졌다.

그리고 노이즈가 들어간 이 녹음본을 살려 자신도 마찬가지로 노이즈가 많이 들어 있는 악기들로 곡을 구성해 '모든 것이 꿈이었네'라는 곡을 완성한다. 그 곡이 '뽕' 앨범 가장 첫 번째로 실려 있다.

'이 시대 나의 뽕짝'을 만드는 과정이 그리움을 쫓는 과정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자각한 250은 '아기 공룡 둘리'의 주제가를 부른 가수 오승원도 찾는다. 2013년 오승원이 고등학교 강당에서 노래를 부르는 영상이 있는데, 목소리가 예전하고 너무 똑같았다. 영상을 본 사람들은 다들 슬퍼했고 그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무언가는 그대로인데 그 무언가가 맨 처음 각인됐던 기억으로부터 지금은 떨어져 있다는 생각. 그로 인해 발생하는 '노스탤지어'의 정서는 뽕짝의 기본 정서이기도 했다. 신바람이 나는 이박사와는 또 다른 의미로 오승원은 뽕짝의 정서를 불러올 수 있는 일종의 치트키라고 생각했다. 그를 찾아내는 과정은 3년 가까이 걸렸지만 그 결과물은 '휘날레'라는 '뽕' 앨범의 마지막 곡으로 훌륭하게 나왔다. 250은 '뽕' 앨범을 만들면서 의식적으로 멋있는 음악을 찾아 들으려는 태도를 버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태도를 버리는 데만 2~3년의 시간이 걸렸다. 멋있어지고 싶다든가 멋있게 보이고 싶다든가 하는 생각을 떨쳐내고 다른 음악을 다 끊고 그냥 뽕짝 음악만 들으며 그 음악 속을 들여봤다. '이 시대의 뽕짝'을 찾기 위해 거꾸로 지금 나오는 트렌디한 음악들을 듣지 않고 피해 다녔다.

'뽕을 찾아서' 마지막 화인 5화에서는 전자오르간의 대가 나운도와의 만남이 그려진다.

나운도의 연주를 듣고 서로가 생각하는 음악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는 자리에서 250은 나운도에게 자신의 음악을 들려준다. 음악을 들은 나운도는 이야기한다. "남들이 안 하는 영역의 것을 시도하고 계시네요." 그 말은 들은 250은 대답한다. "앨범 만들면서 들은 말씀 중에 제일 기분 좋은 말씀이네요." 7년이라는 시간 동안 고민하여 만든 앨범 '뽕'. '이 시대 나의 뽕짝 음악'을 찾는 긴 여정이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