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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1월 20일 월요일
외계에서 온 록 스타... 우주를 노래하고 다시 검은별로
1969년, 인간은 아폴로11호를 타고 달에 갔다. BBC방송은 아폴로11호를 중계하며 배경음악으로 신인 가수의 곡 'Space oddity'를 깔았다. 가사 속 화자는 우주비행사 톰 소령이다. 그는 우주에서 지구로 귀환 중이다. 지상관제센터에서 연락이 온다. "들립니까 톰 소령? 회로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들립니까 톰 소령?" 그리고 교신이 끊긴다. 'Space oddity'는 우주 미아로 전락하는 톰 소령을 다룬 노래다. 이런 음악을 아폴로11호 중계에 튼 건 방송국 실수였다. 이 곡을 부른 가수조차 "BBC 직원이 가사를 제대로 안 들었나 보군요"라고 말했다. 아무튼 아폴로11호는 무사 귀환했고 'Space oddity'를 부른 가수는 첫 번째 히트곡을 얻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스타 중 가장 다채롭게 빛났던 데이비드 보위는 그렇게 첫걸음을 뗐다.
◆ 화성에서 온 록스타 '지기 스타더스트'
1969년, 데이비드 보위의 등장은 그 자체로 충격이었다. 짙은 화장에 하이힐을 신고, 반짝거리는 드레스를 입은 남자가 무대에 올랐다. 보위는 더 나아가 자신은 양성애자라고 커밍아웃한다. 보수적인 주류사회는 보위를 공격했다. 하지만 보위의 도발적인 무대와 권위를 비웃는 듯한 행보에서 해방감을 느낀 팬들이 늘어났다. 중성적인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운 '글램록' 전성시대가 열렸다. 보위가 '글램록 아이콘'으로 등극한 건 1972년 발표한 앨범 'The rise and fall of Ziggy Stardust and the spiders from Mars' 덕분이었다. 보위는 이 앨범으로 활동하는 기간에 '데이비드 보위'라는 이름을 버렸다. 대신 화성에서 온 외계인 록스타 '지기 스타더스트'라는 캐릭터를 창조해 분신으로 삼았다. '톰 소령'에 이은 두 번째 페르소나였다.
◆ 글램록을 버린 글램록 아이콘
"당신이 편안하다고 느낀다면, 그건 당신이 죽었다는 뜻이다"라는 말을 남긴 보위는 쉴 새 없이 변신했다. '글램록 아이콘'이었던 그가 글램록 장르에 머물렀던 시간은 5년도 안된다.
1970년대 후반 독일 베를린에 머물며 연달아 세 장의 앨범 'Low'(1977) 'Heroes'(1977) 'Lodger'(1979)를 발표한다. '베를린 3부작'으로 불리는 이 앨범은 실험적인 사운드와 냉전시대 비극을 꿰뚫는 가사로 호평받았다. 보위는 솔, 디스코, 재즈, 전자음악 등 다양한 장르를 끌어안으며 영역을 넓혀갔다.
경계를 긋지 않고 활동한 가수답게 보위는 여러 아티스트들과 함께했다. 존 레넌, 브라이언 이노, 믹 재거, 팻 매스니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가와 손잡고 혁신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하이라이트는 프레디 머큐리와의 만남이었다.
1981년 퀸은 스위스 스튜디오에서 새 앨범을 준비하고 있었다. 보위가 방문한다. 그는 퀸을 위해 'Cool cat'이란 곡 피처링을 맡기로 했다. 녹음을 마친 보위는 결과물에 만족하지 못했다. 자신의 파트를 지워달라고 요구했다. 만약 그대로 보위와 프레디가 헤어졌다면 세상은 세기의 명곡 하나를 잃었을 것이다. 둘은 이왕 만난 김에 즉흥적으로 노래 한 곡을 함께 만들기로 한다. 두 아티스트는 24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끝내 한 곡이 나왔다. 퀸 대표곡으로 꼽히는 'Under pressure'는 그렇게 탄생했다.
◆ 톰 소령, 검은 별로 가다
2003년 발표한 앨범 'Reality' 이후 보위는 오랫동안 새로운 음악을 만들지 않았다. 세상은 보위의 도전도 여기까지일 것이라 짐작했다. 2013년 보위는 예고 없이 새 앨범을 공개했다. 거물의 깜짝 컴백도 뉴스였지만, 더 놀라운 건 음악 자체였다. '베를린 3부작' 이후 최고란 평가가 나왔다. 3년 후 2016년 1월 8일 또 다른 정규 앨범이 나왔다. 70세를 앞둔 노인이 낸 앨범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실험적인 사운드로 가득했다. 거장의 완벽한 부활을 떠들썩하게 전한 언론은, 곧 쓸쓸한 소식을 알려야 했다. 보위는 이 음반을 발표하고 이틀 만에 세상을 떠났다. 예고 없는 이별이었다. 보위는 18개월간 암으로 투병했지만, 알리지 않았다.
'Space oddity'로 시작한 보위는 'Moonage daydream' 'Starman'처럼 우주를 품은 곡을 많이 남겼다. 마지막까지도 별을 노래했다. 유작 앨범 타이틀곡은 'Black star'다. 이 곡을 만들 때 보위는 죽음이 다가왔음을 직감했을 것이다. 그 죽음을 마지막 작품 주제로 삼았다. 'Black star' 뮤직비디오 배경은 검은 별이다. 거기엔 백골이 된 우주인이 있다. 팬들은 이 우주인이 'Space oddity'의 톰 소령이라는 걸 단번에 알았다. 톰 소령은 끝내 지구로 귀환하지 않았고, 미지의 세계에서 눈을 감았다. 아폴로11호와 함께 쏘아 올려진 보위는 그렇게 '검은 별'에 도착했다.
[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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