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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7월 20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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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서 영감 얻은 패션…'나를 찾는 여정'에 세계가 반하다

패션 브랜드 비즈빔(visvim)은 홈페이지 첫 화면부터 독특하다. 일반적인 브랜드라면 지금 팔고 있는 상품이나 이번 시즌 룩북이 나와야 할 텐데 천연 염색을 하고 있는 장인의 사진이나 기모노를 짤 때 사용하던 전통 직조 방식을 소개하는 글이 소논문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다. 판매하고 있는 상품들의 꼴도 특이하다. 핀란드 원주민 신발을 변형한 슈즈, 기모노에서 영감을 얻은 코트, 멕시코 나바호의 텍스타일을 담은 카디건 등 오리지널리티가 담긴 상품들로 가득하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이 독특한 브랜드의 미학에 빠지기 시작했다. BTS의 RM,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턴, 가수 존 메이어, 래퍼 카녜이 웨스트 등이 비즈빔의 마니아로 알려져 있다.

비즈빔의 설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나카무라 히로키는 일본 야마나시현 고후에서 직물 제조업을 하던 부모님 아래서 태어났다. 도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던 그는 서양 영화를 보면서 미국이라는 나라와 그 문화에 매력을 느꼈다. 부모님은 그에게 일본 문화에 갇히지 않는 경험을 쌓기를 권유했고, 그는 15세 때 알래스카로 떠났다. 오랜 시간 알래스카에 머물며 고래를 관찰하고, 캠핑하고, 시골 지역을 탐험한 그는 여러 원주민 부족들과 함께 지낼 수 있는 기회 또한 얻는다. 그는 특히 스노보드 타는 것을 좋아해서 주말마다 스노보드를 타러 갔는데 눈 속에서 잘 기능할 수 있는 옷을 입는 친구들과 달리 옷의 핏과 배색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곧 자신이 야외 활동보다 의복에 더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일본으로 돌아온 그는 스노보드복을 만드는 아웃도어 브랜드 버턴(Burton)에서 8년 동안 디자이너로 일했다. 그러는 동안 수차례 미국을 오가며 빈티지 리바이스 데님 등 빈티지 아메리칸 의류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당시 그의 수집품 중에는 북아메리카 토착 원주민들이 신던 모카신(moccasin)도 있었는데 이때 수집한 그의 모카신은 훗날 비즈빔의 대표적 신발인 'FBT'의 원형이 된다.

 


2000년 자신이 찾고 있던 옷과 신발이 없어서 이를 만들기 위해 비즈빔을 설립한 나카무라는 비즈빔의 두 번째 시즌인 2001년에 FBT를 처음 선보였다. FBT는 영국의 팝밴드 '펀 보이 스리(Fun Boy Three)'의 이니셜에서 따왔다. 어느 날 스트리트 패션의 거장 후지와라 히로시가 나카무라에게 펀 보이 스리의 앨범 재킷을 보여주며 리드 싱어 테리 홀이 신은 모카신과 같은 제품을 한번 만들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때부터 나카무라는 모카신을 연구했고, 전통적인 모카신과 운동화에 사용되는 EVA 파일론 미드솔을 결합해 FBT를 만드는 데 이르렀다.

비즈빔의 모카신은 이후 더욱 진화한다. 나카무라히로키는 2008년 핀란드 라플란드 여행에서 영감을 받아 FOLK 시리즈를 만든다. 손발이 얼어붙을 정도로 추운 날씨 탓에 힘들어하던 그를 위해 사미족 여성은 건초로 속을 채운 순록 가죽 장화 한 켤레를 만들어 주었는데 그는 이 신발을 신고 충격을 받았다. 밑창도 없는 이 원시적인 신발은 그가 여태껏 신어 본 신발들 가운데 가장 따뜻하고 통기성이 있으며 기능적인 신발이었다. 일본으로 돌아온 그는 신발 안감에 색소를 넣지 않고 신발 갑피와 밑창을 굿 이어 웰트 기술을 사용하여 손바느질함으로써 통기성에 중점을 둔 제품을 만들었다. 비즈빔의 모카신은 색소가 없고 통기성이 좋아 양말이 필요가 없다.

그는 혁신적인 것을 만들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수백 년 된 기술을 재현해낸다. 비즈빔의 모카신은 기본적으로 아메리카 원주민 모카신의 생김새와 수백 년 전의 기술을 그대로 따르면서도 도시에서 착용할 수 있도록 운동화 밑창을 추가하고, 신발의 스타일링과 다양한 의상과의 믹스매치를 고려한다.

그는 아직도 직물을 짜고, 염색하고, 재봉하는 전통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 세계 곳곳을 여행한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비어 있던 가방이 여행에서 돌아오면 세계 곳곳의 다양한 전통 공예품과 빈티지 아이템으로 채워져 있다. 이렇게 모은 아이템으로 인해 그는 빈티지 컬렉터로도 상당한 명망을 쌓았다. 2012년부터 일본 패션 매거진 '뽀빠이(POPEYE)'의 '나의 아카이브(My Archive)'라는 코너를 통해 자신의 빈티지 아이템 소개를 연재하고 있으며, 그것을 정리하여 동명의 책을 발간했다. 2019년부터는 '서브시퀀스(Subsequence)'라는 잡지를 만들어 세대와 성별, 인종, 국가를 불문하고 전 세계의 공예와 문화에 관련한 이야기를 담아낸다. 그는 자신의 인생 여정을 두고 이렇게 이야기한다. "나는 단지 나 자신을 찾고 있을 뿐입니다. 내가 디자인하는 것은 무엇이든 나 자신의 반영이며, 나는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있습니다. 먼저 행복하고 싶습니다. 나는 뭔가 다른, 독특한 것을 하기 위해 너무 열심히 노력했지만, 이제는 나 자신에게 진정성이 있고 싶어요. 나 자신이 되는 법을 배우고 싶어요."

자신이 찾고 있던 옷과 신발이 없어서 브랜드를 만들었다는 나카무라 히로키. 그가 자신이 좋아하는 빈티지를 수집하고 그것에서 영감을 얻고 새로운 제품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은 결국 그가 그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비즈빔의 옷과 신발들이 가장 잘 어울리는 모델은 당연하게도 나카무라 히로키 바로 그 자신이다.

좋아하는 것이 있을 때 왜 내가 그것을 좋아하는 것인지 끝까지 천착해보고, 거기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의 진실을 발견하고, '나 자신'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나카무라 히로키의 인생 여정은 그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며 사는 데 급급한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